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오후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층 소회의실에서 '수용자 입장에서 본 2007 대선보도 제안'이라는 주제로 언론인권센터 창립 5주년 기념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17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언론들의 공개후보지지가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하며 대선후보자들의 선거자금 출처와 사용처를 검증하고, 언론의 선거보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혁남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인권센터(이사장 이장희)의 주최로 8일 오후 3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수용자 입장에서 본 2007 대선보도 제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날 토론회는 언론인권센터의 창립 5주년 기념토론회로 열렸으며 17대 대선보도와 관련된 문제점과 쟁점들을 짚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권혁남 교수는 '17대 대통령선거와 바람직한 언론의 선거보도'라는 주제로 발제를 통해 "우리 언론이 지난해 추석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를 중계방송하기 시작하면서 대선 분위기를 한껏 띄워놓은 덕에 2월 지금의 시점은 레이스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주자들의 경쟁과 언론의 취재열기는 매우 뜨겁다"며 "이러한 대선 열기의 조기과열은 언론에 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대통령선거운동을 마라톤에 비교해 설명했다. 수십 명이 출발선을 같이 출발하지만 레이스 도중에 하나 둘씩 선두권으로부터 이탈하다가 결국 두 세명은 누가 먼저 결승점 통과를 하느냐를 놓고서 각축을 벌이게 된다는 것.

그는 "마라톤을 중계하는 텔레비전 카메라는 오직 선두권만을 비쳐주기 때문에 선두권을 벗어난 선수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완전히 멀어지게 된다"며 "대통령선거 역시 마찬가지로 후보들은 선거초반부터 살아남기 위해 언론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과 생존가능성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고자 노력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이 특정후보 공개지지 할 수 있을까?

현행선거법 제96조에 따르면 방송신문통신잡지 기타의 간행물을 경영관리하는 자 또는 편집취재집필 보도하는 자는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에 관해 허위사실을 보도하거나 사실을 왜곡해 보도 또는 논평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언론의 특정 후보 공개지지를 금하고 있다는 것이 권혁남 교수의 주장.
권 교수는 언론의 특정후보 공개지지 논쟁과 관련, "선거철만 되면 일부 언론은 말로는 공정보도와 객관보도를 외치면서 특정후보와 정당을 노골적으로 편들곤 한다"며

"17대 대선을 열 달 앞둔 지금도 일부 신문들의 특정 후보 편들기 작업은 계속되고 있는데, 이를 두고서 언론사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언론의 특정 후보 공개지지를 합법적으로 허용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언론의 지지후보 공개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외국의 신문처럼 편집권 독립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기자들은 사주의 눈치를 살필수 밖에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의 지지후보 공개를 허용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많다면서 그 예로 김재영(2004)의 <언론의 특정 정당지지 어떻게 해야하나, 2004 총선미디어연대국민연대 세미나 발표논문>을 인용해 소개했다.

이 논문은 언론이 지지후보를 선언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점으로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을수 있고 △자발적으로 신문사 내부의 편집권 독립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조성 △언론의 정치적 입장표명은 선거시기에 후보자와 정당으로 하여금 정책대결 풍토를 유도하고, 언론은 정책중심의 보도태도를 견지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조준상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발제자인 권 교수는 국내 선거법이 후보의 공개지지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데, 이 부분에 의견을 달리한다"며 "언론의 특정후보 공개지지를 선법에서 금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발제문에 나오는 선거법 제96조(허위논평, 보도의 금지)는 허위보도와 왜곡보도를 통한 후보 비방 및 후보 지지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실에 입각한 의견 제시를 통해 후보를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고 공개선언하는 것에 대한 법적 제약은 없고, 공개 기지 여부는 언론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실제로 신문 저널리즘의 가장 큰 문제로 수용자들의 상당수가 지나친 정파성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언론들이 후보 공개 지지를 꺼리는 것은 이런 상황의 반영이기도 하다"면서 "문제는 친여지 또는 여당지니 하는 낡은 기준이 횡행하는 한, 후보 공개지지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언론의 특정후보 공개지지에 대해서 김종천 변호사(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장)는 "현행 공직선거법은 제58조, 제96조 규정은 해석상 언론사가 선거운동 방법의 제한규정으로, 허위사실 보도, 왜곡보도 또는 논평 등을 통해 선거운동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취지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라며 "이를 언론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 자체를 금하고 있다고까지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현재까지 언론사가 공개적ㆍ명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등의 보도를 하지 아니한 것은 건국 초기와 군사정권 시절의 미성숙한 정치ㆍ선거풍토를 감안할 때, 정권의 언론사에 대한 탄압 등에 대한 우려로 현 정권의 후보자 또는 장래 정권취득의 가능성이 있는 후보자를 반대하는 언론사의 공식적 선거운동이 불가능한 보도환경 하에서 형성된 선거보도의 관행이 이후 민주화가 진행된 사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대선후보 대담보도 중지요청' 논란 증폭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현행선거법 제82조 제1항에 따르면 언론기관은 대통령선거에서는 선거일전 120일 이전에는 대담토론회를 개최해 이를 보도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에 지난해 12월 19일 대선후보 예정자에 대한 대담보도를 8월까지 중단할 것을 요구해 정치권과 언론에서 논란이 증폭됐다.

즉 언론사는 선관위의 대담보도 중지 요청을 둘러싸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야당후보들을 견제하기 위한 선관위의 정치적 의도라고 비난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권혁남 교수는 "요컨대 한 장소에서 후보와 인터뷰를 하는 것은 위법이며 장소를 옮기거나 전화, 인터넷 등의 간접취재행위는 합법이라는 것은 참으로 군색하기 짝이 없다"며 "결국 중앙선관위가 언론취재 보도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언론기관의 대담의 경우에는 이를 상시 허용하는 방향으로 국회에 개정의견을 제출키로 결정했다고 하니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은 후보들이 제기하는 정책이나 이슈를 강조하기 보다는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이나 이슈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비중있게 보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언론이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편승하는 보도를 해서는 안되며 동시에 정치인들의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여과없이 인용보도해서도 안된다"면서 "모든 후보들에 대한 산술적인 균형보다는 뉴스 밸류를 더 중요시해 경쟁력이 있는 주요 후보들을 차별적으로 더 많이 보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군소 후보들에게도 최소한의 시간과 지면은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UCC열풍으로 인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변화 흐름에 따라 대선후보예정자 보도 규제도 변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창은 인터넷신문 대자보 편집국장은 토론에서 "오늘 발제에서 선관위의 규제나 법제도와 관련해서 신문과 방송, 인터넷으로만 한정할 수 없는데도 수용자 범위에서 미디어 영역을 설명하는 것이 미흡했고, 여러 가지 다양한 기술적 방식이 새롭게 등장하는데 이를 포괄할 수 것이 언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한나라당 유력후보 UCC 동영상이 포털에 있는 것을 선관위가 삭제하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 언론학자나 언론계가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며 "선관위는 (UCC동영상이) 포털에 올라가는 것을 피해야 하며 개인 블로그나 정당 홈페이지에 있는 것은 무방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인터넷이라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것을 갖고 규제하려니 제대로 규제가 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까지 전통적 방식의 대선후보와 관련한 언론보도와 관련해 수용자의 입장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고 있는데, 이제 미디어 환경이 달라지고 있는데도 선관위가 이것을 명확히 규정할 근거는 없다"며 "선거법의 기준은 전통적인 언론방식에 기준을 맞춰져 있으며 새로운 뉴미디어 환경과 방통융합 변화속에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데, 수용자들의 인지나 접근 측면에서 뉴미디어쪽의 접근방법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그는 "2002년에 비해 언론환경은 급변했으며 우리나라 언론은 정치과잉적이며 정치편향적이고, 대선후보 보도문제는 우리나라 전체적 정치환경과 언론환경과 연결되기 때문에 이러한 언론의 정치편향적인 모습을 걷어내고 새로운 언론운동과 시민운동의 틀 속에서 대선언론보도가 조율돼야 한다"며 "언론의 선거보도를 감시할 상시적 범시민단체로 언론노조, 기자협회 등이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토론회에서 일부 토론자들은 현행 선거법 테두리내에서도 언론기관의 대선후보 지지를 할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언론이 숨어서 후보를 지지할 것이 아니라 아예 드러내놓고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날 토론회는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가 사회를 맡았으며 토론자로는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종천 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장, 조준상 언론노조 정책실장, 이창은 인터넷신문 대자보 편집국장이 참여했다.

/기사제공 시민의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