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훈련 중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화생방 훈련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 콧물의 아리한 최루가스의 고통은 다시 생각해도 분명 곤혹스런 추억의 하나로 진저리가 날 정도인데 사회에서도 코를 찌르는 악취의 고통이 계속 된다면 신을 원망하게 될 정도로 힘든 삶의 연속일 것이다.
이같은 악취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담양의 대나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7일 경북 안동시 수질환경사업소를 뒤덮고 있는 악취가 일순간 사라졌다.
대나무를 활용한 BV 탈취장치가 가동을 시작하자 거짓말처럼 일어난 현상으로 현장에 있던 사업소 관계자는 물론 쉴새 없이 드나드는 분뇨 운반 차량 운전자들도 자신들의 코를 의심해야 했다.
BV 탈취제는 후각에 의해 쉽게 효과를 나타낸 것은 물론 암모니아 측정기에서도 가동하기 전에 30ppm을 나타내던 것이 가동 후 최종 배출구에서 2ppm으로 뚝 떨어져 관계자들이 눈을 씻고 다시 볼 정도로 놀라운 효과를 나타내자 관전평(?)이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온다.
"우리도 이제 지긋지긋한 마스크 던져 버리고 마음껏 좋은 공기 마시며 일 할 수 있게 됐다"
"대나무 몇 그루를 베어야 BV 탈취제 1통을 만들 수 있나요"
"BV 탈취제를 생산하는 공장의 규모는 크나요? 물론 안정적으로 공급되겠지요"
"담양사람들은 참 좋겠네요. 악취에서 해방을 빨리 맞아 사람답게 살았을 것 같은데 부럽네, 부러워"
무뚝뚝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경상도 남자들의 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BV 탈취제와 관련된 질문과 호평이 이어지자 이를 물끄러미 지켜보던 정우술 물재생관리 분임장의 입가에 엷은 웃음이 감돈다.
그동안 BV 탈취제를 경기도 안산 쓰레기 매립장, 경남 함양 축산분뇨처리장, 부산 하수종말처리장, 마산 해양투기업체, 전남 광양 음식물처리장, 여수 쓰레기 매립장 등에 공급 한 것과는 달리 안동에는 BV 탈취제는 물론 탈취시설까지 플랜트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담양군의 환경기술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정 분임장은 사업소 관계자들이 탈취 시설 가동법과 타 공법과의 비교시 장점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높은 관심을 표명하자 시설의 특징에 대해 일사천리로 설명해 나간다.
누구보다 운영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데다 자신도 현장에서 하루에만 수십번씩 가동하고 있는 기계여서 사업소 관계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경험담까지 곁들이며 자신있게 설명해 나갔다.
정 분임장은 "특히 BV 탈취제는 향수처럼 단순히 냄새를 덮어씌우기만 하는 마스킹 효과가 아니라 악취의 주원인인 암모니아를 완벽하게 분해함으로써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며 "외국에서 고가에 사들여 사용하는 화학약품과는 달리 친환경제품이어서 2차 오염 예방에도 탁월한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사용후 폭기조에 공급해 미생물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매개체로 활용, 재처리에 따르는 비용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며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활성탄 공법에 비해 비용도 80~90% 수준으로 경제적이다"고 강조했다.
안동시에서 BV 탈취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수질환경사업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자체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안동시 외곽에 위치한데다 주변에 인가가 없어 인근 주민들의 민원은 거의 없다고 할 정도이지만 현장에서 근무해야 하는 직원들의 고통마저 외면하지 못했다.
그러다 찾게된 것이 담양에서 대나무를 활용해 악취를 100% 해결하고 있다는 희소식을 접하고 '바로 이것이다'는 마음에 시청 및 사업소 관계자들이 한달음에 담양을 방문하게 된 것이 시초.
이들은 자신들의 환경사업소와 담양군의 하수종말처리시설의 운영 형태가 비슷하고 강변에 위치해 있는 등 제반 여건이 비슷하지만 악취가 나지 않아 이곳이 정말 생활하수와 축산 분뇨 및 분뇨를 처리하는 곳 이 확실하냐고 되물을 정도로 BV 탈취제를 활용한 악취 제거 방법에 강한 신뢰감을 얻게 됐다.
이들의 출장 보고를 받은 시청 고위 관계자들도 반신반의하며 경상도 일대에서 둘째가면 서러워 할 환경 전문가들과 함께 2~3차례 담양을 방문하면서 BV 탈취제의 효능은 신뢰로 굳혀져 갔고 결국 2억원의 예산을 들여 BV 탈취시설을 설치, 이날 시운전에 들어간 것.
이 과정에서 담양군의 노력도 눈 여겨 볼만하다.
안동시 관계자들이 담양을 방문할 때마다 성심성의껏 질문에 답변한 것은 기본이고 양 지자체간의 신뢰도를 제고코자 계약을 조달청에 의뢰해 투명하게 체결하고 BV 탈취제 공급도 조달청을 통해 공급키로 하는 등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추진한 결과 오늘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
안동시 관계자는 "안동시 수질환경사업소의 일일 처리 능력은 축산 폐수의 경우 100㎥, 분뇨는 140㎥로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해 업체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았는데 대나무를 활용한 악취제거 시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걱정을 크게 덜어줄 것 같다" 며 "올 하반기에 책정된 3억원의 추가 공사가 빨리 발주되어 완벽하게 악취로부터 해방되기를 누구보다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대나무를 활용해 악취를 제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동시 수질환경사업소가 벤치마킹 대상지로 각광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며 "밀려오는 손님들한테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정우술 분임장은 "일본, 호주 등과 어깨를 견줄만큼 국내 환경 기술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다" 며 "앞으로 국내는 물론 중국·인도·몽골·동남아시아에 플랜트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