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임시국회서 농어촌 관련 법안이 20여 개나 국회를 통과했다. 농민단체들이 그동안 '농지투기법'이라며 국회통과를 막았던 농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난립되는 펜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농어촌 정비법' 개정안, 웰빙(well being) 시대에 맞는 우수농산물 관리를 집중하기 위한 농산물 품질관리법 등도 마련됐다.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산림법이 3개로 분법됐으며, 선박투자회사법 개정안의 통과로 신속하고 많은 양의 선박제조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면 농해수위 심의를 거쳐 6월 임시국회를 통과한 농어촌관련 법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 가장 논란이 됐던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의 통과로 농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대표발의한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정부가 제출한 '농지법중개정법률안'의 내용을 수정해 대안으로 제출됐다.
개정된 농지법의 주요 내용은 현행법상의 까다로운 농지임대 규제를 풀고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 주민이나 거대자본이 자유롭게 농지를 취득할 수 있게 법을 바꿔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은 첫째, 농업회사법인의 농지소유요건 중 출자지분에 관한 조항을 삭제하고 둘째, 개인이 소유농지를 농업기반공사 등에 위탁하는 경우 임대를 허용하되,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한 자가 농업경영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3ha까지만 임대할 수 있도록 그 허용범위를 제한했다.
하지만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문경식)은 지난 달 16일 "농업을 파괴하고 농지투기만 부추기는 '농지투기법'"이라며 농지법 개악안 국회통과를 철회하라"는 논평을 낸 바 이미 전체 농지의 50%이상을 부재지주가 소유하고 있고, 편법으로 농지전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비농민에 대한 농지소유를 합법적으로 보장해 준다는 것은 헌법 121조에 규정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전국토를 투기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전농은 "농지 전용에 따른 개발 이익을 환수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는 정부의 농지법 개정안은 농지마저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번에 통과된 농지법 개정안에 대해 이영수 전농 대외협력 국장은 "전면적 소유규제완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농민의 농지소유를 법적으로 많이 허용했다"면서 "비농민이 투기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하는 것을 못하도록 법적인 강제장치를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애초 강기갑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에는 농지보존의 목표수준을 식량자급하고 연계해서 설정하도록 명시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즉 농지보존의 수준을 경작의 산출량과 연계시킴으로써 어느정도 투기를 막아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농해수위 심의 과정에서 농지보존의 목표수준을 식량자급과 연계하는 방안은 빠지고 이후 '농업농촌기본법'에 명시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현재 농업농촌기본법은 정부가 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9월에 발의할 예정이다.
◇산림법= 현행 산림법을 정책분야별로 전문화하기 위해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 '국유림의 경영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 '산림문화, 휴양에 관한 법률안' 등 3개의 안으로 분법했다. 현행 산림법은 1961년 제정된 이래 41차례의 개정으로 삭제된 조문이 많고, 다양한 예외규정이 혼재하여 그 내용이 복잡하다. 또한 수자원함양, 대기정화 등 산림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과 도시림, 가로수 등과 같은 생활권 녹지에 대한 관리,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산림자원의 조성, 육성 및 이용체계 등을 마련하기에는 그 기반이 미흡하여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농산물품질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우윤근 의원, 김우남 의원, 박홍수(전)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세 건의 '농산물품질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정부가 제출한 '농산물품질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이상 네 건의 개정법률안을 반영하여 하나의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은 첫째, 우수농산물로 인증 받은 농산물에 대하여 우수농산물 인증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우수농산물 관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둘째, 농산물을 생산?유통 또는 판매하는 자는 일정한 기준을 갖추어 등록한 후, 당해 농산물에 대한 이력추적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농산물 이력추적 관리제도를 도입한다. 셋째, 원산지표시 및 유전자변형농산물표시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농림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허위표시 등 원산지표시 및 유전자변형농산물표시 위반행위를 한 자에게 시정명령 등 처분과 처분받은 사실의 공표를 명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법은 웰빙시대에 맞게 우수농산물에 대한 관리를 집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기타= 농어촌정비법중개정법률안은 정부제출한 법안으로서 그 주요 내용은 무분별한 농어촌의 펜션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농어촌민박사업자의 거주요건 및 이용 가능한 주택종류를 제한한다. 민박사업자 지정제도를 도입하며, 일정한 규모의 농업기반시설에 대한 비상대처계획의 수립 및 부분준공제도의 도입 등을 그 내용으로 담고 있다.
여성농어업인육성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은 조일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여성농어업인육성법중개정법률안'과 김현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여성농어업인육성법중개정법률안' 내용을 반영해 '대안'마련한 것으로 그 주요내용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의 규정에 모성보호와 보육여건개선에 관한 사항을 명시적 규정한 것이다.
또한 시도지사는 농림부장관 또는 해양수산부장관이 수립한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에 따라 '시도 여성농어업인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며, 이를 위해 시도지사 소속하에 '여성농어업인육성 정책자문회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외에도 '선박투자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상배 의원과 안병엽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심의 결과 농해수위원회의 대안으로 제안된 법이다. 이 법은 배를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기 때문에 배를 빨리 다량으로 만들기 위해서 해양수산부가 '펀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그 주요 내용은 첫째, 선박운용회사의 설립을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외국인 회사의 진입을 어렵게 하기 위해서 만든 부분이다. 둘째, 선박운용회사가 선박투자회사에 대하여 법령이나 정관 그리고 업무위탁계약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였으며, 셋째, 선박투자회사를 활용하여 관공선 확보가 가능하도록 한 근거규정을 독립조항으로 신설했다. 이와관련 한 관계자는 "해양수산부가 선박제조를 위한 펀드를 하도록 함으로써 투기를 조장하는 부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