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연못에는 비단잉어와 물고기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유치원에나 있을법한 아기자기한 동화그림으로 채색한 구조물, 녹색식물·넝쿨장미로 뒤덮힌 건물과 대숲 사이로 선생님의 손을 잡고 즐겁게 거닐며 자연학습에 열중인 꿈나무들이 여기저기 만발한 야생화와 수생식물을 보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곱게 깔린 잔디광장에는 맑은 하늘아래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호젓하게 자리한 고풍스런 정자에서는 그림을 그리거나 오후의 낮잠을 즐기는 아이들도 언뜻 보이는 아주 평화로운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쯤되면 사람들은 이곳이 어린이동산이나 도시근교 공원으로 지레 짐작할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생태자연학습장으로 탈바꿈한 담양하수종말처리장 풍경이다.
가정과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온갖 생활하수와 폐수를 정화해서 영산강 하천으로 방류하는 흔히 혐오시설로 인식, 사람들이 꺼리는 바로 그곳이다.
하수처리장 이라면 "우리 동네에는 절대 못 들어와" 하며 목숨걸고 반대하는 것이 일반적인 예지만 이제 이곳 담양하수종말처리장은 주변 하천 풍경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최상의 휴식공간이자 생태 자연공원으로 자리잡아 가고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악취를 풍기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은 찾아 볼 수 없으며 '하수처리장=혐오시설' 이라는 생각을 아예 할 수 없게끔 바뀌어 가고 있는 것.
담양하수종말처리장이 꽃과 곤충, 녹색식물과 온갖 자연생물들이 살아 쉼쉬는 생태 자연공원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정우술 하수처리 담당을 비롯한 이곳 근무자들의 발상의 전환과 '하면 되겠다'는 노력의 산물이다.
혐오시설이 아닌 흙 내음을 맡고 자연을 체험하는 환경친화형 자연학습장으로 공간개념을 확 바꾸자는 생각의 전환이 직원들로 부터 시작돼 꽃씨를 뿌리고 나무 한그루 한그루를 심었던 것이 이렇듯 아름다운 자연체험 공원으로 바뀌게 된 것.
최종 방류수를 이용한 연못엔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한가로이 물고기가 노니는 모습을 대숲 아래서 바라보는 것은 그야말로 여유로움의 '압권'이다.
각시원추리ㆍ과꽃ㆍ금불초ㆍ노루오줌ㆍ털중나리ㆍ상록패랭이ㆍ벌개미취ㆍ뻐국나리ㆍ두메부추.....생소한 이름들이지만 들을수록 정겨운 우리 야생화 군락지도 여러 곳 조성돼 내년 봄을 기약하며 새록새록 자라고 있다.
국비지원 등 3억3천만원을 들여 군이 지난 4월부터 7개월에 걸쳐 하수처리장내 1천여평에 환경생태 체험공간, 주민화합공간, 어린이 놀이공간, 죽초액 탈취시설 견학 코스 등을 갖춘 자연학습장을 조성한 것.
환경생태 체험공간은 방류수를 이용한 계류천과 물레방아, 맑은 물이 솟구치는 분수가 하늘을 향해 무지개를 그려내고 있고 특히 계류천은 우리지역 부존자원인 대나무숯을 이용한 정화시스템을 설치, 정화되지 않은 방류수와 비교 관찰할 수 있도록 해 훌륭한 환경체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주민화합 공간은 향기식물원·설화식물원·염료식물원·직물식물원·사계절 야생화동산 외에 한옥·대나무 정자를 설치해 하수처리장을 찾는 주민들의 쉼터와 화합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낙엽교목인 왕벚나무ㆍ감나무ㆍ느티나무, 상록관목인 눈향나무ㆍ 사철나무ㆍ쥐똥나무ㆍ회양목, 낙엽관목인 만리화ㆍ덩굴장미ㆍ보리수ㆍ 황매화 산철쭉ㆍ진달래, 상록교목인 오죽ㆍ분죽 등을 식재해 조경과 숲을 더욱 아름답게 꾸몄다. 건물벽면엔 담쟁이와 사계절 잎이 푸른 송악등 1,500주를 식재했고 앞으로 잿빛 콘크리트 구조물엔 어린이들이 좋아할 벽화도 그리고 장미정원도 만들어 전국에서 가장 특색있는 하수종말처리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제 하수종말처리장에서는 매년 봄·가을 생태환경 체험학습장을 운영 ,유치원생과 초중고생은 물론 지역민을 대상으로 생태환경 탐방 및 자연학습기회를 제공해 담양군 생태도시화 정책의 이해와 친환경 생태 하수종말처리장 전국지자체 최고의 벤치마킹 모델로 활용 할 계획도 갖고있다.
이와관련 하수처리장 오형호 시설담당자는 "이제 하수종말처리장은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닌, 우리 군 생태도시화 정책의 최일선 현장으로써 유치원생들의 소풍 장소로, 지역민 생태환경 체험학습 장으로 거듭날 것이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이 지역 생태환경 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가장 훌륭한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담양하수종말처리장은 지난 99년부터 운용중이며 1일 7000여톤의 생활하수와 분뇨, 축산폐수를 처리하고 있다. 187억여원을 들여 1만5000평의 부지에 관련시설을 갖추고 담양읍과 무정면 일부의 생활하수 및 공장폐수, 그리고 담양군 일원의 분뇨와 축산폐수를 정화해 하천으로 흘러보내고 있는 곳이다.
민선3기 들어 하수처리장 주변을 생태자연학습장으로 가꾸는 꾸준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지금은 많은 방문객들이 찾고 있는 환경의 명소가 되고 있다. 하수처리장내 여유공간은 넝쿨장미와 나무를 심어 녹지화 했고 인근 너른 들판에서는 농작물의 성장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며 식물과 곤충 채집도 가능할 뿐 아니라 최종 방류수는 수질정화 능력이 뛰어난 수상식물 여상시설을 설치, 생태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어 이곳을 찾는 초중고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게다가 인근 하천둔치에는 해마다 유채꽃 옥수수 황화코스모스 단지를 조성, 사진촬영 장소로도 각광을 받고있어 담양 하수처리장은 '혐오시설' 오명을 벗은 지 꽤 오래다. 앞으로 주변 광활한 하천 부지를 활용한 생태자연학습장 및 수생식물 군락지 확대, 소규모 습지·연못 조성 등과 함께 농사체험형 주말농장, 생활체육공원(자전거·인라인 공원) 조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 장광호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