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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읽는 부부에세이 제20호양윤덕(시인, 수필가/담양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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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10  09: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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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시계를 보며

내 서재에는 초침과 시침만 있는 탁상시계가 있다. 분침은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 똑딱똑딱 소리를 내는 것은 큰바늘 초침이고, 그 초침의 소리를 받아 작은바늘 시침이 묵묵히 따라가 준다. 따라가는 시침 소리는 나는 둥 마는 둥 맴도는 소리가 되어 조용하다.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소리처럼 시끄럽지 않고 평화로워 보인다. 묵묵해 보인다. 반면 초침의 소리는 밖으로 크게 새어 나온다. 문득 거기에 이끌어주고 따라가는 어떤 질서가 있음을 본다. 마치 그래그래 호흡을 잘 맞춰가는 부부의 모습 같은 질서.

우리 부부도 그렇다. 남편은 초침 같다. 목소리가 크다. 남편이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면 나는 시침처럼 묵묵히 따라가 주는 편이다. 내 소리를 낮추고,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정도로만 소리를 낸다. 그의 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체면을 세워주는 격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부부의 역할이 바뀔 때가 있다. 내가 초침처럼 소리를 높여 분위기를 이끌면 남편이 시침의 자리를 지켜 묵묵히 내 소리를 받쳐준다. 그땐 남편이 얌전히 경청하는 자세가 된다. 이렇게 가정의 평화를 만들어간다.

남편이든 나든 서로를 존중하려 노력할 때 탁상시계의 궁합처럼 척척 마음이 맞아간다. 하지만 그 마음에 제동이 걸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부부든 늘 조용하고 마음이 착착 맞아가는 사이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티격태격 시끄러운 것이 더 생산적이고 역동적일 수도 있다. 다만 누가 그랬듯이,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지나가야 탈 없이 넘어가게 된다. 탁상시계의 시침 역시 그런 삶의 자세를 일찍 터득했을까, 초침을 따라 오늘도 시침이 말없이 돌아가고 있다. 시계는 만인에게 사랑받는 것이고, 만인에게 공평한 것이다. 시간이 만인에게 공평하듯이. 만약 우리가 서로 앞 다퉈 내는 소리로 시끄러웠다면 시계 같은 부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고장 난 시계 부부가 되어 주위에 미움을 받았을지 모른다.

고장 난 시계가 되어 소리를 내지 않을 때, 그런 순간이 오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침묵으로 감정을 추슬러야 한다. 그래야 다시 완전한 시계가 될 수 있다. 부부는 초침 시침이 되어 질서 있게 돌아가는 그런 사이클을 수없이 반복하며 고비를 넘긴다.

시계는 고장이 나면 초침과 시침 둘 다 멈춰 서서 자숙의 시간을 갖는 자세가 된다. 반면, 우리 부부는 고장이 나면 서로 겉돌면서 앞 다퉈 목청을 드높인다. 지금까지 척척 잘 맞아 돌아가던 박자의 질서는 무너지고 한순간 굉음이 난다. 시계는 서로 엇갈려도 큰소리는 내지 않는다. 사람인 우리는 서로 내는 큰소리 작은 소리로 엎치락뒤치락 끝날 줄 모르다가 결국 서로를 탓하는 언성으로 시끄러워진다. 그런 날은 다시는 얼굴 볼 날이 없을 듯 어둠속으로만 치닫는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시작한 대화도 가끔 그리 되는 경우가 있다. 대화가 길어지다 잠깐 핀트가 엇나가면 목소리를 한 치도 낮추려 하지 않은 채 서로 고집만 팽배해진다. 그런 날은 새벽이 오는 것이 멀게 느껴진다. 책을 읽어도 몇 장을 읽었을 소중한 시간 아닌가. 밑도 끝도 없는 다툼으로 흘려보내는 시간은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리 된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다행스럽게 그런 깨달음의 순간이 온다. 일단 그 자리를 벗어나 흐트러진 감정을 추슬러본다. 그리고 똑같은 일만 매번 반복하고 사는 우리 부부의 어리석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되풀이 되는 이런 일을 하고 사는 게 부부가 아닌가 싶다. 그렇더라도 제 위치로 원상복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조화로운 박자를 맞춰가려는 노력은 필수적으로 한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버럭버럭 화를 내며 감정으로 억압하는 일은 이성적으로 판단을 못하는 동물적 수준의 일이다. 지적수준이 높은 인간이라면 돌아설 줄 알아야 한다. 다행히 이런 것을 우리 부부는 잘 한다. 우리 부부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대화 도중 어디서 초점이 어긋났는지 원인을 찾고, 다툼의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일을 반드시 한다. 이때는 상대방 의견을 잘 경청하면서 꾸밈없는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대화를 한다. 부드럽고 안정된 말씨로 질서를 지킨다. 이런 세월이 있어 부부라는 자리를 지키며 여기까지 박자를 맞춰온 것이다.

따뜻한 온기가 있기에 한겨울에도 꽃은 피어난다. 부부간에도 언제든 겨울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부부라는 원래의 원초적 온기를 잃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부간 대화가 부드럽고 따뜻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존중심도 생기고 양보심도 생긴다. 부부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말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 같다.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그래그래 맞장구도 치게 된다. 대화의 마무리는 늘“여보 사랑해!”가 된다. 앞으로 재미있게 살아요, 포옹으로 끝내는 것이 우리 부부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것을 실감한다. 이제 다시 초침과 시침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다시 서로서로 내는 소리를 받쳐주며 일상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간다.

탁상시계는 어느 집에나 다 있는 것이다. 어느 집에서나 부부들이 탁상시게를 보며, 째깍째깍 부부의 한마음을 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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