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술도가가 있어 그런지 몰라도 직접 사러오는 사람들이 많제. 여기까지 알고 찾아온 사람들을 무정하게 보내기 뭐해서 기름 값 하라고 조금씩 깎아주고 있어. 그래야 나중에 또 올 것 아녀?”
일반적인 방법과는 달리 특허를 득한 제조비법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술을 빚고 있는 김복만 금성주조 대표의 영업 철학.
금성면 소재지 초입 우측에 자리잡고 있는 금성주조장은 15평 남짓한 조그마한 제조공간이 고작이지만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는 술꾼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김복만 사장(72)의 집념과 땀이 깃든 곳이다.
김 사장은 대나무 고을 담양에서 12년 동안 술과 인연을 맺고 살고 있다.
화순출생인 김 사장이 담양에 뿌리를 내리고 동동주 생산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근대사와 그 맥락을 함께 한다. 광양의 주도가 집에서 태어나 13세살 때부터 술 익는 내음에 취해 술과 더불어 시름많은 인생살이를 시작했다.
김 사장은 산업화로 인한 탈농 현상으로 농촌 노령 인구의 증가와 소주, 맥주 등 타 주류와의 경쟁에서 밀리다 보니 그나마 막걸리를 찾는 농촌으로 농촌으로 옮겨 다니기를 거듭하다 마지막 막걸리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를 공략하기 위해 담양에 터를 잡았다.
김사장이 담양으로 이사 올 당시만 해도 막걸리와 동동주는 농군들의 대표 브랜드로 통할만큼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한달 매출이 목 좋은 동네 구멍가게보다 못할 정도로 사양길에 접어들어 이제는 주문생산에 겨우겨우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기계화로 인한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는 여느 생산지와는 달리 금성주조에서 생산하는 황토 동동주와 막걸리는 소비자의 건강을 우선에 두고 만들어진다.
엄선된 재료를 제대로 투입하고 숙성기간을 한치도 어기지 않는 양심적 생산이 그나마 農酒의 명맥을 이어주는 힘이 되고 있다.
김 사장은 “밥풀이 제대로 살아서 떠있는 술이라야 진정한 동동주라고 할수 있는데 시중에는 맑은 색의 동동주가 시판되고 있어 제대로 된 동동주의 맛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자랑하는 황토동동주는 주원료인 백국(하얀색) 보다는 황국(노란색)을 사용해 일반 동동주에 비해 1도수 높은 7도수를 갖고 있지만 오히려 깔끔한 단맛을 지니고 있다.
일반 동동주는 아스파탐이라는 재료를 첨가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쓰지 않아 술 마신 뒷날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쓰리지 않는다. 이런 연유로이곳 동동주를 한번 마셔본 소비자는 어김없이 또 찾아 온다.
김씨의 동동주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술이 포도주라면 일본은 국주(청주 일종), 중국은 빼갈을 손꼽을 수 있으나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술은 있을지 몰라도 정작 국가를 대표하는 술이 없는 현실에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막걸리 시장의 미래에 대해 김 씨는 “막걸리의 지역 제한이 풀리면서 경기도 이동 막걸리가 전국 시장을 제패해 지역 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몰린 적도 있지만 이제는 이동 막걸리의 존재가 흔들리고 있다”며 “이는 대량 생산을 통한 시장 점유율을 제고하느라 이동 막걸리가 갖고 있는 고유한 맛을 살리는데 소홀해 입맛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탓이다”고 평했다.
“어떠한 광고보다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만큼 뛰어난 광고는 없다며 술맛에 반해 직접 찾아온 사람들에게는 얼마든지, 죽지 않을 만큼 마셔도 일절 돈을 받지 않는다”는 김 사장의 말에서 장사가 아닌 장인의 숨결이 스며 나온다.
김 사장은 “정말로 맛있는 막걸리를 먹으려면 막 출하된 것을 냉장고에 1주일 가량 보관했다가 먹으면 맥주나 소주는 저리 갈 정도로 막걸리의 진정한 맛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고 귀뜸했다. 또 “세월이 변해 주변에서 접하기 쉬운 다양한 주류가 판을 치고 있지만 우리 고유의 맛을 지닌 동동주를 계속 생산해 나갈 것이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