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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읽는 부부에세이 제22호양윤덕(시인, 수필가/담양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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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3.12  11: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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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 생각해보니

오래전 지방 어느 식당에서였다. 마당 뒤뜰 정원에서 엄마 아빠 같은 두 그루 큰 나무와 그 아래 어린나무 두 그루가 정답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 식당 주인이 심어놓은 것 같은데, 그 모습이 문득 우리 집 식구 같아 보였다. 보기에 좋아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린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부부나무가 묵묵히 바라보며 서로 은밀히 마음을 나누는 것 같았다. 저런 것이 자연스런 교육이 아닐까 싶어 뭉클했다.

벌레에 갉아 먹힌 자국도 없이 잎이 반지르르 모두 윤기가 흘렀다. 사람이 행복할 때 얼굴에 윤기가 흐르듯 평온하고 단란한 나무들의 모습이 정말 좋아보였다. 한때 나처럼 부모라는 권위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강압적인 소리를 하는 것도 들리지 않았다. 스스로 미소 짓고 스스로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이 참교육의 모범 같았다. 대부분 나무들은 그렇게 자란다. 아니 그들은 그렇게 가정이란 숲을 일구어간다. 저 평화로움 속에서 어린나무들은 활짝 기지개를 켜며 꾸밈없이 자라날 것이다. 장차 큰 재목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무부부만의 교육방식은 아마 대대로 그렇게 이어졌을 것이다. 문득 그 우아한 식물성의 교육방식이 나를 나무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취해 있다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 잠깐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나는 동물인 ‘사자’에 대해서 검색을 해 보았다. 사자들은 새끼를 낳자마자 절벽에서 떨어뜨려 살아서 올라오는 놈만 진정한 자식으로 품어준다는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다. 역시 그랬다. 가슴이 찡했다. 그게 동물의 왕자라는 사자들의 세계인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어 말문이 막혔다. 정글에서는 그보다 더한 일도 일어날지 모른다. 오직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그대로 그들의 교육방식이 되었을 것 같다.

식물과 동물의 교육법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충격은 충격이다. 어린 생명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할 수 없이 강하게 훈련시켜야 하겠지. 저들 나름대로 깊은 상처가 있지 않을까 싶어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는 내 자녀들을 어떻게 교육시켜왔을까? 지난날을 되돌아보았다. 때론 나무들처럼 묵묵히 지켜보아야 할 순간에도 밀린 학습지를 안 풀었다고 큰소리로 야단을 치고, 내 뜻대로 안 따라 준다고 남편하고 사소한 다툼이 있는 날은 아이들에게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았던가. 이러저런 이유로 아이들 마음에 상처를 내지 않았나 하고 아이들이 다 자라 독립해 사는 이 순간에서야 깨달음이 온다. 그저 묵묵히 지켜봐 줄 걸, 아니 조용조용 타이르듯 할 것.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늘 야단쳐서 해결하려고 했던 일들. 그래서 늘 시끄러웠던 날들이 새삼 부끄러워진다. 고스란히 아이들 가슴에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지금은 성인이 된 아이들한테 가끔 나는 미안함을 전한다. 그땐 내가 좀 미숙했다, 내 잘못된 교육방식으로 얼마나 상처를 입었느냐, 미안하다고. 그때 누군가 그건 나쁜 방법이라고 일침을 주었더라면 내 교육방식이 조금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이렇게 한세월 지나와보니 내 잘못된 교육방식이 보여 손자들에게는 너무 야단치지 말라고 늘 주문한다. 부모가 보여주는 대로 자식들은 따라하게 되어있으니 공부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뭐든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주고, 집이 널브러져 있으면 부모가 먼저 나서서 우리 함께 할까? 하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한다. 내 뜻대로 아이들이 안 따라와 준다고 야단쳐서 정서를 흩트리지 말라고도 한다. 평화로운 가정의 모습이 천국이라고,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대로 성격도 성장도 그대로 본받는다고 끊임없이 말한다.

내 딸아, 아들아! 이제 와 생각해보니 미안하구나. 마음의 상처 혹여 있다면 훌훌 날려버려라. 세상은 이제 너희 것이야. 맘껏 자유를 펼쳐보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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