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아침 많은 사람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국회 예결위에 ‘민원성 예산’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 김효석 의원이 5백10억원이나 증액을 요청, 3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조선일보에 실렸다는 전언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역구용이거나, 상임위 관련단체의 요청, 또는 다른 의원들의 부탁을 받은 민원성”이라는 설명이 함께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전화내용이 걱정으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잘못이 알려지면 실시간으로 비난이 이어지는 것이 요즘 상황인지라 그들의 걱정은 대단한 것이었지만 나의 대답은 “요청대로 5백억원을 증액할 수 있다면 기꺼이 욕을 먹겠다”는 것이었다.
해당 기사가 숫자만을 소개해 오해를 불러 왔지만 본인이 증액을 요청한 사안은 ‘65세 이상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매월 지급되는 경로연금’을 1만원씩 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저소득층 노인들에 한정해 지급되고 있는 경로연금은 매월 3만1천원에서 5만원. 지난 98년 7월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하한선만 5천원 정도 조정됐을 뿐 지난 7년 동안 변함이 없는 금액이다.
국회에 수많은 이익집단들이 찾아와 예산투쟁을 벌이는데 비해 경로연금을 인상하자는 사람들이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해서 7년 동안이나 연금을 동결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로연금을 받는 이들이 누구인가. 보릿고개와 일제치하, 6.25라는 참극을 겪어내며 우리나라를 반석위에 올려놓은 분들. 뼈 빠지게 고생하는 속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식들을 교육시키느라 자신들의 노후보장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어르신들. 세상이 달라져서 자식들에 의지하기도 어려워진 현실로 인해 더욱 고달파진 분들이 우리들의 부모님이자 선배이신 노인들이다.
1만원을 올렸다고 해서 그 분들의 삶이 편안해 질 수는 없다. 1만원을 올렸다고 해서 우리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하지만 7년 동안 계속돼 온 ‘외면’의 그늘에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끊임없이 계속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 분들의 보살핌을 받고 자란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생각으로 제안한 연금증액요청이 ‘민원성 예산’으로 얘기된다면 구차한 변명 보다는 ‘질타’를 받아들이고 싶다.
지금 우리에게,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노인여러분들을 향한 국민 모두의 관심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