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이나 농악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가락을 알고 즐기면서 전통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려는 의식은 높지만 정작 이같은 풍물이나 농악에 필요한 소품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던 차에 마침 고깔을 만드는 고명한 분의 배움을 받을 기회가 생겨 직접 농악소품들을 만들게 됐습니다."
풍물이나 농악에 없어서는 안될 소품들을 직접 만들어 여기저기 놀이패와 문화예술인들에게 보급하고 있는 김종혁씨(38).
그가 풍물과 죽산매구 상쇠로 지역의 놀이패들을 이끌면서 필요한 소품인 고깔, 장구채, 꽹과리채 등을 직접 만들어 쓰게 된 동기이다. 광주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8호 정득채 선생에게서 '고깔' 만드는 기술을 배워 올해로 3년째 고깔, 장구채, 꽹과리채 등을 직접 만들고 있는 김씨는 비록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지만 현재로선 전국에 몇 안되는 농악 소품을 만드는 사람을 귀하신 몸(?)에 속한다. 그만큼 우리 고유 민속문화인 풍물, 농악에 필요한 소품 만드는 장인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김씨가 만드는 고깔은 주로 '오방신'으로 불리는 오색고깔. 청·백·적·흑·황색의 5색 나팔꽃 문양의 고깔로 오방신은 동·서·남·북·중앙의 다섯 방위신을 의미한다. 또 하나는 청·적·황색의 삼색고깔로 접씨꽃을 앞·뒤에 다는 고깔이다.
고깔 만드는 일은 나홀로 작업인데다 100% 주문 제작인 관계로 만드는 양은 그리 많지는 않고 한달에 평균 30여개 정도 만들고 있다는 김씨는"제작과정이 아주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작업이라 어려움이 많다"며"그러나 우리 전통문화를 전수한다는 차원에서 풍물하는 사람들이라도 제작기술을 많이 배워두면 좋겠고 또 행정에서도 전통문화의 보존과 관광상품화를 말로만 외칠것이 아니라 이렇듯 사라져가는 작은 민속자료 부터 챙기는 관심과 성의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김종혁씨는 죽산매구, 풍물패 상쇠로 활동하면서 우리 가락과 소리를 직접 공연하고 민속자료 발굴에 발벗고 나서는 것은 물론 지역 초중학교 농악 강사로 활동하며 학생들에게 전통 민속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또 읍면 부녀회를 중심으로 농악 무료교육과 함께 죽산매구 보급 등 소위 '돈도 안되는 일'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수년째 열정을 갖고 우리 것과 민속놀이 보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보기드문 문화예술인 이다.
그는 오는 5월 광주시에서 열리는 '관광상품진흥전'에 자신이 만든 고깔을 담양을 대표하는 민속관광품으로 출품할 계획이다. / 장광호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