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축제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담양문화공원 옆 추성경기장 언덕 뒤편 조개방죽자리에서는 어르신들의 힘찬 몸놀림이 전개되고 있다.
담양의 296개 마을에서 새끼를 꼬아 제출한 산더미같은 새끼들을 정리하면서 이번 축제때 사용할 줄다리기를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어렸을적 보신 감도 있고 또한 마람은 물론 덕석이며 소쿠리 등 짚공예에 일가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 볏짚다루는 솜씨가 남다르시다. 기자가 다가가 "짚공예 인간문화재 신청해야겠다"고 하자 두팔을 내저으시며 "그런 실력 못돼" 하신다. 그리고 "인간문화재 되면 귀찮기만 하지...월급은 나온당가..담배값이라도 나와야 뭘 하지..." 한바탕 웃으며 각 마을별로 가져 온 새끼를 50미터의 길이로 8줄을 늘인다음 그걸 다시 굵게 꼰다.
그렇게 꼬인 줄을 또 모아서 꼬고 그걸 10개를 합하니 왠만한 어린이 몸통만 해진다. 이렇게 한 다음 대나무를 통째로 쪼개어 앞부분 고를 만들고 거기에 다시 볏짚을 감아가면서 고를 만든 다음 몸통을 다시 새끼로 엮어간다. 지네발처럼 벗줄을 내고 고 바로 뒤부분엔 대나무를 세마디 넣어서 양쪽에 6개의 읍면 깃발을 꽂으실 예정이란다. 암줄과 숫줄이 있으니 12개읍면의 깃발이 다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이게 담양의 고싸움놀이 할 때 그 고하고 비슷하네. 이게 일제 때까지 했었는디 그 뒤로 끊겼어. 그때는 동서로 나누어서 지는 쪽이 그 해 도랑치는 일을 다 했응게 얼마나 치열했는지 몰라. 완전히 죽기살기로 했지."
이제 옛날의 그 협동정신을 재현하고 담양의 무궁한 발전과 화합단결을 기원하는 의미로 거의 50년이 넘은 세월만에 처음으로 줄다리기가 재현되는 것이다. 한쪽 줄의 길이가 약 25미터 정도이니 합하면 50미터의 줄이 된다. 여기에 지네발처럼 뻗은 벗줄이 30개나 되니 한쪽에만 300명이 넘은 숫자가 동시에 달라붙어 줄을 당길수 있게 되어 있다. 약 천여명의 대인원이 동원되는 제대로 된 줄다리기가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각 마을별로 주민들의 소망을 담은 깃발이 나오게 되고 영기를 비롯하여 수 많은 깃발부대가 나부끼게 되면 완전 축제는 절정에 이를 것이다.
줄다리기는 어느 편이 이기고 지고를 떠나 농경시대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우리 선조들의 최고의 민속축제이었다.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여 먼저 어린아이들의 줄다리기가 오픈게임으로 시작이 되면 어른들이 이윽고 본격적인 줄을 준비한다. 각 농가별로 볏짚을 모으고 이렇게 모아진 볏짚을 가지고 당산나무 아래서 줄을 제작하였다. 대개 암줄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하였다. 이는 여자가 생산을 하는 이유때문에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로 암줄이 이겨야 한다는 것이라 한다. 때문에 일부지역에선 여자들이 회초리를 들고 암줄이 이기도록 때리기도 한다.
어떤 곳이든 공통적으로 줄다리기의 고 부분에 대장을 태우게 되는데 그 대장으로 선임되는것이 최고의 영예라 한다. 그리고 줄다리기가 끝난 후에는 줄을 썰어서 나눠가져가 지붕위에 던져놓은다랄지 하게 되면 액운을 물리치고 집안에 복이 가득 들어온다하여 서로 가져가려고 난장판이 되기도 한다.
또한 줄다리기와 얽힌 재밌는 에피소드가 정말 많다. 어떤 지역에서는 여자들이 만들어진 줄 위를 넘어가면 줄이 끊어지는 징크스가 있다하여 여자들이 줄 위로 못 넘어가도록 지키기도 한다. 하지만 아들을 못 낳은 여자가 노팬티로 그 줄 위를 넘어가면 아들을 낳은다는 믿음이 있어 지키고 공격하는 그런 행위가 줄다리기 전날부터 치열하다고 한다. 줄이 끊어지면 안될것이고 아들은 낳아야 할것이고 이 얼마나 기막힌 대결인가.
아무튼 이번에 우리 담양에서 준비하는 줄다리기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새끼를 꼬아 제출하여 각 마을 주민들의 정성과 소망이 이 줄에 다 담겨있다.
그리고 50년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우리의 민속을 재현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제는 살아 있는 민속으로 가꾸어 나가면서 군민의 화합과 단결을 위한 좋은 상징이 될 것이다. 이제 이번 줄다리기를 계기로 각 마을별로 줄다리기 용 볏짚을 확보하기 위해 한마지기 정도는 콤바인 작업을 할때 다 썰지 말고 묶어서 보관을 하고 그걸 정월달에 마을사람들이 모여 앉아 왼새끼를 꼬아서 제출하는 자발적인 주민의 참여를 고정화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일본의 오키나와는 줄다리기 하나로 세계적인 관광축제를 하고 있다. 그네들은 미군정하에서 쌀농사가 완전히 사라지고 사탕수수밭으로 변하여 볏짚을 구할 수 없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대만으로부터 수입하여 줄을 제작하여 줄다리기를 해 왔다. 그런 결과 오늘의 오키나와가 있게 된 것이다.
축제가 지금까지 관주도였다면 이번 축제는 바로 이런 점에서부터 탈피하는 좋은 내용의 행사가 줄다리기이다. 어찌보면 줄다리기야말로 대나무축제의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