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무개 할아버지는 일제시대인 1930년에 태어나 지난해 일흔 일곱 살을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젊은 시절 고생을 많이 했던 김 할아버지는 나이가 예순에 접어들면서부터 항상 병원신세를 져야 할 정도로 몸이 불편해졌다.
할아버지는 관절염, 고혈압, 당뇨, 백내장, 치매 등으로 17년간 고생만 하다가 결국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어르신 중의 한 분이다. 김 할아버지는 우리나라 평균수명인 75.1살(여성 81.9세)보다 오래 살았다. 장수를 한 것이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장수하는 동안 본인과 그 가족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여기서 ‘건강수명’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나온다. 건강수명이란 ‘단순히 얼마를 살았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활동을 하며 건강하게 산 기간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평균수명’보다 더 중요한 보건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에서는 일본이 1위이고, 우리나라는 191개국 중 51위다.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건강수명은 남자가 64.8세, 여자가 70.8세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고령인구 가운데 남자는 평균 7년을 그리고 여자는 평균 9년을 각종 질병에 의한 장애에 시달리다 사망한다는 뜻이다.

장수국가인 일본의 평균 건강수명은 남자가 72세, 여자가 78살이다. 남, 여가 각종 질병에 의한 장애로 각각 6.1년과 7.5년 고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평균수명(남 : 64.4세, 여 : 67.1세)과 건강수명(남 : 58세, 여 : 59.7세)이 모두 낮았으며 그 격차(남 : 12.1년, 여 : 13.2년)도 컸다.

노인복지의 핵심은 평균수명과 건강수명 사이의 격차를 얼마나 줄이느냐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이에 김효석 의원이 지난 8일 두 ‘수명’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노화과학기술연구 촉진법’ 제정을 약속했다.

‘노화과학기술연구 촉진법’에는 정부가 노화와 관련한 과학기술 연구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는 것은 물론 노화관련 연구를 책임질 국책연구기관을 설립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 8일 ‘노화과학기술연구 촉진법’ 입법을 위한 공청회(주최 김효석 의원)에 참석한 서울대 박상철 교수는 “노화는 숙명이 아니라 치료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라며 “얼마든지 지연시키고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노년을 소모적인 삶으로 인식하지 말고 생애 마지막까지 활기차게 사회 일원으로 활동하는 ‘생산적 노화’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장수는 축복이지만 건강이 따라주지 않으면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서울대 조영태 교수(보건대학원) 역시 “건강 수명을 1년 연장하면 모두 3조 4천억 원의 사회적 부담이 줄어든다”며 “쓸데없는 정책으로 예산만 낭비하지 말고 노화연구를 위한 기초다지기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청회를 준비한 김 의원은 자리를 정리하며 “노인들을 ‘무능력자’로 간주해 엄청난 비용을 소모하는 복지의 수혜자로만 보지 말고 우리사회의 당당한 ‘생산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는 노인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의도통신 유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