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석 의원이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민족통일대축전 대표단 일원으로 평양에 다녀왔다. 김의원은 평양에서 돌아온 직후 이번 방북의 의미를 "남북간 국회 교류의 시작"이라며 "짧은 만남이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와함께 김의원은 빠른 시일내에 “북한지원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원의 방북 소감문 전문을 게재한다.(편집자)
"희망과 꿈을 간직한 채 평양에 다녀왔습니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었다. 그러나 가슴속에 많은 것을 느끼고 간직한 채 돌아 왔다. 지난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된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에 방북대표단의 일원으로.
인천공항에서 불과 50분, 우리는 북한의 심장부 평양 순안공항에 내렸다. 국제공항이라고 하나 비행기라고는 소형 비행기 3대가 있을 뿐 너무 조용하고 한적해 시골 비행장을 연상케 하였다. 북한이 짧지 않은 기간 고립의 길을 걷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도로는 비교적 잘 닦여 있었으나 거리는 한적하였다. 평양은 계획된 아름다운 도시였다. 차량은 거의 볼 수가 없을 정도고 통행하는 사람도 드물었다. 평양에서 가장 일류급이라고 하는 고려호텔에 도착했다. 45층의 고층건물이나 외부 단장이 어둡고 단장한지 오래되어 보였다.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으나 엘리베이터가 가장 큰 문제였다. 종업원들이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 3대가 있었으나 속도가 느리고 용량도 작았다. 겨우 10여명을 태우고 44층까지 한번 올라갔다 오는데 10분은 걸리는 듯 했다. 300여명이 올라가는데 한시간 이상 소요될 수 밖에 없었다. 방에 가서 짐을 풀고 점심을 하러 식당에 내려오는데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각 층마다 기다리는 사람으로 만원이 되었는데 그 사이데도 지혜(?)를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20층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에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바람에 윗층에 있는 사람들은 아예 탈 생각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저층과 고층용으로 구분만 되어 있어도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을텐데. 이것이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의 곳곳에서 이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스템만 달리 하면 또는 생각만 조금만 달리 해도 달라질 수 있을텐데...
점심후에는 만경대 학생궁전을 돌아 보았다. 학생들이 수영, 태권도 등 체육활동을 하거나 서예, 발레, 그림, 음악등 예술활동을 하는 방들, 그리고 컴퓨터 교육을 받는 방들에 학생들이 가득 가득 모여 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있었다. 너무도 귀여운 우리의 자녀들이었고 아저씨를 대하듯 친근하고 정감있게 대해 주었다. 그러나 건물은 너무 호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궁전이었다. 평양의 다른 시설들도 그러하듯이 웅장하고, 자재도 대리석이었다. 평양의 거리도, 고속도로도 널찍널찍했다. 통일의 거리는 도폭이 120미터일 정도로 넓었다. 그러나 차량은 보기 힘들 정도였다. 북한 경제를 어렵게 만든 요인일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브라질이 디폴트(국가부도)된 원인으로 불필요한 고속도로공사, 대규모 댐공사, 그리고 수도이전을 꼽지 않는가. 효율성을 따지지 않는 재정지출, 북한의 경제에 효율성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오후 시간이 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개막식을 위해 천리마동상에서 개선문을 지나 김일성경기장 까지 도보로 민족대행진을 했다. 연도에는 많은 평양시민이 나와 열렬히 환영하였다. 손에는 한반도기를 든 사람도 있었고 꽃을 든 사람도 보였다. 무엇을 들었든 한결같이 큰 목소리로 “자주”, “통일“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고 있었다. 간간이 학생밴드가 자리를 하여 ”반갑습니다“를 연주하고 . 우리는 비옷을 입고 있었지만 환영인파들은 비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개선문에 다가 갈수록 연도의 환영행렬은 2중 3중으로 겹치면서 후면에는 여기저기에 합창단과 무용단이 자리를 하였는데 옷고름에 빗물이 떨어지는 가운데 아름다운 노래로 우리를 환영하였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모란봉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김일성 경기장은 우리에게는 京平축구가 열렸던 평양공설운동장으로 익숙한 곳이다. 이곳 개막식장에 입장하자 운동장을 가득 메운 인파의 함성이 우리를 맞았다. 화면에서만 보았던 북한의 마쓰게임은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비를 맞으며 오랫동안 우리를 맞기 위해 기다리며 뜨겁게 맞아 주었던 어린 학생들, 평양시민들, 돌아가는 길에 감기나 걸리지 않았는지 마음이 쓰인다.
환영인파와 개막식 행사에 참가한 사람은 10만 이상으로 보였다. 평양시민이 2백만이라고 하지만 평양 면적이 서울의 세배임을 감안할 때 평양시내에 거주하는 사람은 기십만에 불과할텐데 거의 모든 사람이 동원(?) 되었다는 말인가. 5년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김대중대통령이 방문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동원되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는 북한이 현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반증하는 것은 아닌지..
다음날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우리 국회와의 첫 상면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 남북국회회담이 그간 성사되지 못하고 있었는데 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만나야 하는지를 서로 이해하는 소중한 자리였다. 북축준비위원장이며 조국통일위원회를 대표(서기국장)하는 안경호위원장은 ‘남북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누누이 강조하였다.
이에 나는 ‘자주적 해결을 위해서는 남과 북이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북한은 미국관계가 꼬이고 핵문제가 복잡해지면 남한과의 대화도 중단하고 있다. 어려울수록 남과 북이 함께 풀어가야 한다. 남북문제는 미국이나 핵문제를 뛰어 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고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도 환기시켰다. 회의가 끝난 후에도 북측은 비공식채널을 통해 미국의 움직임, 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에 대한 진의를 파악하려고 노력하였고 방문기간 내내 북한의 여러 인사들과 곳곳에서 현안에 대해 격의 없고 치열한 대화를 나누었다.
밤에 본 뮤지컬 춘향전은 새로운 맛이 있었다. 사상적 각색이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원작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노래가 아름다웠고 무대도 화려하였다. 우리쪽에서 간 가극 배우들이 춘향전을 보고 많이 긴장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노래솜씨가 뛰어났다.
셋째날 우리는 평양 구경에 나섰다. 평양거리는 낡긴 했지만 시 전체의 경관은 아름다웠다. 주택은 고층 아파트가 대부분이고 단독 주택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파트는 공동생활을 기본으로 하는 공산주의 체제에 맞는 주거형태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밤의 평양은 암흑의 도시로 변하고 만다. 전력사정이 좋지 않은 것이다. 중국의 단동과 압록강을 마주하는 신의주가 생각이 난다. 조명과 네온사인으로 반짝이는 단동과 달리 압록강 건너 신의주는 칠흙같은 어두움이 깔려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신의주보다 작았던 단동,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양에서 신축건물을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정주영 체육관이 우리가 본 유일한 신축건물이다. 이 체육관 가까운 곳에 건축중인 유경호텔이 보인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105층으로 신축하고 있으나 뼈대만 올라간 채 흉물처럼 남아 있다. 아무래도 외국자본이 들어와야 완공될 수 있을 것 같다. 평양의 대부분의 시설과 건축물은 리모델링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자본이 들어 와야 할텐데.... 개혁과 개방을 기다리는 평양의 모습이다.
정주영체육관에서는 남북 민화협의 체육대회가 열렸다. 동네배구만 해본 사람이면 ‘스타’가 될 정도로 실력은 그랬지만 분위기는 참 좋았다. 스킨십을 통해 한 민족, 한 핏줄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응원단이 꽉 찬 경기장에는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녀응원단들이 나와 실력을 마음껏 뽐내었다.
마지막 날, 고구려의 시조인 동명왕능에 가는 길은 평양시내에서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평양시내에서 10분만 나가도 바로 농촌이었다. 농촌은 세계 어느 곳이나 평온하였다. 이제 모내기는 거의 끝나 가는 것 같다. 조그마한 논 다랭이에 수 십명이 모내기를 하고 있었는데 아무 장비도 없었다. 어릴 적 고향 생각이 났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한다. 사유재산제도를 허용하면 식량문제는 바로 해결 될 수 있을텐데. 중국도 공산주의를 고수하고 있지만 개인소유를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생산성이 두 배 이상 높아져 이제 쌀을 수출하고 있지 않은가. 북한은 언제쯤이나 변화할 수 있을까.....답답한 생각이 든다.
3박 4일 동안 북한은 성심 성의껏 우리를 대해 주었다. 자기들이 보여 주고 싶은 것은 다 보여주고 싶은 생각 이었으리라.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번 방문동안 우리는 소중한 몇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는 평양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소한으로 얘기한다고 해도 적어도 적대감은 줄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야 말로 햇볕정책의 성과가 아니겠는가. 국민의 정부동안 우리는 갖은 비난과 퍼주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교류를 지속하지 않았던가.
해방후 한반도는 분단-전쟁- 휴전-냉전으로 이어진 쓰라린 역사를 통해 우리의 운명은 주로 외세에 의해 좌우되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외세의 개입에 의하지 아니하고 , 분단 역사상 처음으로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통일문제의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간의 남북간 접촉과 교류, 그리고 인도적 지원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서로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이 줄어 든 것 같다. 이번 방문을 통해 나는 남북간에 신뢰의 싹이 움트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둘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유연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간 금강산, 개성공단, 압록강등 몇 차례의 북한방문과 비교할 때 시간이 흐를수록 말과 행동이 부드러워지고 우리를 대하는 태도도 친화적이다. 작년 민화협 행사에서 만난 북측의 인사는 작년보다 훨씬 반갑게 맞아 주고 여러 가지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방문을 통해 절실히 느낀 점은 한 사람이라도 더 왕래하고 더 만나야 된다는 것이다. 만나야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고 정이 가는 것이 아닌가. 이번 방문단 규모가 당초 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 못내 안타깝다.
셋째,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 전쟁만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북쪽에는 우리와 똑 같은 형제자매가 살고 있고 어린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우리 한반도에 다시 불행한 전쟁과 대결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넷째, 지금 한반도전체는 북한 핵문제로 긴장감이 형성되어 있는데 특히 북쪽에서도 대단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핵문제를 풀기위해 정부는 마샬플랜등 여러 방안을 제안해 놓고 있다. 그러나 국회가 이를 동의해 주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북쪽에서도 알고 있는 듯 했다. 이제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저는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이번 6월 국회가 끝나기 전에 국회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는 결의문이 통과될 수 있도록 바로 준비에 착수할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