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지다보니 학연, 혈연, 지연이 중심이 됐기 때문이다. 유권자인 조합원은 다름 아닌 동네 어른이자 친구이며 후배이고 먼 친·인척 등 각종 인연의 실타래로 얽혀있다.
이러다 보니 일일이 찾아뵙는(?) 것은 물론이고 빈손보다는 막걸리 사발이라도 돌리고 가끔은 표 안 나게 고무신짝이라도 돌리는 게 관행이었다. 조합장 선거가 끝나고 나면 후유증과 잡음이 심각했던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올해 선거는 농협법이 개정된 1989년 이후 5번째 민선이다.
종전에는 조합장을 중앙회에서 임명했으나 민주화 열풍을 타고 조합장도 선거를 통해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도록 조합법이 개정된 것이다. 그러나 조합원의 손으로 조합을 대표하고 운영을 책임지는 조합장을 뽑는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선거가 혼탁·과열로 치달으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덧칠해졌다.
농협은 급기야 농협법을 다시 개정해 지난해 7월1일부터는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선거를 치르도록 의무화했다.
쉽게 말해 ‘막걸리 선거’가 ‘공명선거’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이에 따라 품목조합을 제외한 지역농협과 축협은 예외 없이 선관위가 주관하고 있으며 선관위는 일정한 위탁비용을 받고 선거 공보물 제작부터 발송까지 선거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부정선거 감시도 중요한 역할이다.
선관위로 조합장 선거관리가 이관됨에 따라 부정 시비가 현저하게 줄었으며 공명선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자체적으로 선거를 치르던 때보다 선거 비용도 줄었다는 부대 효과도 있지만 부정시비가 말끔히 가신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선관위의 행보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진정한 공명선거 풍토가 정착되도록 제 역할을 다해주기를 간절히 고대하면서 말이다./정종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