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산성과 담양호가 맞닿은 곳에 자리한 송학민속체험박물관(관장 김종욱).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시골풍경 속에 자리 잡은 박물관 마당으로 들어서자 이마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짚으로 공예품을 만드느라 한창이다.

경로당에서 소일하는 농촌 노인들과는 달리 짚공예에 푹 빠져 있는 이들은 대부분 60-70대 노인들이지만 손놀림은 젊은이도 흉내 내기 어려울 만큼 날렵했다.

“이게 뭐야? 신기하게 생겼어요.”

가족들과 함께 봄나들이를 겸해 이곳을 찾은 한 어린이는 큰 눈망울로 계속 재잘대며 노인들의 손끝에서 어느새 형태를 갖춰가는 모습에 정신을 놓은 채 구경에 푹 빠졌다.

짚공예 구경 삼매경에 빠지기는 어른들도 마찬가지.

“여보, 저것은 어디다 쓰는 물건 같은가?”
“잘 모르겠는데 당신은 알아요?”
“알제. 어렸을 때 집에서 소를 키웠는데 그 때는 도로 대부분이 자갈밭이어서 미끄러지지 말라고 해서 소 발굽에 맞춰 소 신발을 신겼었제. 소신발이여”

이처럼 세대 간에 차이를 넘어 정담이 오가는 마당을 펼친 것은 김종욱 관장이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맥을 잇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전통 짚풀 공예 전시체험장’으로 다양한 짚풀 공예품을 감상하고 원하는 이에게는 기술까지 전수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노인들이 한창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들은 지게등받이로 사용하는 등태를 비롯 곡식을 담는 둥구미, 삼태기, 멜빵, 둥우리, 가마니, 거적, 금줄, 방석, 망태기, 멍석, 소신발(?), 도롱이(우장) 등 옛 생활용품에다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재품들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마을 노인들은 인근 대성리 주민을 비롯 무정면 오룡리 주민들로 예전의 경험을 되살려 솜씨를 자랑하고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지금이야 공장에서 만들어 놓은 것 돈 주고 사면되는 편안한 세상이지만 옛날에는 다 손으로 직접 만들어 쓸 수밖에 없어 삼삼오오 모여서 밤늦게 까지 새끼도 꼬고 가마니도 짜고 했지.”모내기철 농민들의 비옷인 우장을 만들기 위해 바삐 손을 놀리던 박종열씨(66, 대성리)는 잠시 허리를 펴고 “노인들이 여가를 보람 있게 보내서 좋고 젊은 사람들에게 조상의 슬기와 삶이 스며있는 전통문화를 가르치니 좋은데다 용돈까지 벌 수 있어 일석삼조이다”고 반겼다.

옆에서 닭이 알을 낳을 수 있는 둥우리를 만들던 박종용 옹(72, 오룡리)은 “짚으로 못 만드는 것은 없어. 망태기가 가장 시간이 많이 걸려 힘들기도 하지만 대신 가장 높은 가격에 팔수 있어 나름대로 보람은 있다”며 “예전 같으면 노인당에서 화투나 치고 장기나 두면서 무의미 하게 시간을 보냈을 텐데 여기 와서 옛날 일도 회상하며 짚공예 일도 하다 보니 어느새 지갑에 여유가 생겨 손주 녀석들에게도 인심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에서 노인들에게 점심 주는 것 못지않게 노인들의 여가 생활은 물론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경로당에 모여 짚공예품을 만들고 판매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며 “배고픈 사람에게 고기를 주는 것도 좋지만 고기를 낚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짚공예를 만드는 손을 잠시 멈춘 노인들은 “옛날에는 짚이 길어서 물건을 만들기가 좋았는데 요새는 나락이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키가 작은 품종을 선호하고 콤바인으로 수확하다보니 짚으로 물건을 만들기가 어렵지만 우리 선조들의 필수품에서 이제는 민속촌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전통 공예품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보여 줄 수 있어 참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김종욱 관장은 “짚공예 작업장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함은 물론 누구나 현장에서 짚공예 제작 체험을 체험할 수 있고 여기서 제작한 물건은 구입 할 수 있어 가족 문화 체험장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 된다”고 말했다./양상용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