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농어민들의 생계에 큰 도움이 돼 온 ‘면세유’ 가 올해 말까지만 공급될 예정이다.

우선 7월부터 지원유류에 대한 면세비율이 75%(↓25%)로 줄어든 후 내년부터는 ‘면세유’라는 단어가 아예 없어진다.

한· 미 FTA 체결로 어수선한 우리 농어민들에게 또 한 가지 걱정거리가 생긴 것이다.

이에 김효석의원을 비롯한 농어촌 출신 의원들이 면세유 공급기한을 연장하거나 기한조항을 폐지해 농어민들에게 영구적으로 면세유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06년 9월 28일),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06년 4월 17일),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07년 2월 8일), 열린우리당 김우남 의원(07년 3월 26일) 등 4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 국회의원 4명이 제출한 ‘조세특례제한법안’의 대략을 살펴보자. 먼저 김효석 의원은 면세유 적용시한을 3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엄호성 의원은 5년 연장 안을 내놓고 있다.

홍문표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면세유 적용시한을 아예 없애 농어민들에게 항구적으로 면세유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우남 의원은 농어민들에게 면세유를 영구적으로 제공하는 대신 불법 면세유 취급자에 대한 처벌강화 조항을 추가했다.

4개 법안은 현재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상정돼 있으며 조만간 통합심의를 거쳐 위원회안으로 조율될 예정이다.

통상 국회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여러 건 제출된 경우 각 법안들의 내용을 조정해 ‘위원회 대안’을 만들어 본회의에 상정한다.

한편 지난 10일 면세유 폐지에 대한 농어민들의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정부관계자에게 전달됐다.

김우남 의원은 10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에게 “한 · 미 FTA를 체결하면서 ‘우리농업을 혁명적으로 지원하겠다’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은 어디로 가고 정부가 면세유를 가지고 이렇게 쫀쫀하게 나오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석동 차관은 “현재 각종 조세특례를 일몰제도로 시행하는 이유는 조세특례제도의 장기화 또는 남발을 막기 위해서”라며 “면세유제도가 우리 농어업경쟁력 제고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와 외국사례를 면밀히 검토한 후 올 상반기 내에 기한연장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몰제도란 특정정책을 실행하면서 정책의 폐지시한을 미리 정해 놓고 그 시점에 근접했을 때 시행한 정책에 대한 연장요구나 수정요구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해당제도가 없어지는 방식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면세유와 관련해 1980년대부터 일몰제도를 시행해왔으며 2~3년마다 한번씩 폐지시한을 연장해 왔다.

김 의원은 “정부는 정치권의 요구에 밀려 2~3년씩 기한을 연장하는 식으로 생색만 내지 말고 한 · 미 FTA 체결로 어려움에 처한 농어민들에게 통 크게 뭔가를 내 놓으라”고 요구했다.

지난 11일 가장 최근 면세유 관련법안을 제출한 김우남 의원을 만나 법안제출 배경과 국회통과 가능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면세유 관련 법안을 제출하게 된 배경은?

“한 · 미 FTA 체결로 우리 농어업이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게 됐다. 우리 농어민들에게 면세유마저 공급되지 않는다면 농어업현장은 마비될 것이다. 당장 본인의 지역구인 제주도의 하우스감귤 농가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농어민들에게 이런 조건을 제공하면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젊고 의욕 있는 영농인들의 경우 매 2년~3년 마다 면세유 존치여부가 도마에 오르면서 여간 골치가 아픈 것이 아니다. 그래서 면세유 공급기한을 폐지하는 내용을 이번 법안에 담았다. 아울러 면세유가 공격받는 이유의 대부분이 부정취급이라는 점에 착안해 면세유 부당취급자에 대한 처벌조항도 강화하는 쪽으로 입법을 시도했다”

- 국회에서 면세유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경우 가장 쟁점이 될 부분은?

“정부의 세수가 줄어드는 문제 그리고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반대의견으로 제기될 것이다. 국회의 예산추계에 따르면 면세유제도 시행으로 3년간 약 6조 2,623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WTO체제를 수용하면서 우리 농어업에 약 120조원의 예산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범위안에서 충분히 지원이 가능한 금액이다.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지적문제는 그리 크게 쟁점이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우리 농업에 대한 국민들의 측은지심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 면세유제도 유지법안의 국회통과 가능성은?

“대한민국에서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국회의원이라면 이번 법안에 반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농업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서는 굳이 농촌출신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이미 모든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 재경위에서 ‘합리적’으로만 법안을 심의해 준다면 통과는 무난하리라 본다. 본회의 역시 농어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해 늦어도 9월 정기국회에서는 답을 낼 것으로 본다. 연장기한을 폐지하는 문제는 아직 섣불리 얘기하기 어렵지만 농어민들이 내년에 면세유를 공급받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일단 면세유제도 기한연장은 따 놓은 것이고 정부 예산당국을 상대로 기한연장조항의 폐지를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의도통신=유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