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나고 머지않아 새로운 일꾼들이 들어서게 된다. 그들은 자치단체장으로, 의회 의원으로 맡은바 책무를 다 할 것을 새롭게 다짐하면서 갓끈을 바짝 동여매고 있다.
선거 후 나타나는 단골메뉴이자 빼놓을 수 없는 문제 중 하나가 선거 때 발생한 앙금과 갈등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찾는 일이다.
흔히 선거가 끝나고 당락이 결정되면 당선자는 겸손해지기 마련이고 낙선자를 향해 위로와 함께 화해의 손길을 내밀기 마련이다. 반대로 낙선자가 당선자에게 먼저 축하의 뜻을 전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자신의 몫까지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나 지도자로서 군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아름다운 모습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선거기간동안 갈등의 골이 너무 깊었던 탓인지 우리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혹여 당선자가 당선의 기쁨과 연일 밀려드는 당선축하 인사에 묻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리고 있지나 않는지 걱정이다. 누가 뭐래도 당선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낙선자에 대한 위로와 격려다.
개표가 끝나고 당락이 결정되면서 당선자가 기쁨에 넘쳐 환호를 지르는 순간 낙선자에게는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과 고독이 엄습한다. 어떤 말로도 위로를 받지 못하고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싫어지면서 마치 세상에 홀로 남은 것처럼 쓸쓸해지고 원망만 가득하게 되는 것이 낙선자의 마음이다.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어떤 인사가 그 당시의 심경을 표현한 글이 있어 옮겨본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한일월드컵이 시작되면서 온 나라가 온통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지만 정작 나 자신은 그 열기를 느끼기는커녕 곁에서 월드컵을 즐기는 사람들이 오히려 역겨워지기까지 했다. 나는 세상이 싫고 사람들이 싫어서 어두운 골방에 틀어박힌 채 헤쳐진 심신을 달래보았지만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렇다. 이렇듯 선거의 패배는 기대했던 만큼이나 낙심도 큰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주위의 따스한 위로와 격려의 말 한마디가 소중하다. 더욱이 상대로 싸웠던 당선자의 진심어린 위로라면 그 효과는 더욱 클 것 같다.
선거후 한 낙선자가 금성면과 용면에 내건 현수막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있었다. “000 후보 당선을 축하합니다.” 선거에 참가했던 거의 모든 후보들이 지지해준 유권자에게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 때 낙선자가 당선자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은 너무 아름답게 비쳐졌다. 어디쯤에선가 당선자가 낙선자를 위로하는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 하나쯤 찾아볼 수 있으련만 아쉽게도 그런 현수막은 눈에 띄지 않았다.
당선자가 낙선자를 향해 “수고하셨습니다, 열심히 하셨습니다. 당신은 정말 훌륭한 상대였습니다.”라는 문구 하나쯤 새겨 걸어주었으면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선거에 한번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까지 패배한 것은 아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던가. 실패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큰 성공에 이를 수 없고 눈물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참맛을 모른다는 교훈을 위로의 한마디로 던지고 싶다.
이번의 실패를 앞으로 더욱 발전하고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고 부디 희망과 인내를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곁들인다.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이의 눈길이 자신에게는 조소로 비칠지라도 그중에 많은 사람들은 위로와 격려의 눈빛을 보내고 있음도 알아주기 바란다. 그리고 우리 지역사회에서도 비록 낙선은 하였지만 주민들이 지지했던 지도자로서 더 큰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을 주지하기 바란다.
낙선자들이여 이제 자리에서 훌훌 털고 일어나 독일월드컵 열광의 도가니에 함께 빠져보자. 그리고 “대?한민국”을 목청껏 소리높여 외쳐보자. /한명석 局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