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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읽는 ‘부부에세이 28호양윤덕(시인, 수필가/담양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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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03  09: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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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맛있게 살아라.

입으로 느끼는 음식 맛이 맛있어야 행복하듯이, 결혼생활도 두 사람이 함께 마음을 맞춰 맛있게 살아야 행복해진다.

아들이 이제 결혼 적령기에 들었다. 타지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하다 간혹 집에 오는 날이면 아들한테 “이제 결혼해야지?” 하고 말을 꺼내본다. 지금보다 좀 어렸을 때는 결혼하라는 말을 하면 그저 웃으며 받아들이더니 이제는 “그만!” 하면서 결혼에 대한 말을 꺼내지 못하게 한다. 자신도 어린애가 아니니 알아서 하겠다는 뜻이다. 결혼을 해도 스스로 돈을 벌어서 결혼 자금과 집을 마련한 다음 하겠다고 하니, 고맙고 기특할 따름이다.

나는 가끔씩 내 아들에게 결혼 선배로서 결혼생활에 대한 경험담을 들려주곤 한다. 이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결혼적령기 아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 다소곳 듣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어미의 말에 그래도 고개를 끄덕여주는 아들이 고맙다.

앞으로 결혼할 아들에게 당부할 말도 많지만 중요한 한 가지는 결혼을 하면 연애하듯이 “낭만적으로 맛있게 살아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결혼생활에 있어서 낭만이란 천연조미료와 같은 것이다. 결혼생활에 낭만이란 맛을 빼면 밋밋한 나물을 씹는 일과 다름없을 것이다. 밋밋한 반찬을 날마다 똑같이 먹는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재미없는 일인가. 결혼생활이 맛있으려면 부부가 감성지수가 서로 비슷하게 맞아야 한다. 감성지수가 같은 사람을 만나는 일은 참 중요하다. 낭만적으로 산다는 것은 마음 갖기에 달렸으나 감성지수가 같으면 참 수월할 것이다. 그러면 서로 식지 않는 사랑의 감정도 오래 간직할 것 같다. 늘 함께 먹는 밥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김치 하나라도 서로 먹여주고 받아먹고 하면 그 또한 낭만적인 삶이 될 것이다. 이런 작은 것에서 사랑의 감정을 잃지 않고 맛나게 사는 비법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집집마다 요리의 맛이 다르듯이 우리 부부가 살아온 날들 중에 이런 맛있는 날들이 꽤 있었다. 한때 주말농장을 하던 때가 있었다. 남편이 자신은 일을 할 테니 나는 곁에서 돗자리에 앉아 시를 쓰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러냐고 했더니 내가 글 쓰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더 이상 우기지 않고 남편이 하라는 대로 나는 시를 쓰고, 남편은 밭에 모종을 심었던 일이 있었다.

또 남편이 회사 다닐 적에 타지로 발령이 났다. 나와 함께 머무를 숙소를 정할 때도 내가 시 쓰기 좋은 경치가 있는 곳에 숙소를 잡았다. 기억에 남는 곳 중에 하나는 그 숙소 곁에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자가 있는 곳이었다. 남편이 출근하면 그곳에 앉아 사색하고 책을 읽고 시를 쓰라고 경치가 좋은 곳을 택한 것이다. 살아오면서 남편이 살맛을 내는 일을 많이도 해주었다. 생활의 맛은 남편이 맡아서 하고, 음식의 맛은 내가 맡아서 하며, 맛있는 날들을 많이 만들며 살아온 것이 행복하게 기억된다.

얼마 전에는 서울 딸네 집에 갔다가 밤늦게 손녀를 데리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남편이 갑자기 차를 멈추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가 어디론가 갔다. 다시 와서 차를 몰고 조금 더 가더니 어느 모텔 앞에서 내리라는 것이다. “여보, 오늘 여기서 하룻밤 자고 가자.” 1시간 10분 정도면 집에 가도 되는 거리인데, 좀 어색해 하면서도 남편이 하자는 대로 따라주었다. 그리고 짐을 내려놓고 동대문 야경부터 구경하자고 해 모텔에 짐을 놓고 손녀랑 동대문시장 주변을 산책했다. 어느 낯선 먼 여행지에 온 것처럼 기분이 아주 새로웠다. 불빛도 은은하고 산책 코스가 그야말로 ‘원더풀’이었다. 손녀가 있으니 마치 결혼 초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돌아보면 이런 순간순간들이 모여 결혼생활을 권태로움 없이 잘 지나게 한 것 같다. 내 아들이 아빠의 이런 낭만적인 부분을 닮아 미래에 맞이할 나의 며느리도 나처럼 오래오래 사랑받고 살았다는 기분을 느끼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들도 결혼해 아름다운 부부로 행복하게 잘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결혼생활은 하루아침 아니 몇 년 살고 끝내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을 서로 만들려고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혼자 재미나게 사는 게 아니라 아내와 자식과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자꾸 창조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나의 남편은 창의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결혼생활이란 때론 심각할 때도 있고, 의견이 달라 다툴 때도 있고, 내 마음에 안 맞는다고 싸울 때도 있다. 나의 남편은 언제나 그 끝은 늘 “나는 당신밖에 없어. 우리 재미있게 살자”는 말을 꼭 해서 내 마음을 풀어주곤 했다. 요즘은 “당신이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주니 참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면 그 한마디에 좀 서운했던 마음이 바보같이 누그려진다. 이런 경험담도 아들에게 들려준다.

부부의 삶에서 스킨십은 필수다. 그래서 나는 꼭 향기 좋은 껌을 화장대 서랍이나 가방에 준비를 한다. 남편의 입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날 때 껌을 꺼내 입에 반쪽 살짝 넣어주고, 반쪽은 내 입속을 향기로 채운다. 그건 서로를 위한 에티켓이다. 좋으면 좋은 대로 때를 가리지 않고 스킨십을 하는 것 또한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내가 주저리주저리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들도 마음이 잘 맞는 어여쁜 짝을 맞아 우리처럼 맛나게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러면서 문득 행복한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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