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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에세이-제5호양윤덕(시인·수필가/담양 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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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25  14: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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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도 우리가 세계를 이끄는 선진국이 되길 꿈꾸며

길을 가다가 갑자기 천둥번개를 동반한 악천후를 만날 때가 있다. 그때 당황하며 처마 밑이나 나무 이파리라도 찾게 된다. 잠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때 그 처마 밑이나 나뭇잎이 한없이 든든하고 고맙다.

몇 해 전 겨울이었다. 마침 일요일이라서 평소 우리 부부가 형님, 언니라고 부르는 지인의 집을 들렀다. 오랜만에 방문한 그날 그 언니는 예전과 달리 많이 아파보였다. 혼자서 차가운 거실 한쪽에 1인용 전기장판을 깔고 누워 있다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암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잠시 그 언니는 가슴에 담고 있던 말을 어렵게 꺼냈다. 남편이 “뭐 하러 항암치료 받아.......” 퉁명스럽게 말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한참 어린 우리에게 꺼내는 첫 말이 그랬을까.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어쩜 그럴 수가. 그 바깥 분은 평소 인품이 좋아보였기 때문에 설마, 귀를 의심하였다.

그 얘기가 사실이라면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다. 평생 출근하라고 새벽밥 해주고, 와이셔츠 다려주고, 갖다 주는 월급 아껴 쓰느라 화장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살아오다 어느 날 갑자기 악천후를 만나는 꼴이 되었는데 처마가 되어주고, 나뭇잎 같은 마음 내어주길 당연히 바랐을 아내 아닌가. 그 아내에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고작 하는 말이……. 그 자리에 그 언니의 남편이 있었더라면 탁 때려주었을 것이다. “제발 아내한테 그러지 마세요.“ 그동안 살아온 정은 어디 갔느냐. 뭐라고 할 말이 생각이 안나 고개만 끄덕끄덕 하며 언니의 하소연을 들어주었다. 마음 둘 곳 없어 죽음 앞에서 두려워 떨고 있을 가냘픈 아내에게 위로는커녕 가슴에 대못박고 밖으로 휑 나가다니. 밖에서 남들한테는 친절한 말도 잘하는 너그러웠던 사람이 절망에 빠진 아내한테는 얼마나 힘드냐고, 잘 될 거라고, 내가 있으니 걱정 말라는 말 한마디 왜 못했을까. 처마 밑이나 나무 한 잎보다도 못한 그 남자의 마음.......

또 한 가지 더 소개하자면, 어느 날엔가 모임을 갔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자신이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해 잠시 쉬고 있을 때 돈이 한 푼도 없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 출근하는 남편에게 생활비 떨어졌다고 돈을 좀 달라고 했더니 힐긋 쳐다보며 “돈도 못 벌면서” 중얼거리며 방바닥에 돈을 휙 던지고 나갔다고 한다, 너무 자존심 상했다고, 여러 사람 앞에서 부끄러움도 없이 배우자한테 자존심에 상처받은 마음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참으로 부부지간에 예(禮)가 없는 사람들이다.

부부들의 이런 어두운 면면을 떠올리다 보면 ‘부부의 세계’는 아직 후진국을 면치 못한 것 같다. 부부지간에 도덕이 어디 있나, 부부를 다스릴 법은 왜 없나,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할 행동은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도 다 알고 눈치를 살피는데, 최소한 50살이 넘은 이 사회에 어른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이러하니 유치원생보다 못하다 싶어 한심할 때가 많다.

이젠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되었으니 부부의 삶도 선진국답게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부부간에 서로 예의를 지키며 격조 있게 살아가는 좋은 나라가 되어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부러워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꿔본다.

좋은 예도 있다. 어떤 아내가 큰 병으로 수술을 하고 6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동안 남편은 하루도 빠짐없이 회사일이 끝나고 병실에 와 함께했다. 거기서 출근하고, 아내가 없는 곳에서 펑펑 울었다고도 한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공기 좋은 곳으로 차를 태워 다니며 온갖 정성을 다했다고 한다. 그 아내 말에 의하면, 그때 배우자가 더할 수 없이 든든해 신이 자신에게 준 선물이 남편이라는 걸 진정으로 느낀다고 했다.

또 어느 남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도 있다. 집에서 살림만 하는 아내가 혹여 돈이 없어 친구도 못 만날까 걱정이 되어 ”여보, 돈 필요하지? 잠깐 친구들 만나서 차 한 잔 하고 와요!” 아침 출근할 때 손 편지와 함께 식탁위에 돈을 놓고 갔다는 이야기. 얼마나 예쁜가. 두고두고 미소 짓게 한다.

날로 우리나라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삶의 기본단위인 가정의 위상도 높아져야 한다. 5월은 부부의 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세상에 인간관계가 많고 많지만 부부보다 더 소중한 사이는 없을 것이다. 가깝고도 멀고, 멀고도 가까운 사이가 부부이니 부부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예의란 서로 마음을 다치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내 배우자를 보호하는 일만큼 소중한 일이 뭐가 있을까. 우리나라는 원래 동방예의지국이었다. 거기에는 부부간의 예의도 들어있었다. 부부간에 서로 격을 갖추고 예를 다해 사는 모습은 우리의 훌륭한 전통이었다. 이것이 알려지면 세계가 우리를 찾아 배우러 올지 모른다. 이러다보면 자연스런 관광산업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자체가 예비 신랑·신부들을 위해서 ‘부부 행복’ 세미나 같은 것도 가졌으면 한다. 아니면 신혼 여행지에서도 좋다. 딱딱하지 않으면서 인생의 좋은 훈수를 실감나게 꾸려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몸이 건강하면 만사가 형통하듯이 부부가 평온하면 가정은 물론 사회에 평화가 온다. 한국의 부부들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소문이 나면 세상의 모든 부부들이 결혼해서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지 않을까? 문득 동화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가능한 현실이라는 희망이 생긴다. 뭐든지 노력하면 될 것이다. 부부만세! 대한민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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