김종혁 씨, ‘대나무장구’ 등 복원성공

한 장인의 예술혼이 우리의 악기를 되살렸다.
장구하면 예쁘게 깍여진 나무몸통의 장구만 떠올리게 되는데 우리에겐 또 하나의 장구, ‘대나무장구’가 있었다.
오늘도 대나무장구를 비롯해 모듬북, 풍물북, 요고, 법구, 소고에 새 숨결을 불어 넣으며 청아한 대나무의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김종혁 씨.

그러나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대나무로 짠 대나무장구는 그 소리를 알 수 없었을 뿐더러 형태 또한 ‘박물관 속 유물’로만 짐작할 수 있었다.
시골 노인들의 증언도 “40~50년 전만해도 꽤 많은 수의 대나무장구가 있었다. 소리가 더 맑고 좋았다”라고 할뿐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풍물 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대나무장구를 꼭 한번 재현해 보겠다’라고 마음 먹었죠”
그런데 김종혁 씨는 단 한 번도 대나무를 절어본 적이 없다. 대바구니는 물론 흔한 채반 한 번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오로지 농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대나무악기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 하나만으로 ‘집념’을 불태웠다.

“손이 부르트고 손목이 아파 고통스러웠습니다. 처음엔 그러려니 하고 참으며 두 달 동안 만들고 부수고 만들고 부수고 연습을 많이 했죠, 그렇게 다시 두 달이 지나니 손에 제법 익고 형태가 나왔습니다. 얼마나 튼튼한가 알아보려고 장구에 올라서보니 짱짱히 버티는 겁니다.”
그 때의 기쁨을 떠올리면 “다시 하늘을 날 것 같다”는 김씨.


그러나 그런 기쁨도 잠시, 소리에 대한 그의 ‘고집’은 그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보통 사람 귀엔 나무장구 소리나 대나무장구 소리나 똑같이 들리지만 그가 원하던 소리는 이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직은 미완성입니다. 형태를 갖췄다고 모두 악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리죠, 소리”

섬세하고도 단정한 매무새가 핵심인 전통고깔 제작이수자이기도 한 김씨는 워낙에 꼼꼼한 성격인데다 담양향토무형문화재 제1호인 매구굿의 꽹과리 이수자이기도해 ‘소리’에 대한 남다른 욕심이 있다.
“말로 전해져 오던 것을 복원하고 재현하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새 기법을 접목해 우리의 악기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모듬북처럼 육중한 북이 대나무를 소재로 함으로써 가볍게 되는 것도 발전이라 할 수 있죠”

풍물하는 사람들조차 작은 소품하나 만들어 쓰지 않고 사다 쓰는 걸 보면 언젠가는 이 제작기법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는 그는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배우고 만들어 봐야 전수가 되고 알맹이를 알게 됩니다.” 우선 복원에 성공한 이 대나무악기들을 담양의 풍물패들에게 보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그는 “장기적으론 대나무악기단을 만들어 ‘담양의 소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다.
현재 그가 제작한 대나무장구 등은 5월 초에 열릴 죽제품경진대회에 출품된 상태로 10월엔 한국전수공예대전에 출품할 계획이다.
사라진 우리의 전통악기를 모두 재현하고 복원하고 싶다는 김종혁 씨. 스쳐들은 ‘대나무장구’ 한 마디에 그의 예술혼을 쏟아 부은 열정이 잊혀졌던 우리의 악기는 물론 ‘대나무의 소리’까지 되살렸다./양상용 전문기자

▲김종혁 씨가 자신이 직접 제작한 '대나무장구'를 시연해 보고있다.

▲완성된 작품 중 '대나무장구'는 출품된 상태로 현재 모듬북(4개의 북이 한데 모아져 있는 형태의 북)과 풍물북 등 총 6종의 악기를 복원했으며 제작기법이 사라진 악기는 중국 등지를 돌며 그 원형을 찾아볼 예정으로 교수진들과 논의를 거쳐 복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