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기자가 무정면 한 마을을 방문했을 때 일어난 일이다.
이 마을 방송시설에 연결된 외부전선이 오래되어 느슨해지면서 사고 위험을 느낀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강구하고 있었다.
때마침 인근도로에서 한국전력 활선차(일명 바가지차)가 가로수 가지치기작업을 하고 있는 장면이 주민들의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가 “저기서 작업 중인 한전 직원에게 부탁하면 되겠다”며 현장에 있던 기자에게 부탁을 해달라고 했다.
기자가 현장에 도착하니 한 사람은 활선차 위에서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었고 다른 두 사람은 통행차량 수신호를 하고 있었다.
느슨해진 전선을 팽팽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기위해 책임자를 찾았더니 차안에 있다고 말했다
차안을 들여다보니 책임자란 사람은 피곤했는지 잠을 자고 있었다. 노크를 해보니 반응이 없어 다시 반대편 문을 열고 깨운 뒤 미안한 마음으로 어렵게 상황을 얘기했다.
헌데 책임자의 답변은 너무도 간단했다. “업무상 바쁘기도 하지만 그 선은 전기선이 아니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고. 곤히 주무시는데 깨웠던 게 불쾌했던 탓일까?
잠시 후 작업을 끝낸 직원들은 잘려진 나뭇가지들을 제방 뒤편에다 버리고 어지럽혀진 도로는 그대로 방치 한 채 서둘러 현장을 떠나버렸다.
그래서 기자가 한전에 전화를 걸어 지점장에게 정중히 부탁했지만 한번 떠난 활선차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전선 좀 팽팽히 당겨달라는 부탁이 그토록 들어주기 어려운 일이었을까?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이같은 상황을 목격한 주민들은 한전 활선차를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인근작업장에서 공사 중이던 굴삭기 기사에게 부탁하여 약 5분 뒤엔 느슨한 전선을 팽팽하게 할 수 있었다.
이 마을 주민들은 기자에게 “직원들은 일하는데 차안에서 따뜻하게 히터 틀고 주무시면서 주민들의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하신 용감무쌍(?)한 책임자 분에게 주민들을 대신하여 한 가지 질문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작업 후 잘린 나무 가지는 제방에다 그대로 버리고 현장청소는 하지 않고 가는 것이 한전의 업무방침인지 궁금하다는 것.
자신을 늘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대접받기에 익숙한 사람은 겸손함을 모른다. 그러다보니 친절을 베풀기는 더욱 어렵다. 이미 굽실대는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빛을, 이웃에 사랑을...’이라는 한전의 캐치프레이즈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양상용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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