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간 정들었던 학교는 없어지지만 졸업생과 재학생 여러분의 마음 속에 추억으로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무정동초등학교(교장 최남희)가 1937년 무정공립보통학교 옥산간이학교로 개교한 이래 지난 17일 마지막 졸업식(58회)을 갖고 졸업생과 학부모, 학교 관계자들의 아쉬움 속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사진)
이날 졸업한 문광섭·곽영철·김병희·최순자·김세준·윤가희·김진한·김정원 등 8명의 졸업생이 빠져나가면 전교생은 3학년 3명·4학년 3명·5학년 1명 등 총 7명(남 2, 여 5)만 남아 봄 학기부터 무정초교로 전학하게 된다.
그동안 이 학교를 거쳐간 동문은 이번 졸업생 8명을 포함, 모두 3395명.
앞 줄에 앉아 있던 졸업생들이나 뒤에 앉아 언니, 오빠들의 마지막 졸업식을 지켜본 동생들 모두 이날 졸업식의 주인공.
"오늘의 졸업식을 끝으로 폐교된다니 모교가 없어져서 슬퍼요."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어 모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할 거예요"
"4·5학년 수학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열심히 공부하여 아픈 친구들을 고쳐주는 의사가 되겠습니다"
"6년동안 소중히 키워온 꿈을 이룩하여 20년후에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다시 찾아 올 계획입니다"
재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을 향해 소박한 꿈을 밝힌 졸업생들은 아자! 아자! 파이팅! 힘찬 구호로 희망 메시지를 전했다.
최남희 교장의 마지막 회고사에서도 아쉬움이 묻어났다.
"오늘의 졸업식은 마냥 축복과 기쁨이 가득한 자리만은 아닙니다. 희로애락과 온갖 추억이 담겨 있는 교정이 없어진다는 아쉬움과 애석함, 허전한 마음을 그 무엇에 비길 수 있겠습니까?."
또한 "처음 입학해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왔던 철부지들이 이제는 어엿한 소년, 소녀로 성장한 모습을 보면 대견스럽다" 며 "졸업장에는 6년의 담의 결정체와 부모의 정성, 교사의 사랑이 한데 어우러진 것으로 비전 있는 사고를 가진 대한민국의 일꾼으로 성장해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졸업생들과 헤어져야 하는 재학생들의 마음은 판소리 형태의 송사에서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둥둥 형님들, 어허 둥둥 누님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 드리요. 학교는 사라지더라도 모교에서 동생들과 나누었던 추억들은 잊지 마시오. 우리도 무정동초교를 잊지 않고 길이 길이 영원히 간직 할 라요. 누님, 형님들이 잘되기를 바라며 희망의 꽃다발을 한아름 바치오니 우리 다시 만나는 날 추억의 꽃을 활짝 펴봅시다"
마지막 졸업식과 함께 무정동초교 졸업생들에게 주어졌던 장학금 전달도 오늘을 마지막으로 끝나게 됐다.
담양장학회를 비롯 무정동초교 21회(회장 김병용), 무정번영회(회장 송붕진)·무정농협(조합장 김상태)·무정중기(대표 여운칠)·무정초교 31회 졸업생인 정현영씨가 인재육성을 위해 기탁한 장학금들이 마지막 졸업생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기억됐다.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며 졸업식 장을 지켜본 한 학부모는 "아무래도 서운하죠. 물론 보다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배우게 된다니까 다행이긴 하지만 시간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힘들게 될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졸업식 노래와 교가를 부르며 고개를 떨구는 졸업생.
노래를 다 잇지 못했던 이들도 선배들의 앞길을 축하해 주겠다며 운동장에 늘어선 후배들 앞에선 아쉬움을 잠시 뒤로 한 채 웃음을 짓는다.
8명의 졸업생 모두는 이제 담양중학교와 여중에서 중학생으로, 후배들은 무정초등학교의 새 친구들과 새로운 학교 생활을 시작하려는 첫발을 내딛었다./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