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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에세이 제10호/위안 혹은 위로의 기억양윤덕(시인·수필가/담양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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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12  14: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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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내가 어렸다’라는 생각이 든 지 꼬박 25년이 걸렸다.

내가 결혼하고 갓 태어난 병아리처럼 어렸을 때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고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야무진 꿈을 가지고 초등학교 특기적성 글쓰기. 논술 강사로 지원해 경쟁자를 물리치고 강사로 나가던 시절이었다. 한껏 부푼 풍선처럼 꿈에 부풀어 첫 수업을 마치고 교실 뒷마무리도 말끔히 한 후 문을 나서려는데, 글쓰기 부(副)교실로 사용하던 반 담임 선생님께서 들어와 교실을 한번 휙 둘러보더니 청소를 깨끗이 하고, 책·걸상도 반듯하게 다시 정리하고 검사받고 가라는 거였다. 순간 기분이 상해 울컥했다.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갑질’이었지 싶다. 새내기 초년 강사에게 닥친 갑작스런 명령에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이런 일이 닥치리라곤 꿈에도 상상을 못했던 터라, 그 선생님이 교실을 나간 뒤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회사에 있는 남편한테 전화를 했다. “여보! …….” 찡찡 울면서 남편에게 이러저러한 정황설명을 하는데 남편이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면서 “내 아내가 사회생활 쓴맛 한번 톡톡히 보는구먼, 하하. 당신은 시인이고 당당한 글쓰기 논술 선생이야. 당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운데……. 너무 자존심 상해하지 마“ 나를 연신 토닥거려주며 자존심을 세워주려 노력했다. 남편의 그런 위로에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고, 나도 나를 추스를 수 있었다. 앞으로 몇 년은 그보다 더한 상황이 닥쳐도 거뜬히 넘길 것만 같았다. 이렇게 남편은 크고 작은 일들을 겪을 때마다 든든한 존재가 되어주었다

 

두 번째로 내가 어렸을 때 일이다. 한 중간치 닭만큼 자란 때일까? 남편이 갑자기 해외로 발령을 받았다. 나는 발령 소식을 듣고 남편하고 떨어져 지낸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었다. 발령 날짜를 받아놓고 혼자 지낼 것을 힘들어하는 나에게 남편은

“우리가 그곳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 그때까지 우리 서로 보고 싶어도 잘 참고 견뎌 보자고! 전화 자주 할게. 너무 힘들어 하지 마.......”

공항에 가는 날까지도 남편은 나를 위로해주었다. 때론 해방감을 느끼며 그런 나를 귀찮다고 짜증내며 밀어낼 법도 한데 말이다. 그렇지만 애들도 객지로 떠나고 혼자 집에 남아있을 나를 안타깝게 여기며 더 안심시켜주려 하던 남편이었다. 그동안 계속 나를 다독여주던 따스한 위로의 말들은 홀로 집에서 비자를 기다리며 노심초사하던 날에도 내 마음 구석구석을 흘러 다녔다. 그 속 깊은 마음이 작으나마 긴긴 한 달 외로움을 참는 견인차가 되었다. 솔이 잘 자라 무성하면 잣나무도 흐뭇해 한다는 말이 있듯이, 남편의 그런 다정한 마음은 나로 하여금 행복을 끊임없이 노래 부르게도 했다.

 

부부는 서로의 말 한마디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가기도 하는 사이다. 힘든 순간을 어루만져 주는 남편의 말은 확신이 되고 깜깜한 어둠속 햇살이 된다. 크든 작든 나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감는다는 옛말은 말의 위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인데, 남편의 따스한 말 한마디는 언제나 천 냥 빚을 갚듯 크게 다가온다. 크고 작은 다툼이 있을 때마다 내가 먼저 져준 마음에 대해 남편이 빚을 갚는 것인가. 어쨌든 우리는 천생 부부다.

 

그리고 언젠가는 세 번째 어린 날이라고 생각하는 그때에 대해 쓸 것이다. 세상일에도 서툴고, 사람 대하는 일도 서툴고, 혼자 지내는 일도 서툴기만 한 나에게 더없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남편을 어느새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글로 살려내 보려 한다. 남편이 내게 해준 위로와 위안의 말들이 살아온 세월 속에서 은은히 빛나고 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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