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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읽는 부부에세이 제19호양윤덕(시인, 수필가/담양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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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25  09: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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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어요

태어난 병아리들이 어미 닭의 품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어미는 병아리를 가슴에 품어 추위를 막아주고, 멍멍이가 얼씬거리니 눈을 초롱초롱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는다. 그런 어미를 믿고 새끼들은 맘 놓고 잠이 들고, 무럭무럭 자란다. 새끼들에게 어미는 얼마나 든든하고 마음 편한 보호막이겠는가.

저 짐승의 어미에게도 새끼를 사랑으로 키우는 감성이 깃들어 있는데, 일부 인간의 못된 어미들은 제 자식을 사랑으로 돌봐야할 마음보 자체가 없는 듯하다. 아이를 어떻게 해서 키워야 하는지, 가장 기본적인 방법조차 모르는 듯하다. 그런 이들에겐 동물원에 가서 동물한테 모성이 어떤 것인지 배워왔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동물들을 통해 보고 느끼고 깨닫다보면 혹여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아주 간절히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유난히 아동폭력에 대한 것이 많다. 기가 찬다. 아니 저럴 수가. 화가 치밀어 오르다 못해 눈물이 난다. 아니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맨 정신으로 도저히 볼 수가 없다. 어미에 의지해 맘껏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인데, 그런 아이들을 밉다는 이유로, 자신의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밥을 안 먹는다는 이유로, 잠을 안 잔다는 이유로, 갖가지 이유를 들어 학대를 한다. 자기가 스트레스 받는다고, 자신을 힘들게 한다고 폭력을 휘두르다니, 그러다 결국 생명까지……. 아 저건 악마다. 비록 제 자식이 아니라도 엄마의 역할을 맡았으면 엄마 같아야 한다. 그래야 맞벌이 부부들이 일터로 나간다. 아이는 어른이 조금만 사랑해주면 얼른 따라온다. 달래고 어르고 맞춰주며 키우다보면 아이도 그 모습을 배워서 맞추어 사는 법을 안다. 어른의 행동이 그대로 교육이 되는 것이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 하시네…….’또는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 아이를 맡아 돌보는 곳에 가보면 이제 겨우 말을 배워가는 조그만 아이들이 선생님! 하고 부른다. 아이들은 그냥 병아리 같이 귀엽고 예쁘다.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가끔 가슴 뭉클하게 한참 바라보고 있노라면 꼬옥 안아주고 싶어진다. 어머니 은혜와 스승의 은혜, 이 노래를 한 번씩 새롭게 체화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아동학대로 희생당하는 저 어린이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고민에 빠져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인공지능이다. 여기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려 한다.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특히 아동문학을 하는 나로서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마음이 되었으니, 삭막하지만 기계에라도 도움을 구하고 싶어진다.

첫째, 인공지능에 어린이 즉 영아부터 다양한 연령층의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넣어 보는 거다. 아이의 부모나 또는 아이를 돌보는 기관에 아이를 어떤 마음으로 오늘 하루 돌보아야 하는지, 잠깐 그 내용에 따라 마음자세를 새롭게 하고 아이를 대하게 하는 것이다. 가끔 사찰에 가면 스피커에서 잔잔히 들려오는 경전 말씀처럼, 나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새로운 다짐을 새길 수 있도록, 반복해 들려주는 것이다.

둘째는 아이 돌봄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에게 다양한 연령대 어린이들에게 부모가 해주어야 할 일을 맡기는 일이다. 아이가 잠자다 깨서 우유 달라고 울 때 우유 먹이는 일, 기저귀 갈아주는 일, 이유식 먹이는 일……. 책 읽어주고 놀아주기. 춤추고 놀아주기, 노래 들려주기, 졸려서 칭얼대면 재우기 등등 그 연령대에 해주어야할 어머니 노릇을 인공지능에게 맡기면, 그때그때 돌보는 어른이 함께하는 것이다.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아동을 학대할까. 그러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

셋째는, 인공지능은 아니지만, 2주 교대를 추천해보고 싶다. 가정에서도 부모와 조부모가 협조해서 아이돌보미를 번갈아 해보면 어떨까 한다. 이 점은 내가 실천해본 일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 애도 맞벌이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일정치 않다. 어느 때는 야근도 하고 출장도 가고, 그래서 영아 때부터 세 살 된 지금까지 내가 가끔 아이를 돌본다. 나는 남편에게 애가 바쁘니 우리가 도우자고 제안해 남편이 수락했다. 그리고 애한테 말했다. 언제든지 우리가 필요하면 불러다오, 시간 상관없이 달려가마. 내 남편이 출근할 때는 내가 달려가곤 했다. 천안에서 서울까지. 아직 어린이집 가기 전 영아일 때다. 큰 틀만 얘기 하자면, 애가 일이 빨리 끝나거나 보고 싶어 할 땐 아이를 데려가 돌보고, 또 힘들면 우리가 데리고 와서 돌보고, 그러다 보니 양쪽 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아이를 돌볼 수 있었다. 정서적으로도 충분히 알차서 그렇게 쭉 해왔다.

지금은 남편이 퇴직을 해서 아이와 함께 놀아준다. 아이가 코로나로 어린이집을 못 갈 때도 우리가 돌본다. 음악을 틀어놓고 춤도 함께 추고, 그림 그리기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고 산책도 하고 ……. 악기로 연주 흉내도 내보고……. 때론 자립정신을 길러주기 위해 스스로 노는 시간도 주고,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산책을 나가주면 그 시간에 나는 조금 쉰다. 또 내가 아이를 돌보고, 남편에게 휴식시간을 주면 남편이 간혹 설거지도 한다. 전시회에도 자주 가서 그림과 쉽게 친숙할 시간도 만들어주고, 여행도 하며 낯선 곳 구경도 시켜준다. 그렇게 순간순간 아이가 심심하지 않도록 하다 보니 스트레스 없이 늘 밝은 분위기에서 아이와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 이런 놀기 중심으로 하면서 보내면 하루가 금방 간다. 아이돌보기는 재미있게 해야 한다.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는 책임과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집안도 활기차고 하루하루 변화하는 모습에 보람이 커진다.

“응애응애”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던 아이가 이젠 세 살이 되어 동요를 들으며 눈을 감고 감정을 잡고 노래를 따라 부른다. 때로 우쿠랠라 선을 튕기노라면 집안이 웃음바다가 된다. 그 모습이 하도 귀여워 동영상에도 남겼다. 그리고 이제는 늦잠 자는 나에게 다가와“할머니”하고 조용히 부르며 깨운다. 내가“아이고, 이쁜 내 새끼!”하고 안아주던 그 마음 같은 포근한 목소리다.

기관이든 부모든 아이에게 손길이 필요한 시기는 2~4년간쯤이다. 인생 100세 시대에 아이 돌보는 시간은 잠깐이다. 나는 늘 내 시간 조금 덜어 아이들을 위해 보람된 생을 산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 최고의 보람을 아이 돌보는 일이라 생각하고 살아보는 것이다. 아이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잘 따르고 좋아한다. 할아버지가 아침 출근할 땐 떼쓰며 울며불며 따라가려고도 한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살펴주는 일은 오늘도 계속된다. 아이가 잘 자라 바르게 살아가길 바라는 그 마음 하나뿐이다. 피로감도 사라진다.

내가 잠깐 쉬고 있는 사이 전남 담양에서 명가혜를 운영하는 친구인 국근섭 씨가 우리 부부가 방문했을 때 직접 만들어서 준 ‘황금죽신 차’ 한 잔을 남편이 따끈하게 타서 들어온다. 행복하고 구수한 차 맛이다.

내 동시집에 이런 동시가 있다. 제목은 <비켜가네>다.

길 한가운데/ 말가니 괸 물/ 해맑은 아이의/ 얼굴 같아/ 비켜/ 가네.

산책하다 작은 물웅덩이를 보았다. 자칫 그곳을 밟고 지나칠 뻔하다 물끄러미 서서 바라보았다. 아기 얼굴 같아서다.

그리고, 행복한 마음이 가득할 때마다 최고의 행복한 상태에서 한편한편 동시를 썼다고, 행복하지 않은 순간엔 동시를 쓰지 않고 오로지 행복한 순간에만 동시를 썼다고, 그때 나는 나의 시심을 밝혔다. 어린이들이 읽어야 할 동시이기에 마음관리를 철저히 했다고도 했다.

그때 출판사에서 동시집 표지그림을 보내왔다. 그런데 표지에 칼을 든 대장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나는 칼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출판사에서는 그 장난감 칼이 들어가야 동시집 맛이 난다고 했지만, 나는 끝까지 삭제해주길 주장해 칼을 빼고 동시집이 나왔다. 그때 다섯 살이던 내 손자에게도 이 그림 어때? 하니 칼이 무섭다고 해서 더 강력히 주장했던 것이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천사를 돌보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각별히 자신의 마음을 말갛게 헹궈야할 필요가 있다.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하려면 어른들이 자신의 마음이나 행동을 잠시 멈춰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어린이는 모두 사랑받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한다. 어미닭 곁에서 평화롭게 자라는 병아리들을 지켜보며, 우리 부부는 내 손자, 손녀 뿐 아니라 세상 모든 아이들이 다 저렇게 사랑 속에서 자라났으면 하고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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