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에선 도시화의 물결에 밀려 황폐화하고 있는 농촌실정을 고발한 농촌조사보고(農村調査報告)가 화제다. 부부작가가 농촌의 피폐한 실상을 르포 형태로 엮어낸 책으로 올 1월에 발간된 후 2개월만에 50만부가 넘게 팔렸다. 지금 우리나라의 농촌과 농·임·축산업이 극심한 황폐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과 비춰볼 때 흥미롭기 그지없다.
이 책은 중국 농촌 현대화의 대표적 상징으로 꼽히는 안후이(安徽)성 시범마을 샤오강(小崗)촌의 허상을 고발하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이 그토록 살기 좋다고 선전하던 샤오강(小崗)촌의 실상을 들여다보니 농민들이 빚더미에 깔려 있는가 하면 페인트로 겉치장된 말 그대로 속빈 강정이었음을 밝혀냈다. 곧 농업, 농민, 농촌 즉 삼농(三農)정책의 실패를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농촌도 생사기로에 서있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WTO체제로 전환하면서 파급된 농촌지역의 상대적 열악성은 끝을 모를 정도로 벼랑으로 치닫고 있고 국가정책에서도 농업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표류하고 있다. 지금도 FTA협약체결 과정에서 이해를 달리하던 국론분열과 앞으로의 자유무역질서 환경에서 어떻게 농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것인지 실로 암담하기만 하다.
우리가 30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경제 기적을 이루어 세계 중심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화려한 뒤안길에는 우리 농업과 농민들의 엄청난 희생이 뒤따랐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제개발 시기에는 식량자급과 인력공급으로, 현재에 이르러서는 식량주권 확보와 환경보전, 국민정서 함양과 전통문화 보존 등 그 역할은 이루 다 헤아릴 수조차 없다.
만약 농업인들이 너도나도 본업을 포기하고 농토와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든다면 농촌은 몰락하고 농토는 황폐화 될 것이며 도시는 인구의 과밀화로 주택, 교통, 환경 등 온갖 문제를 해결하는데 막대한 예산과 노력이 소요될 것이다. 오히려 농촌을 유지하는 것보다도 훨씬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요될 것이 자명하다.
혹자는 농업투자 무용론을 주장하면서 경쟁력 있는 제품 생산에 주력하여 수출로 번 외화로 외국에서 식량을 수입하면 된다고 한다. 물론 경제논리로만 따진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먹거리의 수급이 외국의 농산물 작황이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이 도래해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되짚어 볼 일이다.
최근 군은 영산강 수계지역인 담양읍과 용면, 금성, 수북, 대전, 봉산에 1천ha에 이르는 대규모 친환경 유기농 재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 계획에 따르면 노후화된 토양의 지력증진을 위한 농토배양사업에 주력하고 친환경농산물 유통판매회사를 설립, 판매망 구축과 학교급식을 추진하며 품목별, 시기별 기술보급을 위한 상설교육장도 마련한다고 한다. 또 대나무신산업과 연계한 친환경농자재 확대보급을 통해 소비자들의 웰빙 욕구에 맞는 유기농산물 생산을 지원할 것이라 하니 농가로서는 대단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과거의 전례에 비추어 이렇듯 거창한 계획들이 실행과정에서 흐지부지되고 막대한 예산이 적재적소에 사용되지 못함으로써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당부컨대 농정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계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준비와 면밀한 분석, 그리고 직접 영농현장을 찾아 농업인들이 진정으로 갈구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계획에 반영시켜주기 바란다. 또 대나무신산업과 관련해 발생되는 로열티 수입을 농가에 환원사업비로 지원토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농업인들도 소비자의 욕구에 맞게 안전하고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함으로써 외국농산물과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함은 물론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적절히 수행될 수 있도록 환경보전과 전통문화 계승 등 사회적 의무 수행에도 결코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몇해 후 우리나라에서도 이웃 중국처럼 농촌조사보고(農村調査報告)가 화제로 등장하는 일이 없도록 농정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재삼 당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