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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읽는 부부에세이 제17호양윤덕(시인, 수필가/담양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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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06  11: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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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아닌 순간이란 없다

남편과 함께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사랑이었다. 그래서 견디지 못할 건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서로 엇갈려 힘들었던 적이 없었던 건 아니다. 헤어짐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그건 순간적인 충동일 뿐, 그때마다 허공에 ‘이혼’이란 두 글자를 띄워놓고 허공의 성숙된 성찰의 대답을 기다렸다.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저 남자 같은 사람과 헤어지면 그건 바보짓이다. 어디에도 나의 혼과 둥글둥글 조화를 이룰 혼은 이 세상에 없다. 꼭 붙들어라,’ 하여 그때마다 이혼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서 함께 해왔던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꿈에 바칠 열정도 꺼지지 않는 불길처럼 지켜낼 수 있었다.

사랑의 감정을 정교하게 마구 뽑아낼 수 있는 ‘사랑기계’를 아직 발명하지 못했다는 건 우리에겐 희망과 같은 거다. 아직 소진해야할 설렘을 절반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겐 아직 남편에 대한 설렘의 감정이 마르지 않았다. 언젠가 그 설렘이 바닥을 드러낸다면, 그때 사랑기계가 나와 그 기계의 힘을 빌려서라도 남편과 나의 사랑을 계속 이어놓게 하고 싶다.

서랍 청소를 하다가 망원경을 발견했다. 이것으로 무얼 비춰볼까, 망원경을 들고 한참동안 망원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빛바랜 벽에 걸려있는 남편과 함께 찍은 옛 사진들에 초점을 맞췄다.

남편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 속 나는 남편을 향해 두 손을 머리 위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사랑해!” 하고 있다. 맑은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고 방긋 웃고 있다. 벽이 누렇도록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와 남편의 모습이다. 어린아이를 바라보듯 바라보는 티 없는 사진 속 모습이다. 저 모습이 지금 사진 밖에서 남편을 바라보는 내 시선 그대로가 아닌가. 조금도 변함없이 그대로 겹쳐진다.

남편은 가끔 사진 밖 나한테서 호랑이의 “으르렁” 거친 목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어느 때는 순한 양의 “음 메 에”애교 소리도 들리고, 때론 “자장자장” 아이를 잠재우는 보름달의 잔잔한 노래 소리도 들린다고 한다. 남편이 내 감정을 그렇게 변화무쌍하게 느낀다니 싫지 않은 일이다. 악기도 한 가지 소리만 내면 지루하다.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 그런데 남편이 나에게서 여러 소리를 들을 수 있다하니 내가 늘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사진 속 정지된 모습처럼 순한 하트만 그려대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호랑이의 으르렁 거리는 거친 소리, 얼마나 역동적인가, 그리고 양의 음메에 소리는 거친 감정을 가라앉히는 소리, 그러다가 아기 잠재우는 잔잔한 소리는 평온 그 자체일 것이다. 어느 한 가지가 빠지면 이미 내가 아닌 것이 되었다. 그런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것들이 우리의 하트모양 사진을 오랫동안 벽에 붙어있게 하는 비결일 듯하다. 사실 그동안 사진을 내렸다가 다시 걸어놓기를 반복했다. 내릴 때 마음 다르고, 다시 걸어놓을 때 마음 달라 문득 어지러워지지만, 찰나 다시 새로운 마음이 되어 오늘을 살고 있다. 이런 나의 변화무쌍한 감정을 타고 즐기는 남편은 심심할 틈이 없을지 모른다. 또 벽에 대한 예의를 다 하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사랑은 어쨌든 한 통속에 살아야 한다. 그래야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그 통속은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무지개색깔이어야 알록달록 지루함이 없을 것이다.

나는 남편을 부적처럼 가슴에 붙이고 산다. 부적을 달고 내가 남편을 지켜내려 애쓴다. 남편도 아마 나를 향한 사랑의 부적을 가슴에 붙이고 다닐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를 지키려 은연중 노력하고 있다.

새해에는 좀 더 새로운 이야기로 사랑이야기를 써 나가려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사람을 ‘이성적 동물’이라는 큰 틀을 완성했다면, 나는 감히 우리 부부를 통해 부부 사랑의 틀을 한번 완성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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