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사회는 목전의 이익에만 급급해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비난하고 헐뜯는 일이 너무 많다. 정치인도 그렇고 사업가도 그렇다. 사회전반에 걸쳐 팽배해 있는 상대 헐뜯기 풍조는 위험수위를 넘어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자기와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 조금의 인내심도 없이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자기의 주장만 관철시키려 드는 것이 요즘 우리 사회의 실상이다.
외국사람들이 한국인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 단어가 '빨리빨리'라고 한다.
빠른 것이 최고로 인정받는 현대사회에서 '빨리빨리'는 시대조류라고 치부하기도 하지만 '大器晩成'이라 했듯이 오히려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자 만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교훈도 있다.
이웃나라 중국은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다. 오랜 역사만큼 또한 훌륭한 위인들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중에서 위나라, 촉나라, 오나라의 삼국시대를 다룬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와 제갈공명에게서 기다림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하나는 삼고초려(三顧草廬)의 古事다. 유비는 학식과 지략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제갈공명과 함께 하기 위해 장비와 관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세차례나 공명의 초가집을 방문했다. 결국 유비의 부하가 된 공명은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1백만 대군을 무찌르는 쾌거를 올리게 된다.
또 하나의 古事成語는 칠종칠금(七縱七擒)이다. 유비는 병세가 악화되자 공명을 불러 유언을 남겼다. 철천지원수 위나라를 쳐서 중원을 회복할 것과 아들 유선을 잘 보필해 달라는 것이었다. 유비가 죽자 공명은 유선을 극진히 보필했다. 그때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났는데, 가장 큰 골칫거리는 서남방에서 내란을 일으킨 맹획이라는 장수였다. 공명은 이간책을 사용해 맹획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를 죽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 공명은 맹획을 풀어 준다. 하지만 고향에 돌아온 맹획은 전열을 재정비해 또 다시 반란을 일으킨다. 물론 공명은 자신의 지략을 이용해 맹획을 다시 사로잡지만 그때마다 풀어 준다. 이렇게 사로잡았다 풀어 주기를 일곱번， 마침내 맹획은 공명에게 심복이 되기를 자청한다. 여러모로 여건이 열악했던 촉나라가 중원을 삼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참을성과 함께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유비와 공명의 혜안이다.
지난해 종무식 석상에서 최형식 군수는 "어제의 관행이 오늘에는 범죄로 치부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오늘을 계기로 모두 뼈아픈 자성과 함께 일대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이는 과거 관행과의 단절은 물론 새로운 역사 창조를 위한 변화와 개혁을 시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물론 이 과정에는 지난해 수해복구사업과 관련해 발생한 일련의 사건에 대한 군정책임자로서의 반성과 회한도 곁들여진 것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아울러 제도적 모순과 현실적 한계 사이에 드러난 괴리에서 탈피하지 못한 깊은 고뇌도 스며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최형식 군수가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이를 두고 항간에서는 다소 비판적인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도지사 보궐선거를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군수의 입당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했다는 의견도 있고 재선을 위한 정치적 행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최형식 군수는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의 당적보유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정당에 소속된 자치단체장으로서는 소신 있는 군정을 펼치기 어렵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는 지금까지도 그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무소속 군수로서 군정을 이끌다보니 현실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난관에 봉착했던 적이 많았고 특히 지역발전과 함께 군정 중점시책인 대나무신산업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절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최군수의 열린우리당 입당은 개인의 입지를 떠나 지역발전과 원활한 군정을 위한 대승적인 측면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민선3기가 이제 반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부 성급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결과가 없다며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군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허겁지겁 서두르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이제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결과를 내놓으라는 것인지 다소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결과는 임기가 끝나는 4년을 지켜보고 평가해도 늦지 않다. 군수의 정치적 행보를 둘러싸고 잘잘못을 논하기보다 정작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군에서 계획한 일들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한데 모아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