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연습은 전쟁 등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실제 병력과 전투장비가 아닌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시하는 한·미 양군의 지휘소연습으로 우발상황 발생시 한미연합군의 협조 절차 등을 숙지하기 위한 것이다.
연례훈련인 올해 ‘을지연습’은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실시됐다.
특히 올해 을지연습은 참여정부가 처음으로 포괄적 안보개념에 따라 시행중인 ‘유형별 위기관리 표준 메뉴얼’을 적용해 담양에서는 담양호에서 시범훈련을 펼치는 등 을지훈련을 전개했다.
그러나 남북 화해무드와 맞물려 주적(主敵) 개념에 대한 혼돈속에 가상전쟁 훈련에 대한 다각적인 의견 개진과 함께 매년 유사한 상황 연습을 되풀이하는 훈련방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8.15 민족대축전을 맞아 북한대표단이 청와대를 예방했는가 하면 파주 임진각 일대에서는 ‘세계평화축전’이 열려 평화분위기가 한껏 조성된 시점에서 실시하는 ‘을지훈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또 훈련은 대부분 도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데다 주어지는 긴급 상황도 매년 반복돼 행정기관에서는 지난해 관련서류를 보고 그대로 작성하는 데 급급하다는 게 훈련에 참가하는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 공무원은 “이번 을지훈련은 남북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를 내비치고 있는 만큼 당초 일정을 조절했으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실제 현장훈련을 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 하기 때문에 직원들도 별생각 없이 참가하고 있다”며 “훈련내용이라는 게 매년 반복되다 보니 지난 내용을 기록한 서류를 찾아내 그대로 작성하는 게 훈련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훈련이라면 굳이 일정기간 수많은 인력을 동원하는 등 인력과 예산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을지훈련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공무원은 “최근 일본의 움직임이나 중국과 러시아의 합동군사훈련 실시 등 주변정세를 중시해야 한다”며 “ 훈련을 기존대로 실시하되 북한만이 아닌 다수의 적이나 재난재해를 대상으로 훈련방법을 변경, 강화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담당 공무원은 “을지훈련은 혹시 모를 최악의 실제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가방위 차원의 잠재적인 동원역량 점검과 능력향상에 역점을 둔 훈련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