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30대 농민이 농업 현실을 비관,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10시15분경 남면 인암리 마을회관에서 이 마을 이장 정용품(38)씨가 숨져 있는 것을 마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정씨 주변에는 제초제로 보이는 농약이 놓여 있었으며 뒷면에 자살을 택한 사유를 적은 찢긴 달력 1장이 발견됐는데 유서에 '2005. 11.11. 농업인의 날'이 기재돼 있는 점으로 미뤄 정씨가 11일 밤 음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유서를 통해 “쌀, 교육문제 등으로 농촌이 정말 어렵다”며 “농촌에 관한 정책을 현실에 맞게 세워 농촌이 잘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사회가 투명해지도록 위에 계신 분들이 먼저 청렴해야 한다,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씨는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지난 95년 고향인 담양에서 칠순의 노모를 모시고 딸기와 염소, 벼농사를 지어왔으며 마을 이장, 본지 남면 객원기자를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해에는 만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담양 소재 2년제 대학에 입학해 학업에 매진했으며 올해엔 총학생회장을 맡아 학생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처럼 농사꾼과 마을 이장, 대학 총학생회장, 본지 객원기자 등 '1인 4역'을 맡아 의욕적인 활동을 전개했던 정씨의 자살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정씨의 큰아버지는 “조카가 올 초 모 방송국의 농촌 총각을 위한 중매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여성을 만났으나 결혼에 실패해 많이 괴로워했다”며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지 못한 심적 부담도 작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씨 유해는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 13일 오후 광주시립영락공원에서 화장을 한뒤 담양대학 인근 관방천에 뿌려졌으며 담양대학 총학생회는 교내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고인의 뜻을 기리고 있다. /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