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31일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지방선거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단연 군수 선거.
이웃 장성이나 곡성은 벌써부터 자천 타천 차기 군수후보들이 출마의사를 밝히고 비공식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는 반면 담양은 최형식 현 군수의 재선 도전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이렇다 할 움직임 없이 표면상으로는 아직 조용하다.
물론 물밑에서 거론되는 후보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거론되는 군수 후보로 김광철 前 재경 향우회장를 비롯해 이병담 前 부군수와 지난해 6월 공직을 사퇴한 이정섭 前 민원과장이 일찌감치 출마의사를 밝힌 가운데 그동안 불출마설이 나돌던 이정희 광주지방변호사회장이 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과거 고재청 의원의 비서관 출신인 강대균 씨도 지난 총선에 출마했던 김정범 변호사의 지지를 업고 열린우리당 당적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정섭 前 민원과장은 지난해 10월 읍 문화회관 건너편에 선거사무실을 마련하고 지역내 크고 작은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해 초부터 끊임없이 출마설이 나돌았던 김광철 前 재경향우회장은 반대하는 가족들을 설득,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음달중으로 담양읍에 캠프를 차리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병담 전 부군수도 이에 뒤질세라 지인들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조직을 구축하고 사무실을 물색하면서 탐색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광철 씨는 지난해 연초에 민주당 중앙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병담 씨는 민주당 전라남도지부에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이정희 변호사는 지난해 광주지방변호사회 회장으로 당선되면서 한동안 군수의 꿈을 접는 듯 했으나 최근 측근을 통해 출마의사를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형식 군수를 제외한 김광철, 이병담, 이정섭, 이정희, 네사람은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민주당 공천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으며 공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다각도로 채널을 가동하고 있지만 아직 누구도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관련 국회 김효석의원실에서도 군수선거와 관련해 어느 후보도 공식적으로 찾아온 적이 없다고 확인을 해주었다. 김효석의원실은 이들이 개인적으로 면담을 희망한 사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효석 의원은 군수후보에 대해 나름대로 기준과 원칙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선거와 관련해 입지자와의 개별 만남은 지양한다는 것이다. 굳이 못 만날 이유도 없지만 자칫 면담과정에서 주고받은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왜곡 과장되어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얼마 전 장성지역에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던 사례도 있다. 김효석 의원을 면담하고 돌아온 일부 지방선거 입지자들이 김의원과 주고받은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부풀려 김의원이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자신을 밀어주기로 했다는 등 소위 ‘金心’과 관련된 왜곡 과장된 소문을 퍼뜨렸고 이에 격분한 다른 후보들이 사실여부를 물어오는 등 혼란양상이 극대화 됐으며 이 같은 소문을 들은 김효석 의원이 크게 노했다는 후문도 있다.
이로 인해 김효석 의원이 장성지역 일부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보낸 적도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것도 이 같은 우려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때 최형식 군수도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전남지역 몇몇 자치단체장들과 민주당에 동반 입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지역정가를 긴장시키기도 했으나 당사자인 최군수는 부풀려진 이야기라고 소문을 일축했다.
그러나 최근 주민들 사이에서 지역발전과 화합을 위해서는 김효석 의원과 최형식 군수가 어떤 형태로든 한배를 타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두 사람의 근래 행적을 뒤집어보면 그냥 흘려듣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다.
어찌됐거나 전남지역은 도지사 보궐선거와 기초단체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잇따른 승리를 거두면서 인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고 그 인기에 힘입어 입지를 굳혀보려는 지방선거 입지자들에게는 민주당 공천이야말로 절반의 승리를 보장하는 골드카드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입지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김효석 의원에게 쏠리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효석 의원은 담담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본지에서 4.15총선 1주년에 즈음해 김효석 의원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공식 인터뷰를 마치고 차 한잔을 나누는 사이, 김효석 의원으로부터 다가올 지방선거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발언이 터져 나왔다. 앞서 김효석의원실에서 밝힌 ‘김효석 의원의 군수후보에 대한 기준과 원칙’은 아마도 여기에 기인하지 않나 생각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스며난 '김효석 의원의 군수후보에 대한 기준과 원칙’의 골자는 한마디로 ‘지역발전의 적임자이자 군민이 원하는 사람’으로 요약된다. 풀이하자면 군수는 진정으로 군민들에게 존경받고 군민들 다수가 원하는 사람이 선출되어야 하고 누가 지역발전을 앞당기는데 적임자인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제약 없이 문호를 개방하되 누가 지역발전을 위한 적임자인가에 대한 판단은 군민들에게 맡기고 군민들이 선택한 후보에 대해 정치권이 힘을 실어주는 구도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김의원은 “참다운 지방정치 실현을 위해서는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자질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혈연 지연 학연 등 개인적인 문제를 떠나 지역발전과 지역의 미래를 우선하는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전제하고 “이를위해 적당한 시기에 입지자들을 대상으로 군민 여론조사를 실시해 군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를 군수후보로 선출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을 확인이라도 하듯 얼마 전 김효석 의원은 장성군수 입지자들을 향해 "김효석의 마음을 얻으려 말고 그 시간에 군민들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하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메시지로 金心을 향한 행보에 쐐기를 박았다.
그렇다면 김효석 의원의 이같은 입장 표명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김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002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을 통해 느낀 심경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바 있다. “정말 선거가 가져오는 폐해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민들이 이편저편으로 갈리고 서로 헐뜯으며 싸우는 모습들을 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저에게는 모두가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잠시 말을 멈추고 허공을 응시하던 김의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적어도 나의 지역구인 담양과 곡성, 장성에서만큼은 이런 상황이 재현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해왔고 이를 위해서 내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갈등과 분열 없이 축제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문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김의원은 이 대목에서 지역신문의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선거로 인한 갈등이 지역의 화합과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작용합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선거전에 군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그 과정을 여과 없이 투명하게 군민들에게 전달해 군민들로 하여금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나 결과를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지역신문에서 담당해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김효석 의원의 이같은 생각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거슬러 올라가 지난 4월, 4.15총선 1주년에 즈음해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상당부분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김 의원은 지난해 선거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였습니다. 비록 탄핵반대라는 형태로 표출되긴 했지만 성난 민심 속에는 국민의 바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리당략만을 앞세워 욕하고 싸움질만 해온 정치권에 대한 채찍질이자 정치권의 수십년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여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늘의 뜻, 바로 천심(天心)인 민심(民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였습니다. 저는 지난 선거기간 동안 국민여러분께서 던진 이 경고를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 것은 힘든 기억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가슴에 새겨야 할 교훈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전략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했다.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민들의 뜻을 올바로 헤아리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지역발전을 위해 최선책을 찾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아울러 “어떠한 경우에도 지역민의 뜻을 거역하는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며 결정이 필요하다면 지역민과 가슴을 열고 상의할 것”이라는 다짐도 내놓았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최군수도 사석에서 다가올 지방선거와 관련해 “선거로 인한 갈등이나 분열은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이자 반드시 해소되어야 할 해악”이라며 “군민화합과 지역발전을 위해 당적이 걸림돌이 된다면 언제든지 당적을 버릴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렇다면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예상되는 선거는 어떤 구도가 형성될 것인가?
현시점에서 바라볼 때 대략 다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최군수가 열린우리당 후보로 선거에 나서고 민주당에서 후보를 선출해 양당간에 선거를 치르는 구도다.
이 경우 어느 후보도 쉽사리 승리를 점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최군수에게는 다소 불리한 측면도 없지 않다. 현 군수의 프리미엄과 저변에 깔려있는 지지계층을 규합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세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지만 민주당에서도 지명도 있는 후보를 영입하거나 선출한다면 탄탄한 조직력과 상승세를 타고있는 인기에 힘입어 판세는 우열을 가늠하기 힘들게 된다.
지난 선거의 경우를 들어 반론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오는 선거는 지난 선거와는 정치환경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난 선거는 정당 대 정당의 싸움이 아니라 인물 대 인물의 싸움이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다시말해 지난 선거는 민주당에서 후보가 갈라지는 형국이었으나 지금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라는 양당의 실체가 명확한 이상 궁극적으로는 정당선거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지역정서상 민주당이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양당간에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 뻔하고 그 와중에 지역은 또다시 분열과 갈등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구도는 최군수가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선거에 임하고 민주당 후보, 우리당 후보와 3파전을 치르는 구도를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최군수는 첫 번째 보다는 다소 유리한 입장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 열린우리당 세력 중 상당수가 최군수 지지세력임을 감안할 때 이들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예상되는 정당차원의 공격과 이로인해 발생할지도 모를 상대적 불이익은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케 한다. 그렇지만 이 경우도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한바탕 혈전은 피할 수 없고 후유증 역시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번째는 최군수가 열린우리당을 탈당, 민주당에 입당해 민주당 후보로 선거에 나서는 구도다.
이 구도는 선거를 앞두고 지역에 일대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선거구도를 일순간에 판가름 짓는 묘수 중의 묘수로 선택될 개연성도 없지 않다.
물론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 양당 일각에서 비난과 반발이 예상되긴 하지만 앞서 밝힌 김효석의원의 ‘군수후보에 대한 기준과 원칙’에 비추어 보면 최군수에게도 문은 열어놓은 셈이고 만약 이같은 구도가 형성된다면 피 흘리지 않고 선거를 순탄하게 치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쉽사리 떨쳐버리기 힘든 유혹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경우 최군수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소신을 놓고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나 갈등 해소와 분열극복, 나아가 군민화합이라는 대명제가 명분으로 십분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관련 한 주민은 “군수가 노란 옷을 입든 파란 옷을 입든 군정만 잘 이끌면 되지 옷 색깔은 별로 중요치 않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렇지만 기왕이면 팬서비스 차원에서 팬들이 좋아하는 색깔의 옷을 입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시했다.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둔 현 시점에서 이같은 논의가 다소 이를지는 모르겠으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다가올 선거로 인해 또다시 지역이 분열되고 갈등의 늪에 빠져드는 악순환은 막아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고 이를 위해 정당 관계자나 입지자들 역시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 또한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명석 局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