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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읽는 ‘부부에세이15호’양윤덕(시인, 수필가/담양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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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25  09: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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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비밀

수탉과 암탉 한 쌍이 사람 세상처럼 마당 한쪽에 세 들어 살고 있다. 둘이 있으면 딱 맞을 둥지 안에서 그동안 사랑을 키웠을까. 암탉이 알을 낳으려 하자, 수탉이 곁에서 초조한지 왔다 갔다 한다. 아무리 짐승이라 해도 이 감격의 순간까지 서로 노심초사하며 얼마나 많은 마음을 기울였을까, 건강한 알의 탄생을 바라며 닭 부부와 세상에 나올 알을 맘껏 축하해주고 싶다.

 

저 닭 부부처럼 우리도 한때 둘이 누우면 딱 맞을 단칸방에 신혼의 둥지를 틀었다. 그 해, 삼재라는 이유로 결혼식을 일 년 뒤로 미루고 서로 금반지를 주고받는 약혼식만 올리고 서둘러 살림을 차렸다.

새록새록 싹트는 사랑 앞에서 물질의 불편함이 끼어들 틈조차 없었을까, 그렇게 신혼의 단꿈에 젖어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감기 몸살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가끔 매스꺼운 증상에 혹시 연탄가스를 마신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가, 주변 권유로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임신이었다. 뜻밖의 소식에 너무도 기쁘고 설레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 알렸다. 그이 역시 좋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하였다. 그 후 우리는 태어날 아이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태교에 힘썼다.

 

기쁨도 잠시. 그러던 어느 날 하혈기가 느껴졌다. 겁을 잔뜩 먹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니, 자궁 외 임신이라며 담당 의사는 유산을 권했다. 그날의 실망스러움이란, 옆에 있는 남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자식을 낳아야 남편에게 떳떳할 것만 같은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나 혼자만의 잘못도 아닐 텐데, 남편에게 자꾸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의사의 권유대로 수술을 하고, 관리 소홀이었던지 염증으로 병원을 드나드는 일이 잦아졌다. 염증은 계속 재발되고, 그런 상황에서 다시 임신이 되고 유산이 되고……. 결국에는 한방과 양방 치료를 겸하며 월급으로 한 달 생활하기가 빠듯해졌다. 남편에게 병원에 간다고 돈 얘기를 꺼내기조차 눈치가 보였다. 금전에 대한 고민이 날로 깊어만 가던 차,

그때 문득 약혼식 날 받은 손에 끼고 있던 세 돈짜리 금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집 근처에 있는 금은방으로 찾아갔다. 단 얼마만이라도 금전에 대한 고민을 덜고 치료에 전념하고 싶었다. 뭐니 뭐니 해도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 세 돈짜리 반지에서 반 돈을 현금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원래 모양 그대로 반지 모양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치료비로 보탰다. 반지 반 돈에서 또 반 돈 또 반 돈, 결국 세 돈에서 한 돈만을 남겨 두었다. 그 나머지 세 돈 같은 한 돈마저 지하단칸방으로 이사해서 사는 동안 도둑을 맞았다.

 

아이를 영영 갖지 못할까 불안한 날들이었지만 노력 끝에 또 임신을 했다. 그리고 의사의 처방대로 하루하루를 꼬박꼬박 누워서 보냈다. 순간순간 하혈이 있어 가슴이 철렁, 병원을 찾는 날도 많았지만, 남편은 그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나를 도왔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밥하는 일, 빨래 등등을 가리지 않고 얼굴 한 번 찌푸리는 일없이 열심히 도왔다. 그런 우리 부부를 하늘이 도왔는지 건강한 첫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병원에서 퇴원해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은 남편도 나도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뻤다.

남편은 날마다 퇴근해서든, 쉬는 날이든 가리지 않고, 손수 분유를 타서 아이에게 먹이고, 목욕을 시키고, 잠을 자다가도 아이 우는 소리가 나면 벌떡 일어나 안아서 재우고, 잠든 아이를 보고 또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도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부부라는 두 마음을 한 마음으로 지니고 태어난 첫 아이. 그 안에 약혼식 때 받은 사랑의 징표, 약혼반지의 비밀이 있다

 

어려운 날에 희망을 안겨준 소중한 반지의 희생이 우리 부부가 엄마 아빠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하지만 반지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남편에게 말하지 못한 마음이 늘 가슴 한편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면 남편도 이젠 마음고생 많았다고 괜찮다고 내 등을 토닥토닥해주지 않을까 싶다, 어렵게 태어난 그 아이도 지금 부모를 향해 물심양면으로 빛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 노고 끝에 아이를 얻은 기쁨이 있었으니, 태어날 알과 오늘 저 닭 부부의 알을 얻는 기쁨을 누구보다도 더 축하해주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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