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호남고속도 공사장 인근 야산에서 발견돼 고고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대전면 서옥리 백제시대 고분군에 대한 발굴작업이 유보됐다.
군에따르면 당초 이 고분군에 대해 5월말쯤 긴급 발굴조사에 착수할 계획이었으나 전남도의 예산 미확보로 인해 지연되다가 결국 예산 지원이 어렵다는 통보가 옴에 따라 발굴 작업을 포기했다.
서옥리 고분군 발견 당시 군은 도굴에 대비, 긴급 보전조치를 취하는 한편 전남도에 긴급발굴비를 요청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해 문화재에 대한 행정의 깊은 관심과 수준높은 인식을 보여줬었다.
그러나 군이 최근 예산을 핑계로 이 백제고분군에 대한 긴급 발굴작업을 포기한 것은 섣부른 결정이라는 지역민들의 지적이 높다.
이와관련 군관계자는 "당초 전남도에 예산을 요청, 긴급발굴비를 지원받기로 했으나 최근 도에서 예산지원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며"군에도 긴급 발굴작업에 끌어쓸 마땅한 예산이 없어 결국 발굴조사를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지역 문화계 인사들은" 몇백만원에 불과한 긴급발굴비를 지원받지 못한다고 국내 고고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문화재 발굴을 포기한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며 "서옥리 백제시대 고분군은 총 11기가 집단으로 밀집된데다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무척 높고 발굴시 다량의 보물급 부장품 출토 가능성도 진단돼 군이 어떤 예산을 들여서라도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민들도 "서옥리 고분은 한강 중심의 기존 백제시대 무덤 양식과 차이를 보여 발굴시 영산강 상류지역의 고대문화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언론에 보도돼 발굴조사가 크게 기대 됐었다."며"현재 그 숫자와 내용으로 볼 때 우리 담양은 보물급에 준하는 문화재가 빈약한 실정임을 감안, 서옥리 백제고분군이 얼마나 많은 귀한 문화재를 우리에게 안겨줄지 모를 상황에서 그냥 방치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초 발견자인 호남문화재연구원측도 "시급히 발굴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철저한 보호 조치가 없는 한 언제 어떻게 전문도굴범들에 의해 도굴 당할지도 모를 우려가 있다"면서"서옥리 고분군이 도굴 흔적이 전혀 없는 원형 그대로 발견된 만큼 조속한 발굴조사를 통해 고고학적 가치와 출토 유물 확인작업이 필요한데 발굴작업을 포기했다니 아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동안 우리담양에서 확인된 총 8기의 고분이 모두 도굴된 채로 발견돼 부장 유물 하나 건지지 못한 것을 감안할 때 지난 4월 발견된 이 서옥리 고분군은 6세기 전후 1500년 이상된 백제시대 지배계층의 무덤으로 도굴 흔적이 전혀 없는 처녀고분 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부장유물에 대한 기대와 문화재적 가치로 인해 발굴의 필요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최근 군과 전남도가 몇푼 안되는 예산을 핑계로 발굴조사를 포기한 것은 문화재 인식에 대한 행정의 마인드가 한심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는 게 지역민들의 지적이다.
한편 담양군에는 보물 5개와 국가사적 2개 외에 도지정 유형문화재 8개와 몇개의 문화재자료·민속자료·천연기념물·무형문화재가 있을뿐이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옛 선조들이 창조하고 물려준 문화재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실정이다. 【장광호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