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자체통제 기능 확보는 필수적이다”

■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통제장치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은 권력의 독점을 막기 위해 ‘3권 분립의 원칙’이라는 상호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3권 분립’은 행정 · 입법 · 사법이라는 국가권력을 분산시켜 상호간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 관계를 유지시킴으로써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려는 통치조직의 원리다.

지방자치에 있어서도 집행부의 자치 권력의 남용이나 공익을 저해하는 전횡을 막기 위해 지방의회라는 주민들의 대의기관을 두어 ‘견제와 균형’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다원화된 사회 구조 속에서 행정은 점차 복잡해지고 세분화되어 전문화되어 가고 있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지방의회 의원들의 행정에 대한 감시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지방자치에 있어서의 ‘견제와 균형’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행정의 공개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주민참여를 확대하여 시민에 의한 행정통제를 강화하며, 위법 · 부당한 행정처분으로부터 실질적으로 주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주민감사청구제도’가 도입되었으나 아직까지는 지방자치단체와 단체장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효율적인 제도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31. 지방선거 결과 일부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집행부와 지방의회를 독식하여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주민들이 자치단체라는 대의제 기관에 대한 통제수단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지방의회를 대신해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견제 · 통제하는 제도로서 지난해 ‘주민소환제’를 도입하게 됐다.

올해 5월 25일부터 처음 시행되는 ‘주민소환제’는 지방선출직 공직자가 임기 중에 각종 비리에 연루되거나 문제가 있을 경우 해임시킬 수 있는 통제장치로, 주민투표라는 과정을 거쳐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재신임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로, 선출직공무원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제어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도 지방자치단체 내에 자체 감사조직을 두어 행정 내부의 자율적인 통제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으나 실상은 자치단체장의 하수인에 불과할 정도로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하여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주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

지방자치단체의 자체감사는 해당 자치단체가 건전한 행정작용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주민들의 이익을 보호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자체감사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면 감사를 통하여 정책능력을 향상시키고,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합리적 이용을 확보하게 되며, 지역주민에 대한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방공무원의 비리와 부정을 미연에 방지하고 발생된 비리와 부정은 공정하게 척결하여 공직윤리를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자체감사는 주로 합법성과 경제성 감사를 수단으로 하는 소극적 · 통제적 기능과 효과성과 능률성 감사를 수단으로 하는 적극적 · 지원적 기능을 통하여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작용을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하고자 한다. 또한 이들 두 기능을 연계하여 균형 있게 활용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전반적인 행정작용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주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자체감사가 본래의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현재는 감사인력이 자치단체장의 인사발령에 의하여 배치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 인사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형편으로 신분보장이 되지 않고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데 기인한다.

자체감사 기능을 개선하여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자체감사 기능은 속된 표현으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지키라고 맡겨 놓은 것’과 다름없는 실정으로, 이런 상태에서 감사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숲 속에서 생선을 구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어려운 현실이다.

실제로 담양군의 자체감사 기능을 보면 1개 전담부서에 3명의 감사인력이 배치되어 있는데 절대 인력 부족으로 내실 있는 감사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근무기간도 관련 규정에 의하면 2년 이상을 근무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그 기간을 지키는 경우는 드문 형편이다.

■ 자체 통제를 위한 최적의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자체감사 기능은 전반적으로 취약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올바른 평가다.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체감사 기능을 개선하여 지방분권시대에 걸맞게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책무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체감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천방안으로 우선 자치단체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감사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역량을 갖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자체감사의 독립성과 함께 감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여기서 필수적인 것은 감사요원에 대한 신분보장이다. 이런 것들을 포함하는 ‘감사위원회’ 제도의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본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에서는 이미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다. 집행부와 지방의회로부터 독립된 제3의 기구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감사위원의 선임은 자치단체장이 하되 의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으며, 그 구성원의 자격은 감사 관련 전문가와 의회 의원 중에서 선임하고 상근위원의 임기는 4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했을 때 기대되는 점은 지방행정의 정책결정은 지방의회가, 그 집행은 집행기관이 담당하게 되고, 그 결과에 대한 감사는 ‘감사위원회’가 맡음으로써 효율적인 견제와 균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분권시대에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책무의 균형을 도모하여 지역의 발전을 이루려고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자체감사 기능의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앞서 예시한 ‘감사위원회’ 제도처럼 이미 다른 나라에서 도입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는 제도라고 할지라도 여러 가지 여건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도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을 거둔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므로 이들 제도의 도입이 가져올 여러 가지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제도의 도입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방분권시대에 진정한 지역 발전을 도모하려면 바람직한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