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2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1496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4월 5일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윤생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가 ‘아이디어가 기업의 운명을 바꾼다’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기사가 독자들의 교양 쌓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주)





아이디어 제출 1만8600건, 국제특허 보유 17건, 사장 표창 52회, 회장 표창 3회, 특진 7회, 사외 표창 30회, 대통령 표창 5회(한 해에 두 번 수상한 적도 있다고 한다), 훈장 수상 1회….

윤생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가 ‘고졸 생산직 사원’에서 출발해 특진을 거듭하며 ‘대기업 임원’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성취한 기록들이다. 이른바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근로자’의 화신(化身)으로 평가받는 윤 상무의 삶의 내력은, 기업의 흥망이나 성쇄를 결정짓는 핵심적 요인으로 ‘경영자 리더십’ 못지않게 ‘회사원 리더십’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신인 금호그룹은 IMF사태를 앞두고 대우, 쌍룡 등과 더불어 부도 위기에 빠진 기업 1, 2위를 다툴 정도로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당시 재계에서 부도 위험 기업 1위에서 10위까지 거명됐던 회사들은 실제로 IMF사태 이후에 모두 무너졌다. 그러나 2위로 꼽히던 금호그룹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았고, 도리어 지금은 아시아나, 대우건설 등 굴지의 회사까지 인수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거기에는 ‘창조경영’이라는 비밀의 열쇠가 있었는데, 잘 나가는 초일류 기업에는 창조적인 사람이 많다. 대다수 회사나 조직은 당연히 문제와 위기를 안고 있다. 그러나 문제를 ‘꿀’이라 생각하고 상상력, 창의력,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사원들이 ‘벌떼’처럼 모일 수만 있다면 위기는 기회로 바뀔 수 있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기어이 그것을 해결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문제 해결 중독자’. 윤 상무는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그의 사무실 벽에는 수시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어놓은 메모장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아이디어가 현실로 구현되거나 그로 인하여 어려운 문제가 해소되면 메모장을 한 장씩 뜯어낸다.

“금호타이어 생산직 사원으로 근무할 당시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 하나로 타이어 마지막 제조 공정을 10초 단축하는 성과를 올렸다. 기계 한 대당 10초 단축이 뭐 별거냐고 시비 거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기계가 240대나 되고, 여기에다 1년이라는 시간까지 곱할 경우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이 아이디어 하나로 회사는 연간 20억원의 이익을 더 낼 수 있었다. 경영학에서 제일 많이 쓰는 용어가 원가 절감, 기술 개발, 품질 향상, 생산성 향상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러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생산 현장 도처에 수도 없이 널려 있다는 점이다. 나는 1984년부터 아이디어 제출 1018건, 2018건, 2080건의 실적을 거두며 3년 연속 제안왕에 올랐다.”

그렇다면 평범했던 회사원이 제안왕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윤 상무는 “아이디어를 짜내거나 연구하기 위한 시간이 항상 모자랐다”고 고백했다. 그는 “하루 4시간 이상 자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기록하기 위해 머리맡에 메모장이나 녹음기를 비치해 놓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솔직히 잠자는 시간도 아까웠다. 13년 동안 TV 연속극을 하루도 못 봤을 정도로 일에 미쳤다. 타이어 마지막 제조 공정을 단축할 수 있었던 것도 내가 타이어에 미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렇게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아이디어맨이 되고 싶으면 항상 긍정적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 창조적 파괴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발상의 대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 모든 일에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 못지않게 학력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경영자의 마인드도 중요하다. 높은 지식의 소유자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자들이 분명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 같은 괴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입 사원 시절부터 ‘아이디어는 본업, 회사는 부업’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윤 상무는 최고경영자(CEO)의 눈에 띄면서 공장 대리에서 과장을 건너뛰고 곧바로 차장으로 특진하는 행운을 누렸다.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자 윤 상무는 ‘회사는 종교, CEO는 교주’라는 회사원 철학의 실천으로 보답했다.

“경영의 귀재인 잭 웰치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낸 사람을 영웅과 스타로 대접해줘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철저한 프로정신을 가진 회사원과 근로자’를 찾아내거나 키워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사오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하겠다는 의지, 하고 싶다는 열정,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무장한 사람만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회사원은 일류대 학벌이나 20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록 신입사원이라 할지라도 아이디어와 능력으로 승부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학력파괴, 인사파괴, 지역파괴, 남녀파괴 등 창조적 파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창조적 파괴의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망치 같은 사람이 되자.”
/정지환 기자

윤생진 상무의 이력서

▲ 조선대 졸업
▲ 금호-서울대 MBA
▲ 1978년 금호타이어 입사
▲ 1980년 금호타이어 생산반장(최단, 최연소 반장)
▲ 1994년 금호타이어 차장(대리에서 2계급 특진)
▲ 금호산업 타이어사업부 품질경영담당 상무대우
▲ 신지식인운동본부 공동대표
▲ 성결대 북한문제 연구위원
▲ 조선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 국가품질상 심사위원
상훈: 석탑산업훈장, 제1회 전국 제안왕, 품질관리 대통령상, 한국최우수지식인상 대통령상 외
저서: 윤생진의 아이디어 만들기, 미치게 살아라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