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초(綾町)는 일본 큐슈(九州)지역의 미야자키현(宮崎縣)에 위치한 인구 7,500명의 작은 마을이다. 산림이 총 면적의 80%를 차지하는 이 지역 주민들은 임업에서 창출되는 고용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9%밖에 안 되는 경지면적에 토양도 척박하여 생계를 위해서는 산림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계화의 여파로 노동의 일터가 급속히 사라지게 되면서 아야는 주민들의 생계조차 위협받는 척박한 땅으로 남게 되었다.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버리고 남아 있는 주민들도 생계에 어려움을 호소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아야초는 연간 관광객 수가 150만 명에 이르는 생태관광의 명소로서 일본에서 마을재건에 가장 성공한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야반도주의 마을'로 불릴 정도로 지역 주민들에게조차 외면당하던 이 마을이 불과 2, 30년 만에 유명관광지에 필적하는 수의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새롭게 변모한 것이다.
아야초는 어떻게 해서 성공적으로 변신할 수 있었는가. 1966년 고다 미노루(鄕田實)씨가 아야초의 정장(町長 : 읍장에 해당)으로 취임하면서 이 작은 마을에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새로 부임한 정장은 척박한 토양과 경제성 없는 산림만이 우거진 이 지역의 자연환경을 다른 시각에서 검토하게 된다. 그 결과 아야초에는 조엽수목으로 무성한 산과 오염되지 않은 물, 그리고 깨끗한 공기 등의 풍부한 자연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농사짓기에 적합하지 않은 척박한 토양의 활용방안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자연친화적인 개발에 노력한 결과 아야초는 조엽수림의 마을, 유기농업의 마을로의 변신에 성공했으며, 지역실정에 맞는 공장의 유치에도 성공하여 경제적으로도 윤택한 마을이 되었다.
아야초의 자연환경 중에서도 제일의 장점은 이 지역에 일본 제일의 조엽수림이 있다는 점이었다. 조엽수립에서는 좋은 공기와 좋은 물이 나오는데 이 고장은 약 7,500ha 달하는 일본 제일의 수림이 남아 있다.
그러나 정부가 국유림인 이 지역의 조엽수림을 벌채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벌채를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간의 갈등이 생겨난다. 벌채가 시작되고 다음으로 식재(植栽)를 하게 되면 사람의 손이 필요하게 되어 고용효과가 일어나는 등 큰 공장 하나 정도의 경제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야초의 조엽수림을 보존하려는 고다 정장을 비롯한 일부 마을 주민들의 강력한 의지로 벌채계획은 무산되게 되었다.
조엽수림은 좋은 공기와 좋은 물을 만든다. 이 지역 주민들은 삼림욕의 메카로 불리는 조엽수림을 보존하여 아야초를 맑은 공기의 조엽수림의 도시로 특화시켰으며 생태관광도시로 변모하는데 성공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1967년부터 시작한 것이 '한 평 채소밭 운동'이다. 전문 농가에서 채소를 가꾸는 것이 아니라 집집마다 채소를 가꾸어 남은 채소는 이웃에게 나누어주고 다시 그것을 마을 전체에 널리 퍼지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이 운동은 자연의 생태계에 가까운 농업을 지향하여 화학비료나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농산물 가꾸기, 즉 유기농업으로 발전해 간다.
처음에는 자급자족을 목표로 시작하였으나 건강이나 안전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아야초에서 건강한 유기 야채를 재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서 아야초의 채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야초의 행정은 이 지역을 유기농업의 고장으로 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신속히 대처했다. 유기농산물에 대한 인정제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야초는 1987년에 자연생태계농업조례를 제정하여 유기농산물 인정기준의 기본으로 삼게 된다.
주민들은 좋은 공기와 더불어 좋은 물을 살리는 방법을 생각했다. 일본에는 환경청 주관으로 '일본 유명수 100선'을 선발하는 행사가 있는데 아야초는 이 행사를 아야의 자연을 전국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응모하게 된다. 환경청의 맑은물(淸水)기준은 수질, 수량, 주변환경, 고사내력 등이 있는데 아야초는 이 기준을 통과하여 85년에 유명수 100선에 선발되었다.
'일본 유명수 100선'에 뽑히게 된 것은 아야초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지역 주민들은 아야초에서 생산된 산물을 재가공할 수 있는 공장의 유치를 위해 노력하게 된다. 아야초에서 생산되는 양조장, 된장, 간장 공장 등의 재가공 공장들이 들어 설 수 있다면 주민들의 고용도 확보될뿐더러 문화사업과 연계하여 마을가꾸기를 발전시키는 데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비닐계 자동차 부품공장, 봉제공장, 도색공장 등으로부터 진출 신청이 들어왔으나 아야의 자연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거절했다.
이 무렵 운카이주조(雲海酒造)를 중심으로 한 주변의 주조공장들이 합병하여 새 공장을 지으려는 계획을 공표했고 각지의 정·촌이 유치작전을 전개하고 있었다. 아야초는 이 지역의 지하수가 풍부하고 맑다는 점과 양조장을 세우는데 어울리는 녹색환경이 훌륭하다는 점을 내세워 주조공장의 유치에 성공하게 된다.
현재 운카이주조의 소주는 전국적으로 출하되어, 일본 전국에서 1, 2위를 자랑하는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아야초의 맑은 자연 속에서 만들어진 운카이의 소주, 그리고 청주가 방송매체를 통해 선전되면서 아야초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된다. 운카이주조는 아야초의 행정의 한계상 할 수 없는 부분들을 빠짐없이 잘 수행해 주었다. 이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간의 협력으로 함께 발전할 수 있었던 모범사례로도 평가된다.
아야초는 지역의 입지를 최대한 살린 환경친화적 개발을 통하여 지역주민조차 살 수 없어 떠나는 야반도주의 마을에서 한번 왔던 사람이 다시 찾고 싶은 생태관광의 명소로 변신에 성공했다. 이와 같이 환경보존형에서 환경친화형으로 개발을 함에 있어 성공 조건은 무엇일까? 아야초의 성공사례로부터 유추해 보면 입지조건에 대한 정확한 분석, 자치단체장의 리더십, 효율적인 정책수단의 활용, 지역주민의 협조, 그리고 기업과의 협력적 발전관계를 들 수 있다.
아야초의 주변에는 대조엽수림(大照葉樹林)이 있고 이 수림의 중심을 흐르는 남과 북의 두 줄기의 아야천이 흐르고 있다. 갈라진 남과 북의 아야천 사이에 아야초가 있고, 그곳은 개울보다 낮은 저지대라서 좋은 농작물이 생산되기 어렵다. 그 때문에 아야초의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태였다. 그러나 아야초는 맑은 공기를 내뿜는 조엽수림과 아야천의 맑은 물을 특화하여 생태관광 마을로 탈바꿈하였으며,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 공장을 유치하여(운카이 주조공장) 경제적으로도 윤택하게 될 수 있었다. 이는 지역의 입지조건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입지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아야초가 야반도주의 마을에서 생태관광의 명소로 부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자치단체장의 리더십과 헌신적인 노력을 들 수 있다. 고다 미노루 씨는 1966년에 아야초의 정장으로 부임한 이래 6기 24년에 걸쳐 아야초의 행정을 이끌었다. 그는 조엽수림이 정부의 벌채대상이 되었을 때, 조엽수림이야말로 아야초가 보존해서 가꾸어 나가야 할 이 지역 제일의 자산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지역주민과 정부를 설득하여 조엽수림을 지켜냈다. 미래에 대한 비젼과 지역에 대한 애정을 지닌 자치단체장의 헌신적인 노력이 지역개발 성공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아야초의 행정은 주민들의 자치적인 노력을 중시하여 지역개발의 방향을 제시하고 주민들의 노력을 결집시키는데 중점을 두었다. 추상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한 계획을 세워 주민들에게 홍보하는데 주력했다. 예를 들어, 주민들의 채소밭 가꾸기를 장려하는 '한평채소밭 운동', 각 가정의 특산품 개발을 장려하는 '일호일품 운동', 주민의 토론문화와 행정에의 참여를 촉발하기 위한 '자치공민관 운동' 등 주민의 직접참여를 유도하는 적극적인 행정을 펴 나갔다. 이러한 효율적인 정책수단의 활용은 아야초가 유기농업의 마을, 생태관광의 명소로 변모하는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하였다.
아야초의 주민들은 자치행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서 자기 고장의 장점을 발전시키고 환경을 살려 나가는 데 공헌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자치공민관을 통해 토론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성화 시켰으며 지방자치의 주역은 지역의 주민이라는 점을 실천으로 보여 주었다.
운카이 주조공장이 아야초에 자리잡게 되었을 때 운카이 주조 측은 다음과 같은 약속을 하고 지켰다. 첫째, 배수에 만전을 다한다. 둘째, 아야초의 자연환경이 손상되지 않도록 공장 건물을 아야초의 경관과 융합되도록 짓는다. 셋째, 종업원은 되도록 아야초의 사람을 고용한다. 넷째, 청주나 소주의 주조공정을 견학하는 과정을 설치하여, 지역관광에 이바지한다. 또한, 운카이의 소주 및 청주가 방송매체를 통해 선전됨으로서 아야초의 관광에 미친 효과는 지대했다. 아야초의 자연을 소중히 하려는 기업 측의 노력은 기업과 지역이 함께 발전하는 모범사례를 남겼다.
아야초의 환경친화적인 지역개발 사례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지역의 개발과 환경보전의 문제는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라는 점이다. 아야초의 조엽수림 벌채를 둘러싼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조엽수림의 벌채는 자연파괴의 대가로서 단기적인 고용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겠으나 조엽수림의 보존을 선택함으로서 자연을 보호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관광 지역으로 개발 될 수 있었다.
둘째,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지방정부의 장기적인 지역개발 청사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자치제의 역사가 짧아 자치행정의 경험이 부족하다. 자치단체장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고 있다. 이로인해 단시일 동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한 경제성장 우선의 성과주의적 정책이 만연하여 환경보전을 저해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 환경친화적인 지역개발을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개발의 혜택이 주민의 복지향상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의 환경과 가장 가깝게 교감하는 것은 주민이다. 물론 지역의 주민들도 환경에 무관심하거나 단기적인 개발 이익에 치우칠 수 있다. 그러나 환경친화적인 지역개발에 주민참여가 보장이 되어야만 참여과정을 통해 환경의식을 가질 수 있고 이것이 다시 환경친화적인 지역개발을 고무시키게 된다.
넷째, 지역개발에 있어서 기업의 역할이다. 아야초와 운카이 주조공장의 협력적 발전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은 환경친화적인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기업의 성장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