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람 양,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올 겨울은 수능을 보고 대학에 원서를 썼던 제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고통스런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부터 꿈 꿔온 경영학도의 나래를 펴기도 전에 접어 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한스럽고 생면부지의 부모님이 원망스러워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만 더 공부를 잘해 수석 합격으로 등록금을 면제 받고 국립대학에 진학 할 수 도 있었는데, 등록금은 물론 납부금도 비싼 사립대에 원서를 썼던 제가 후회스럽기도 하고 대학합격의 기쁨에 겨워 부모님을 졸라 원하던 것을 사고 예쁘게 치장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노라면 부러운 마음과 질시하고 있는 제가 너무나 초라한 존재로만 여겨졌습니다.

그래도 어린 손주가 명문대학에 합격했는데 가난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 시킬 수 없다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니고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파지를 주워 오시는 외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속으로 흘린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쉼 없이 흐르는 감정의 강을 건너기가 벅차기만 할 정도로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마음 졸이던 그 시간들은 참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저도 ‘가만이 앉아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 릴 수 없다’는 마음으로 올해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도 해보았지만 제 앞에 펼쳐 진 현실은 길이 보이지 않은 암흑세상 같기만 했습니다.
이대로 다른 대학에 가야 하나 고민 하던 저에게 다행이도 한 줄기 빛처럼 주위의 도움의 손길이 닿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어려서부터 지켜본 이웃 아저씨의 도움으로 신문에 제 이야기가 나가게 되고 많은 분들이 제 등록금 마련을 위해 성금을 보내 주셨습니다.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저에게 보내주시는 그 마음들은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멀리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생활하시는 향우 분들을 비롯 남초교 동문들이 앞장서 도움을 주시고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담양우체국 집배원 아저씨들, 소고기 수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인과 축협 직원 여러분, 그리고 담양주간신문사 임직원 여러분들, 여성 기업인 여러분들께 평생을 걸려도 다 갚지 못할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합니다.

연말에 하는 각종 영화제나 방송사 시상식에서 수상을 한 이들이 소감을 말하면서 가족을 비롯 주위 분들의 이름을 한 분 한분 거명하며 눈물을 흘리고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 가식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제가 저를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글을 쓰다 보니 북 받치는 감정을 제어하기가 힘듭니다.

제가 열심히 살면서 저보다 힘든 사람들을 돕는 것이 이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지금 제가 받는 이 도움들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저에게 빚이 될 것입니다. 저에게 아낌없는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자랑스런 담양의 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더 노력하여 당당한 모습으로 성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