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는 친환경농업은 예전에 흔했던 메뚜기, 미꾸라지, 개구리들이 살아 숨쉬는 흙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진정한 친환경 농산물이며 농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피폐한 농촌의 유일한 돌파구라고 생각합니다"
지력 향상을 위해 겨우내 딸기 수확을 마친 논에 녹비 작물을 심어놓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정련하기 위해 수첩에 빼곡이 써놓은 것을 하나하나 정리해 가는 박상오 농부(39, 봉산면 삼지리)의 얼굴에서 살아 숨쉬는 땅의 기운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학창 생활을 마치고 보통사람처럼 도회지 기업체에서 평범한 샐러리맨의 삶을 살아가던 박씨가 젊은이들이 모두 떠난 농촌을 지키며 친환경농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받은 만큼 반드시 되돌려주는 흙의 진리를 신뢰하고 있는 데다 갈수록 척박해져 가는 흙의 고통의 소리를 외면하기 힘들 정도로 순박한 심성을 갖고 있기 때문.
박씨는 6년여 동안 다니던 회사 생활을 접고 지난 2001년 귀농, 신규 창업농업인으로서 흙과의 끝없는 사랑의 여정을 출발했다.
공구를 잡던 손이 삽을 잡느라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도 많았지만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들이 외면한 친환경농업에 사활을 걸고 매달렸다.
그러나 친환경농업이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옛 어른들이 했던 것처럼 재를 비롯해 들녘에서 자라는 풀을 베고 퇴비를 만들어 땅의 기운을 북돋우려 했으나 금비와 농약에 익숙해진 병약한 토양은 해충에 대한 준비가 안돼 고전에 고전이 되풀이 됐다.
박씨가 첫해 1600여평 딸기 농사에서 거둬들인 조수입은 3000만원 남짓, 고생한 것에 비하면 양에 찰리 없겠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마음으로 여기서 얻어진 수입의 대부분을 땅에 재투자했다.
박씨는 "쉽게 할 수 있는 농사를 왜 어렵게 짓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주변 농민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일반 농자재에 비해 4~5배 이상 비싼 친환경농자재를 농사에 접목시켜 나갔다.
직접 만든 퇴비는 물론 땅에 좋다는 맥반석·골분·혈분·숯을 토착 미생물이 살수 있도록 200만원 이상 구입해 넣어주는 한편 키토산과 죽초액 등 기능성 물질을 급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박씨는 훈련병 시절 고된 훈련을 받다 논물을 먹으면 탈이 나지만 선임병이 되면 장이 튼튼해져 이상이 없었던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 흙에 들어가는 친환경 농자재는 자신이 직접 맛을 볼 정도로 각별한 흙 사랑은 친환경 농자재 판매상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일화(?).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박씨는 딸기 재배 농가의 고심거리인 흰가루병 퇴치를 위해 경남 산청의 선도 재배농가를 찾아가 영농기술을 습득, 담양에서는 최초로 유황훈증기를 이용해 흰가루병을 방제한 것을 비롯 일본 오가타·히로사키·아오모리의 친환경농가를 방문해 선진농업을 배우는 등 농업에 대한 열정은 인근에서 따라 올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박씨는 "초창기 친환경 제품들이 가격에 비해 그 질이 떨어진데다 효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대다수 농가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것을 수없이 지켜보았다" 며 "순박한 농민을 상대로 하는 농업 자재들이 농민들로부터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철저한 검증과 기업가의 양심이 담겨 있는 제품 생산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먹는 것을 생산하는데 이 정도 투자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하는 박씨는 "4년동안 땅에 투자해온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유기물 함량이 적정치를 유지하고 한삽만 파면 지렁이들이 꿈틀거리고 손쉽게 볼 수 있는 두더지를 보면서 건강한 땅을 보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강한 토양에서 자란 박씨의 딸기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인증하는 저농약을 거쳐 현재는 무농약재배 농가로 업그레이드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으며 시장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직거래로 판로를 개척한 박씨는 지난해의 경우 생산된 농산물 전량을 양재동 하나로클럽에 출하, 일반 농가에서 생산한 딸기보다 3배 가량 높은 소득을 올린 것을 비롯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함으로써 생산에만 전념 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이같은 박씨의 성공을 지켜본 농가들이 하나둘씩 박씨의 친환경 농업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이제는 삼지리 9농가가 친환경 저농약 인증을 받는 등 친환경 농업이 확산 일로에 들어서고 있다.
현재 봉산농업경영인회 사무국장, 공동선별장 부회장을 맡아 일하고 있는 박씨는 공동선별장의 단점인 맛의 균일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매주 1회 이상 발효시킨 쑥 미나리를 시비토록 지도해 평균 당도가 9브릭스, 최고 11브릭스의 고품질 딸기를 생산, 올해 전국 최고의 가격을 받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해 농민들의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
박씨가 앞으로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지역에 난립된 시설 하우스를 규모화, 단지화 함으로써 친환경 농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한편 균일화된 고품질 농산물 생산의 기반을 견고히 갖추고 싶은 것이 그것이다.
박씨는 "삼성하면 애니콜이 연상 되듯이 담양하면 친환경 농산물의 보고로 인식 될 정도로 친환경농업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돌아서는 탄탄한 어깨에서 가능성을 엿볼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