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에이는 추위와 간간이 눈보라가 휘날리는 가운데 추위를 피하기 위해 피워놓은 모닥불은 연신 열을 내뿜고 옆 테이블에는 온수통과 봉지커피, 우유와 종이컵이 수매에 참여하는 농민을 기다리고 있다.
수매를 위해 나온 금성농협 관계자와 면사무소 직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나온 검사관이 수매준비를 하며 분주한 가운데 나락포대를 실은 차량과 등급판정을 받기 위해 쌓아 논 포대가 수매장을 꽉 메우고 있다.
그러나 여느 때 같으면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동네방네 소식 전하고 서로 덕담을 나누던 수매현장과는 다른 썰렁한 분위기, 더 정확히 표현하면 침통한 분위기다.
올해부터 추곡수매제도가 없어지고 공공비축미를 수매하기 때문이다.
수매에 참여한 A씨(대곡리)는 “이제 쌀 농사는 끝났다. 국가약속인 쌀 수입을 무조건 반대만 할 수도 없고 올해 60마지기에서 나온 벼 소출이 620포대인데 트렉터, 이앙기, 콤바인의 감가 삼각비와 농약대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순소득 1천여 만원, 사람 꼴도 안되고 1백만원짜리 월급쟁이 보다 못하다” 고 말한다.
그래도 A씨의 사정은 나은 편, 남의 땅을 임차해 농사를 짓는 B모씨(덕성리)는 "수매해서 늘어난 농협 돈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한숨을 길게 토해낸다.
신상표 검사원은 "올해 이상 기온과 멍석 멸구 피해로 수확량이 감소한데다 특등 비율도 낮아 농민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있다" 며 "또한 쌀 협상안 국회 비준을 놓고 농민단체의 수매 거부로 인해 수매가 지연되면서 수매 물량 중 10% 이상이 중량 부족 현상이 발생, 부족한 만큼 포대에 보충하는 상황이 수매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등급판정을 기다리며 삼삼오오 모여 주고받는 농담에 허허허 웃는 소리가 쓸쓸하게 들린다.
그나마 군 공직자들과 농협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위해 쌀 팔아주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쌀값 보장, 추곡수매제 부활’ 등을 요구하며 공공비축미곡 매입에 불참했던 농민 가운데 최근 매입에 참여하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어 정상적으로 매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한때 11만원대까지 폭락했던 산지(농지수취가격) 쌀값(80㎏기준)이 12만1천원을 유지하는 등 쌀값이 점차 안정되어 가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한편 공공비축제 매입가격은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목표가격의 80%수준인 특등품 4만8920원, 1등품 4만7350원, 2등품 4만5250원, 3등품 4만280원으로 책정됐으며 잔금은 내년 1월께 정산할 방침이다./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