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전국농민단체협의회 등 국내 주요 농민단체 대표자들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확기 쌀 대란 해소 위한 쌀값 수급안정 소득지지 정책 등 당면 농정현안 해결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요즘 농민들이 두 손을 놓고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정부가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공공비축제를 도입한 후 쌀값이 계속 떨어지자 이에 항의한 것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 등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 기자회견을 열고 쌀값 안정을 위한 정부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서정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양정제도가 해방60년 만에 추곡수매제에서 공공비축제로 바뀐 후 농민단체가 예견한 쌀값하락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서회장은 안심하라던 정부는 실질적 대책 없이 농민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현재 농림부가 발표한 쌀값은 지난해 보다 약2만원 내려 80kg 한 가마니가 14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한 가마니 가격이 지난해 전국평균치인 16만원보다 약 3만원 떨어진 13만원선에서 거래되는 곳도 있다.
추곡수매제가 있었던 지난해 지역별 차이는 평균에서 약 5천원 밑도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올해 처음 도입된 공공비축제는 정부가 수매가격을 정하지 않고 산지 쌀값 기준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평균치보다 낮은 가격으로도 매입 가능하다.
엄성호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쌀협상 비준 동의안 상정 등 국내외 농업 환경변화로 양곡정책이 공공비축제로 바뀐 후 가격결정력을 잃었다”며 “수확기 혼란을 막기 위한 정부 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회장은 “정부가 쌀값을 책임지고 농민의견을 수용하라”며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그는 추수가 끝나면 모든 농민이 집회에 참가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인 강기갑의원은 책임있는 국회의원 모습을 보이지 못해 농민에게 죄송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강의원은 “공공비축량 1백만석 추가가 근본적인 쌀값 해결 방침이 될 수 없다”며 “쌀값기본가격 설정만이 곤두박질치는 쌀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의원은 농민대표들이 오죽하면 단식농성까지 하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강의원은 “정부부처인 농림부가 귀를 닫고 있어 열린우리당이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며 청와대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질책했다.
농협이 농민조합원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허기옥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은 “수확기를 앞두고 낮은 수매가격으로 쌀값 폭락을 부추기는 농협도 문제”라며 “쌀값 하락으로 인한 위험 부담은 농민조합원에게 떠넘긴 채 농협은 경영부담 운운하며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민단체는 △공공비축 물량 1천만석 확대 △변동직불금 제도 개선으로 쌀값 하락분 100% 보장 △각 도별 산지 쌀값 계산 통한 변동직불금 지급 △산지 쌀값 조사시 농민단체 대표 참여보장 등을 요구하며 엄성호·서정의·허기옥 회장을 비롯한 농민단체 회원들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단식에 참여한 한 농민은 “누군가는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라며 “농민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계속 단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같은 시간 전국 농민단체들은 도 및 시·군·구청과 각 시·도당 의원 사무실 등 항의방문을 했다. 전남 담양과 광주 광산지역 등에서는 나락 쌓기를 했다. 경남도청 앞에서는 40kg 약1천3백만개가 쌓였다. 경기도 평택시와 가평군 농민은 RPC 운영위원회와 간담회를 여는 등 대응하고 있다.
강원과 충청도 역시 이날 오후 2시부터 주요정당 도당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방문 후 점거농성을 전개했다. 각 시군에서도 지역구 위원 사무실을 항의방문 하거나 간담회를 여는 등 요구를 알리고 있다.
농림부는 쌀값 폭락 등에 대응하기 위해 벼 1백만석을 추가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또 지난해보다 약 20% 가격이 떨어진 산물벼 대신, 건조벼로도 출하할 수 있도록 정했다. /시민의신문 김유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