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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에세이<제1호>/새 한 쌍을 바라보며양윤덕(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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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16  12: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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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를 의자삼아 무언가 주고받느라 “짹짹”거리는 새 한 쌍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이 한 쌍을 일단 부부새라고 생각해 본다. 집 앞 소나무에 언제부턴가 둥지를 틀고 그 둥지에 어린 새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렇게 여겨지는 것이다. 먹이를 잡으러 가지 않을 때 간혹 나뭇가지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나는 그 새 한 쌍의 모습을 지켜보며 때론 정겹지만 때론 단조롭다고 느낄 때가 있다.

주고받는 대화가 고작 “짹짹”이니 시끄럽거나 요란스럽지 않다. 아마 그 단순한 대화로 저 둥지 속 어린 새끼까지 평화롭게 이끌어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만의 비법일수도 있겠다 싶어진다. 새들의 전달방식이 “짹짹”이라는 차원을 넘어 마치 이 말을 해도, 저 말을 해도 사사건건 다툼이 되어, 그 다툼이 되는 말을 다 제거하고 “아아, 오오”호응만 하다 기분이 뒤틀릴예민한 상황에선 감정을 억제한 채 침묵으로 시끄러움을 예방하는 노련미가 깃든 어느 시인 부부의 모습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새들의 사회가 많은 말을 해서 시끄러움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의 사회보다 어쩜 더 부부대화의 문화를 앞질렀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지혜롭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요즘 신세대 부부들 중에 집안에서도 대화를 카톡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뭐 세상이 그래’ 하면서 그 삭막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들의 “짹짹”과 같은 대화는 아니겠지만 모든 소리가 “카톡” “카톡”이다 보니 바야흐로 사람이 카톡새가 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카톡, 카톡” 속에 사랑한다는 말도 시끄러운 감정도 다 들어있으니 드디어 사람도 새처럼 단순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두 마디로 다 해결되는 새들의 대화법과는 달라야 한다. 부부지간의 말이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눈빛을 주고 받으며, 호응하고 순응하면서도 비판이 따라야 살 냄새가 나는 사이가 될 것이다. 부부지간의 사랑의 향기가 온 집안에 홍건할 때 웃음소리도 나고, 큰소리도 나고, 적당히 밀고 당기기도 하고, 때론 아우성이 있고 역동성이 있어야 사람 사는 모습이 될 것이다. 사랑스런 우리 아이들이 그런 자연스런 환경에서 자라야 할 것이다. 그때 부부의 끈도 탄탄해질 것이다.

가정의 역동성은 조용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낡은 감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정으로 가는 과정에서 아우성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역동성 안에서 자라야 자녀들도 창조적인 사회인이나 끈기 있는 인물이 될 것이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새로운 부부의 대화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화가 필요화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대화방식이 아니라, 저 참새부부처럼 이쪽에서 짹짹하면 저쪽에서 짹짹하는 사이가 되어야 대화의 맛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다. 밖에서 풀지못한 문제도 집에서 부부간 대화를 하다보면 문득 답을 얻을 수 있다.

나는 격 없이 대화를 나누는 부부가 사는 그런 가정을 꿈꾼다. 이보다 더 건강한 부부의 모습은 없을 것이다. 어느 한쪽이 끌고 가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자연스럽게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는 그런 방식이었으면 좋겠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서로 얼굴 붉히며 집안 분위기를 천둥치고 먹구름 끼는 분위기로 만들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부부간이라도 서로 마음을 터놓지 않으면 진심을 알 수가 없다. 부부간에 벽을 없애고 어떤 말이라도 편안하게 할 수 있어야 창조적인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북경에서 나비가 날면 남미에서 허리케인이 일어난다.”는 것을 나비효과라고 한다. 우리 세대가 건전한 부부대화 문화의 틀을 만들어간다면 다음세대 그 다음세대에까지 나비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집 앞 나무 새 한 쌍을 바라보며 나는 대화가 충만한 가정을 만드는 꿈에 젖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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