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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에세이-제2호/약속은 사랑의 표현이다.양윤덕/시인·수필가(담양 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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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06  09: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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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곳곳에 그어놓은 선들이 있다. 저 선들은 지켜야할 약속의 선들이다. 들어가지 마세요. 횡단보도, 상행선, 하행선 등 이 선들을 무시하고 제 멋대로 다니면 충돌이 일어난다. 벌칙도 따른다.

결혼식장에 가보면 혼인서약서를 신랑 신부가 낭독한다. 당신에게 성실한 반쪽이 되겠노라고, 그것은 부부의 길로 들어설 때 긋는 약속의 선이다. 그리고 그 길로 곱게 걸어간다.

그렇게 많은 도로의 선들도 살면서 희미해지면 다시 선을 선명하게 긋고 그 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다시 새긴다.

부부도 마찬가지다. 부부지간에 약속이란 선을 그었으면 그 선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믿음이다. 도로에 그은 선을 사람들이 무시하면 선이 무의미해지는 것처럼 약속을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된다. 그 선의 의미는 약속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조심하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선을 지켜야 모든 것이 안전해진다.

약속에도 연륜이 쌓인다.

어느 부부 얘기를 하고 싶다. 미혼시절, 두 사람 사이 결혼 얘기가 오고갈 즈음 아내 되는 사람이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을 해 평소 꿈을 이루려 할 때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게 되었다. 자신과 결혼을 해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준다는 말에 이 사람이 아니면 평생 후회하겠다 싶어 학업을 중단하고 결혼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공부는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사람을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지금의 배우자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살다보니 형편이 어려워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배우자가 약속을 지키려 한국방송통신대학에 입학하길 권했다고 한다. 그렇게 아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자신도 같은 학교에 편입해 함께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결혼 생활 내내 퇴근시간도 “나 몇 시에 올께” 말을 하고 출근을 하면 항상 그 시간을 지켜 집에 오곤 했다고 한다. 밤 12시를 넘기는 법 없이 대부분 스스로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며 아내와의 약속시간을 지켜왔다고 한다. 약속이란 입 밖으로 내 놓고 실천하는 것인데 정말 잘 실천한 것이다. 최대한으로 배우자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는 것이 바로 결혼서약서에 있는 약속일 것이다. 배우자에게 예의를 다하면 남에게도 예의를 다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자기 스스로 만든 규칙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지켜가는 것은 참으로 든든한 일이다. 남이 뭐라고 하던 내 배우자 한 사람이 멋진 사람이라면 더 없이 보람된 일일 것이다. 바깥사람들의 말은 밀물과 썰물처럼 칭찬과 비난이 수시로 바뀌게 되지만 배우자는 언제든지 변함없는 마음으로 맞아주는 든든한 반쪽이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에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서로를 감시하는 일이 아니다. 서로 약속의 갓길을 적당히 확보해 놓고 융통성을 발휘하며 믿음을 나누는 일이다. 이렇게 하면 서로 선이 없어도 척척 지켜가며 불신 없이 살아갈 것이다.

약속, 하지만 어떻게 평생 약속 한 번 어기지 않고 살 수 있겠는가. 약속을 어긴 일로 다투는 일이 자주 있고, 배우자가 그걸 지적하면 미안한 마음이나 죄책감 없이 큰소리를 치니 큰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 땐 마음의 갓길 하나를 내어보는 일이 필요하다. 한쪽이 화가 나 있는 상태에 한쪽이 진심어린 사과를 하면 그래도 나을 텐데, 서로 기선제압을 하려하니 충돌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갓길을 하나 설정해본다. 어디까지 갓길로 할 것인지, 약속도 쉬어가야 하니까. 기계가 아닌 이상 인간은 정확히 맞출 수가 없다. 약속을 서로 의논해서 합의점을 정해놓는 것, 즉 한갓진 갓길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약속의 누진제를 만들어 조금 약속을 어긴 날은 잘 지킨 누진제로 삭감해주어 그냥 한 번쯤은 넘어가 주는 일이다. 하지만 약속은 스스로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살다보면 사소한 일로 많이 다투게 된다. 그러나 부부지간인지라 그냥 웃고 넘어가야 할 일도 많다. 상대가 어찌 내 맘에 딱 맞는 약속만 하고 살겠는가. 나도 상대에게 딱 맞는 약속을 못하고 살지만 최소한의 노력은 하며 살고 있다. 내 약속을 소중히 여겨 나를 당신의 변방으로 밀어내지 말고 당신 안으로 챙겨달라는 바람은 부부만이 할 수 있는 애정 어린 투정일 것이다.

부부지간에는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어도 그냥 한 발 물러서서 “미안해” 한마디면 돌아서 웃게 된다. 상대가 꽁꽁 얼어있는 날은 스스로 녹을 때까지 묵묵히 지켜보는 물처럼 그저 눈치를 살피다 조금 녹을 때 사과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칼로 물 베기가 부부싸움이니 조금 노력하면 쉽게 평화가 오는 것이 부부지간이다. 부부의 행복한 얼굴은 자연스레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다. 어린아이의 말간 웃음처럼 천진난만한 얼굴이 거기에도 있다.

부부지간의 행복이란 별것이 아니다. 그저 사소한 약속이라도 지키려 노력할 때 행복의 소리가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를 것이다. 여기서 서로에 대한 희망의 싹이 돋고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적에게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격언처럼, 약속은 믿음과 행동을 상징하는 것이다. 지난 세월 우리가정이 평화로웠던 것은 우리 서로가 함께 지켜낸 약속에 있을 것이다. 가정이란 든든한 둥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앞으로 더욱 ‘약속’이란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은 부부간의 사랑의 표현이고, 그렇게 노력한 것도 사랑의 표현이었다.

 

양윤덕 약력

 

시인, 작사가, 아동문학가, 강사, 담양읍 백동리가 시댁.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1994년부터 다수의 문예지에 시를 발표했고 1994년부터 ‘시와 소금’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으로 ‘우리 아빠는 대장’, 시집으로 ‘흐르는 물’, ‘배나무 가지에 달팽이 기어간다’가 있고 동시 ‘버드나무 할아버지’, ‘친구와 함께 걷는 길’이 동요로 작곡되어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18년 경기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사업 선정 작가가 되었다.

20여년 동안 글쓰기, 독서토론, 논술지도를 하며 어린이들과 함께 했고, 현재는 동시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동시 창작과 동시 치유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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