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10년, 지방행정의 모든 것이 정체돼 있다, 지방공무원들은 자신들이 정체돼 있다는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이러다 큰일 나겠구나!”
지난달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공무원 인사교류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간담회를 주최한 한나라당 이인기(경북 고령 · 성주 · 칠곡, 행정자치위원회) 의원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현장을 방문한 소감을 피력한 내용이다.
중앙정부의 ‘탁상행정’과 지방정부의 ‘우물안 개구리 행정’을 해결하기 위해 시행돼오던 공무원의 인사교류 실적이 민선자치시대 이 후 급격하게 줄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인사교류 현황은 00년 411명에서 112명으로 73% 감소했으며 지방정부간 인사교류는 3,225명에서 1,607으로 50% 줄어들었다. 이 같은 교류인원은 전체 공무원 가운데 1~2% 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감소추세는 민선단체장 등장 이 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간담회의 발제를 맡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김병국 자치정책연구실장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기본적으로 인사행정의 폐쇄적이고 전근대적인 운영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지방정부는 인사교류를 우수인력의 유출이 아니라 우수인력의 훈련프로그램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중앙정부는 관선시대와 달라진 지역현실을 고려한 인사교류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실장은 “지방공무원을 지방선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일부 단체장의 정실인사와 관선시절처럼 지방행정조직에서 군림하려는 중앙정부의 구태가 인사교류의 활성화를 막고 있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역이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은 물론 인사교류에 참여하는 공무원에 대한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명의의 토론문을 들고 나온 서울 강남구청의 김상돈 부구청장은 “자치단체의 경우 직장단체직장협의회에서 중앙정부의 인사를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며 저항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으며 1~2년 자리만 차지하다 갈 인사교류자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기지 않는 일선 현장의 현실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뿐만 아니라 과거와 달리 중앙부처 근무경력이 자치단체 차원에서 전혀 인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민선 자치시대의 특성을 감안해 인사교류를 지원하는 공무원에 대해 지금 보다 더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자치부에서 충청남도로 인사교류중인 김동완 충남기획관리실장은 “행정일선에서 일하다 보면 인사교류의 필요성을 절감할 때가 많다”고 현장의 상황을 전하며 “그러나 인사교류정책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관료들이 인사교류에 대해 지금보다 더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게 된다면 그동안 공무원교류를 통해 부드럽게 해결했던 일들이 모두 갈등으로 표출될 것 ”이라고 걱정스런 전망을 내놨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인사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데는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인사교류 활성화를 위해 강제규정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을 보였다.
먼저 김상돈 부구청장은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며 “인사교류를 위한 강제규정 없이는 실적이 정체를 면치 못하거나 오히려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김 부구청장은 “인사평점에 전혀 도움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주택구입 수당 및 가족에 대한 지원이 너무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정책의 취지만 보고 따라갈 공무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리를 함께한 목포대학교의 박종두 교수와 부산대 강성철 교수 역시 강의 차이는 있으나 어느 정도의 강제는 필요할 것이라고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김동완 기획실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책을 따르지 않는 자치단체에 벌칙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지방정부에 선물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그동안의 정책집행과정을 살펴보면 강제를 바탕으로 한 정책은 시간이 갈수록 규제가 느슨해지면서 정책자체가 유야무야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를 주최한 이 의원은 “현재의 지방행정을 그동안 오래 몸담았던 경찰행정과 비교하면서 인사교류를 생각하게 됐다”고 간담회 계기를 설명하고 “경찰조직이 인사교류를 통해 상호 감시 · 비판하면서 유지되는 것을 참고해 지방행정에도 인사교류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인사교류법안을 정비 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