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 입대한지 3일만에 몸에 이상이 있어 귀가 조치를 받은 20대 청년이 백혈병에 걸려 힘겹게 투병,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경태씨(수북면 개동리)가 용솟음치는 젊음을 만끽해야 할 나이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해 12월 초순.
김씨는 군 입대 전 만에도 같은 또래 청년들처럼 수저를 놓고 뒤돌아 서기가 무섭게 왕성한 식욕과 지칠 줄 모르는 건강함으로 집안일을 돕는 청년이었으나 10월초 대한민국 남아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춘천 훈련소에 입소한지 3일만에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김씨의 가슴에 X선 판독으로는 식별하기가 곤란한 멍울이 있어 종합병원에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
김씨는 의사의 말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걱정하고 있을 가족들의 얼굴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려야했다.
김씨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 것은 사료공장에서 임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아버지와 1년 내내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농사를 짓는 어머니의 벌이로는 고령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이제 갓 고등학교 1년생인 여동생의 학비를 부담하기에도 빠듯한 형편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앞으로 들어갈 병원비 걱정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러나 집안의 대들보인 맏손주를 병마에 빼앗길 수 없다며 손주의 손을 잡고 나선 할아버지와 함께 전남대 병원을 찾아 정밀검진을 한 결과 백혈병이라는 최종 진단이 내려졌다.
한달 여간 검진비와 10여일 동안 소요된 병원비만도 무려 200여 만원.
김씨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수북면 문성희 사회복지사와 김승태 면장이 차상위 의료특례 보호 대상자로 지정되도록 노력한 끝에 다소 병원비 부담을 줄일 수 있었지만 어려운 가정살림으로서는 그나마 감당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여기에다 현재 병원과 집을 오가면서 받고 있는 약물치료 비용은 물론 앞으로 골수이식 수술에 소요되는 수술비도 2000여만원이 넘을 것으로 보여 김씨 가족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이쁜 우리 경태 좀 살려주세요. 부모 말 잘 듣고 대학 졸업하면 사회에 나가서 돈 벌어 효도 할 놈인데 죽을병에 걸렸다고 하니 살만 큼 산 내가 대신 죽을 랑께. 손주 새끼 살려주세요"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경태 君의 할머니와 이를 타박하면서도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는 할아버지, 그리고 이를 말없이 지켜보는 어머니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하나일 것이다.
건강한 모습의 손주이자 자식인 경태로 되돌아와 주기를 말이다.
문성희 사회복지사는 "평소 성실하던 경태가 백혈병에 걸려 마음이 아프다" 며 "현재 골수를 찾지 못해 치료만 받고 있으며 맞는 골수를 찾아도 수천만원대가 드는 수술비가 든다"며 안타까워했다.
수북남초교·수북중·담양공고를 졸업하고 남도대학 전기과 1년 재학중에 국가의 부름을 받았던 경태 군은 "법 없이도 사실 부모님들과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자신 때문에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보면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럽다" 며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아 부모에 효도하고 국가에 충성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건아로서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힘겹게 말했다.
마당 한 켠에 여동생과 만들었던 눈사람이 따스한 햇살 아래 형체를 점점 잃어 가듯이 생명의 불꽃이 위협받고 있는 경태 君의 집에 작은 희망의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경태 君의 소식을 접한 김귀남 수북정중보건진료소장이 담양군보건진료소협의회를 대표해 성금 10만원과 함께 투병의지를 북돋아 주는 등 '세상은 결코 외롭지 않다'는 말을 실천, 따뜻한 세상 만들기의 첫 단추는 이미 꿰어졌다.(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