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요즘 들어 더욱 실감난다. 언론의 자유와 인터넷 매체의 발달은 여실히 이를 증명해 주는 도구가 되고 있다. 국정의 한 기둥인 정치인은 물론 뛰어난 능력과 열정으로 국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던 고위관료, 평생을 쌓아올린 학문으로 존경받던 학자마저도 잘못된 말 한마디와 진실하지 못한 말로 인하여 모든 영광과 지위가 가을날 낙엽처럼 떨어져버리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이러한 유명인들 뿐 아니라 개인과 개인 간에도 말 한마디 잘못하여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담양군의회 의원들이 3박4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다녀왔다. 용면 도림리에 건립될 통나무팬션단지의 모델인 아르쫌市를 방문, 현지를 둘러보고 이를 의정활동에 참고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두고 몇몇 지방일간지에서 업체와의 결탁과 접대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의원들의 외유를 비난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당연히 의원들은 발끈했다. 명백한 허위 왜곡보도로 의원들의 명예를 심하게 실추시켰다며 언론중재위에 제소와 함께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해당 신문사와 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의원들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밝힌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의원들이 친목 차원에서 자비(自費)로 다녀온 여행을 마치 업체에서 경비를 제공받아 향응이나 즐기고 온 양 왜곡보도를 함으로써 의원들의 명예를 심하게 실추시켰으며 심지어 이같은 내용을 의사과에서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경비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 업체 결탁 의혹’ 운운하며 악의적인 음해를 가했다는 데 더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의원들이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당초 의원들은 4대 의회가 마무리되는 시점인 2006년 4월쯤 그동안의 의정활동을 자위하는 차원에서 해외여행을 가기로 하고 의원 개인당 월 20만원씩을 모으고 있었다. 모 의원 계좌로 매월 자동이체 시킨 이 돈으로 여행을 갈 계획이었던 것.
그러나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적 변수의 등장으로 내년 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할 의원들이 계획된 여행이 어렵게 되자 이를 앞당겨 실행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여행지를 논의하던 중 지난 8월에 군을 방문, 우호교류협약을 체결한 러시아 아르쫌市를 방문해 현지 통나무팬션단지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대다수 의원들의 찬성으로 여행지를 러시아로 결정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통나무팬션단지 건립업체인 (주)제이케이社에서 가이드를 자청했지만 의원들은 “공식방문이 아닌 여행”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이를 거절, 관내 모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떠났다.
모 의원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술회했다. 업체에서 가이드를 자청했을 때 박춘식 의장이 “자칫 잘못하면 의원들이 업체에서 접대나 받으려고 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성의는 감사하나 우리는 목적이 여행인 만큼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 일부는 “지역사정을 잘 아는 업체에서 가이드를 해주면 여행이 훨씬 편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박의장이 워낙 강경한 태도를 보여 모든 의원들이 여행사를 통해 가기로 결정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박의장이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다.
또 다른 의원은 이에관한 러시아에서의 일정을 이야기했다. “업체측에서는 분명 우리에게 호감을 표시하며 접대를 하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정중히 사양했다. 하루는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업체 관계자 개인 집에서 마련한 식사에 초대되어 갔다. 식사를 마치자 박의장이 안주인에게 110달러를 쥐어주고 나왔다. 업체 관계자는 이런 우리에게 오히려 너무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의원 흠집내기라는 정치적 음모가 깔려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특정세력이 자신들에게 동조하는 몇몇 기자들을 선동해 이같은 음해공작을 꾸몄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래서 더욱 더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말은 사람과 사람사이를 연결해 주는 튼튼한 동아줄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동아줄을 순식간에 끊어버리는 가위가 되기도 한다. 언론의 자유와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언로가 넓어진 오늘날, 우리들이 하는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끊어버리는 가위가 아닌 튼튼한 동아줄이 되어주기를 기대하며 말의 가치를 알고 아낄 줄 아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