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로 시끌시끌하다. 처음에는 문화관광부가 들썩거리더니, 청와대까지 밀려오는 바닷물을 막기에 정신이 없다. 와중에 영등위(영상물등급위원회)는 KO됐고, 최근에는 국회 특히 문화관광위원회가 집중적으로 얻어맞고 있다.
엄청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중진 의원이 압력을 행사했다니, 국회 문광위에서 정부의 강력 단속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니, 문화관광부가 사행성 게임장에 대한 단속을 요청한 것은 단 2회에 불과했다니...이제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헛갈릴 정도다. 정신 없다.
하지만 이런 보도들은 한마디로 정리된다. '네탓 내탓'공방이다. 여당 책임이다, 아니다 한나라당도 못지 않다. 정부 책임이다. 아니다, 청와대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의 책임이라고 나서지 않는다.
비슷하다. 하긴 그동안 얼마나 이야기가 많았나.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비료 이야기'가 있었고, 전두환·노태우 때는 '사과상자 이야기'가 있었다. '차떼기 이야기'도 유명하고, '삼성 이야기'도 소문이 파다하다. 한숨이 나오기는 한다. 이젠 '도박 이야기'라니. 이걸 '정경유착'이라 하기는 좀 그렇고, 뭐라고 불러야 하나. 도박의 내기 도(賭), 그럼 정도유착? 아예 도둑 도(盜)를 써서 '정도유착'이라고 해도 괜찮겠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도둑놈들 이야기' 아니냔 말이다.
도둑놈들 이야기의 알맹이는 이렇다. '더 빨리, 더 많이'가 '한탕'이다. 한탕을 하려니까 더 큰 힘이 필요하다. 정부 고위층에 선을 댄다. 아, 그런데 이것저것 장애물(규제)이 또 왜 이렇게 많아? 정치하려면 돈 많이 필요하다더라, 국회의원께도 인사드려야지.
이제 한탕할 일만 남았다. 어디 조그만 회사가 덤벼? 우린 다 그렇고 그런 사이거든?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로비하지 않고 기업하나? 이게 정경유착이고. 복권 사서 '한탕'을 바라는 사람들, 오락실에서 시뻘건 눈으로 '한탕'을 바라는 사람들을 노리고 하는 짓이 정도유착 아닌가.
갈수록 살벌해지는 세상이다. 예전에는 거리가 좀 멀게 느껴졌다. 작은 회사 사장님들이 '타겟'이었으니까. 헌데 이제는 정말 내 주머니 돈을 털어먹으려는 도둑놈들이 날뛴다. 기가 막힌 것은 서민들을 위한다는 정치인들이 여기에 합세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놈의 나라에는 '우리 이야기'가 없는 것 같다. 까마득히 치솟는 집 값에 절망하고, 갈수록 오르는 공과금에 허덕거리고, 어떻게 내 자식 앞날 좀 훤하게 하려면 강남으로 이사가야 하는 교육 현실에 한숨을 쉬는 우리 이야기 말이다. 얼씨구? 나라에서는 자식 많이 낳으면 대접해준다는 꿈같은 소리만 하고 자빠졌네!
그래서 바다이야기가 더욱 남의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속지 말자. 사과상자 이야기야 멀리 느껴졌겠지만, 바다 이야기는 확실히 우리 이야기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말처럼 "해 처먹을 게 없어 시민 피 빨아먹는" 우리 이야기다. '네탓 내탓'공방이 좀 짜증나더라도 끝까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자. 어느 놈이 도둑놈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