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주에서 서호를 찾았을 때 짧은 만남으로 서호를 떠남이 정말 아쉬웠는데, 태백을 호수로 끌어들인 아름다운 그 달을 보지 못하고 돌아선 것이 그토록 서운했는데...
竹綠苑을 내려오는 내 심경이 그때와 같거늘 마음은 왜 이리도 심난한지.
태백이 이러했을까, 도연명이 이러했을까.
마음이 착잡하여 한동안 멀리했던 성경을 펼쳤다.
말씀 중에 다윗왕에 관한 이야기에 눈길이 멈추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다윗이라는 유명한 왕이 있었다. 어느 날 나단이라는 선지자가 다윗을 찾아와 이런 얘기를 들려주며 의견을 물었다. "어떤 한 성에 두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한사람은 매우 부자였고, 다른 한사람은 매우 가난했습니다. 부자는 양과 소를 많이 가지고 있었으나 가난한 사람은 애지중지 여기는 단 한마리의 암양 새끼 밖에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자네 집에 나그네 한사람이 방문했습니다. 부자는 자기의 양과 소는 아껴두고 가난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단 한마리의 양을 빼앗아 손님을 대접했습니다.” 나단 선지자의 얘기가 이쯤에 이르자 다윗왕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불같이 화를 내며, “그런 악독한 놈은 마땅히 사형에 처해야 할 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지 않았으니 한 마리 새끼양 대신 네 배로 갚아 네 마리의 양을 주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나단 선지자는 “다윗왕 당신이야말로 마땅히 사형을 받아야 할 악독한 부자와 같은 사람입니다”라고 단언하였다.
정욕에 이끌리어 밧세바를 취하고 그 신하 우리야를 고의적으로 전쟁터의 맨 앞자리에 서게 하여 간접살인을 한 자신의 악한 모습은 보지 못하고, 가난한 사람을 학대하고 착취한 부자는 사형에 처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다윗의 모습이 요즈음의 우리 현실과 연결되어 떠오르곤 한다.
나단 선지자의 뜻하지 않은 지적을 받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지극히 관대한 잣대를 사용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자신의 참모습을 보고 크게 회개하여 훌륭한 임금으로 추앙 받게 된 다윗의 이야기를 접하고 다시한번 나 자신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됐다.
죽록원 표기와 관련해 본인이 쓴 칼럼에 대해 여러 공무원들이 비판과 지적을 해주었다.
한때는 다소 심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단 선지자의 지적처럼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나의 칼럼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을 대나무자원연구소 담당계장과 이번 기사의 발단이 된 군청 홈피에 답변글을 올린 담당자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뜻을 전한다. 아울러 본의는 아니었지만 불쾌감을 느꼈을 공무원 여러분께도 같은 생각을 전한다.
생각하는 범주와 이해의 폭이 각기 다름에서 빚어진 일임을 이해해주면 더욱 고맙겠다.
차제에 한마디 곁들이고 싶다.
위대한 사람은 이상(vision)에 대한 얘기를 하고, 평범한 사람은 사건에 관한 얘기를 하고, 편협한 사람은 남에 대한 험담을 한다고 한다. 자기 자신에게는 관용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풍토를 이제는 바꿔 잡고, 자신의 모습을 날마다 성찰하며 21세기 우리 담양의 꿈과 비전을 얘기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