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 자살 사건의 여파로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과 민주당 사이에 감지되던 통합 관련 움직임이 전면 중단됐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과의 통합론은 지난 10월 26일 재보선 이후 열린우리당 내에서 염동연 의원 등 호남 출신 의원들이 제기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임종석 의원 등 일부 소장파에게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년 지자체 선거와 내후년 대선의 승리를 위해선 민주당 등 ‘민주화 세력’의 통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호남 출신의 양당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통합에 관한 서로의 생각들을 주고 받고 있었다. 이와 관련, 이낙연 의원 등 광주서중, 광주일고 동창 출신 양당 의원들은 지난 20일 대학로의 한 주점에 모여 친목도모를 겸한 술자리를 가지면서 정계개편 및 양당 통합론 등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낙연 의원은 다음날인 21일 브리핑을 통해 “17대 국회 이전에도 수십 년 동안 있어왔던 모임으로 이번 국회 들어와서 석 달에 한번 정도 만남을 가졌다”면서도 “의원 개개인이 가진 현실 인식과 함께 이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나눴다”고 말해 이 자리에서 양당 통합과 관련된 원칙적인 수준의 논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DJ 정부 시절 도청과 관련돼 검찰을 수사를 받았던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이 지난 20일 저녁 자살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싸늘해진 호남 민심과 함께 얼어붙었다.
특히 염동연ㆍ주승용ㆍ이영호 우리당 의원과 신중식ㆍ이정일 민주당 의원 등 양당 호남의원들은 오는 26일 1박2일 일정으로 회동을 갖고 양당 통합론 등 정계개편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
가뜩이나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장인 임동원ㆍ신건씨의 구속으로 상황이 안 좋은 마당에 이 전 국정원 2차장의 자살이 겹치는 등 극도로 얼어 붙은 호남 민심 속에서 이날 만남이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거기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 최근 통합론을 주장하는 의원들에 대해 ‘입단속’에 나선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이들 의원들은 이에 따라 정기국회가 끝난 후 적당한 시점을 잡아 다시 양당 통합 관련 논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통신=김봉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