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한나라당 농어촌 살리기 특별위원회(위원장 이방호 의원)가 주최한 ‘쌀협상 국회비준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주제의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WTO 체제내의 쌀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우리 농민들에게 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시켜주지 못했다며 정부를 성토하는 농민단체의 의견과 나름으로 10년이라는 쌀 개방 유예기간을 확보한 것은 큰 성과라는 정부의 의견 그리고 쌀 문제는 쌀협상만의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인 농정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는 학계의 의견이 제시됐다.
먼저 정부측은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그동안 쌀 협상을 위해 준비한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나름의 성과를 평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이명수 농림부 차관은 “정부는 그 동안 ‘선대책, 후개방’을 기본전략으로 ‘농가 소득보전대책’, ‘쌀 품질 고급화 보완대책’, ‘농가부채 경감대책’등을 정책적으로 지원해 왔으며 이번 쌀 협상 비준을 준비하면서도 농민들이 추가로 제시한 20건의 추가대책 가운데 불법 수입쌀 단속 강화와 농지은행제도 조기 도입 등 16건을 수용해 농민들의 시름을 덜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쌀협상을 직접 담당했던 외교통상부의 이재길 협상담당대사는 이번 쌀 협상에 대해 “우리나라처럼 쌀 유통체제가 취약한 국가에서 쌀 시장을 개방했을 경우 가져올 여파는 개방을 통해 극심한 혼란을 겪었던 대만의 예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내 쌀 시장을 점검하는 시간으로 10년의 유예기간을 확보한 것은 큰 성과”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번 쌀 협상의 직접당사자인 농민단체들은 이번 쌀 협상을 ‘실패한 협상’으로 규정하고 획기적인 보완대책 없이 쌀협상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농민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전국농민회의 박웅두 사무총장은 “이번 쌀 협상은 처음부터 잘못된 협상이었고, 협상결과에 따른 그 후속대책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고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문제에 반대하는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확인하기 어렵고 쌀 산업의 공공성에 대한 대가로 지불되어야 할 논농사 직불금을 농민들의 소득보존과 연계하는 방안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의 탁명구 사무총장은 “정부가 이번 쌀 협상에 따른 후속대책이라고 내놓은 정책들은 이미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는 제도들”이라고 지적하고 “이런 ‘눈 가리고 아웅’식의 농정정책이 농민과 정부사이를 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해 한국 농촌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학계 관계자들은 한국농업은 이번 쌀 협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쌀 협상’보다 ‘한국농업’이라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중앙대 윤석원 교수는 “농업정책에 시장원리를 적용하는 농업선진국은 없다”고 전제하고 “농정정책 특히 쌀 정책에 있어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적 관점이 필요하며 이번 쌀 협상에 대응하는 정부의 정책 역시 이러한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이태호 교수도 “이번 쌀 협상의 핵심은 ‘유예’, 즉 시간을 벌자는 것이었음”을 지적하고 “그러나 우리 쌀 산업을 지키는 것은 유예협상이 아니라 품질 좋은 쌀은 생산하는 농업인과 우리 쌀을 사랑하는 소비자 그리고 확고한 쌀 산업 정책을 세우는 정부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쌀 협상의 국회비준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청회에 참여한 ‘농업정책 3주체’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불가피함을 인정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자체 전략으로 협상을 타결해 오고, 대외신인도를 고려해 비준을 촉구하는 지금 상황은 처녀가 애를 가졌으니 결혼시켜 달라고 조르는 격”이라고 표현하며 “결혼은 시키고 잘 살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비유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김광원 위원장 역시 “예전 쌀이 모자라 태국으로 또 일본으로 쌀을 얻으러 다닐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하고 “보완책을 찾아 비준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한나당의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김광원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이상배 의원, 민주당 이정일 의원,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등 20여명의 국회의원들과 심규철 전 의원을 포함한 원외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쌀협상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현했다. /여의도통신 유광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