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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에 가서/양윤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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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24  10: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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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에 가서

양윤덕

죽녹원에 가서 보았다.

대나무들, 세로로 죽죽 자라는 것 같지만

죽을 때에는 모두 가로로 쓰러지는 것을

손끝에 닿는 짧은 숨소리

억센 재료들을 고분고분 구부려

바구니를 엮는 노인을 보았지.

가로와 세로를 엇갈려 유용한 무늬를 만드는 것을

그것이 포개지는 호흡과 호흡이라면

하나의 무늬를 향해 서로 견디면서

맥박의 리듬으로 엮이고 있다는 것.

알고 보면 허공이라는 곳도

사방의 바람이 엇갈려 촘촘해지는 곳 아닌가.

나의 동쪽에는 다정한 자매들이 살고

북쪽엔 이미 죽은 사람들

다복다복 살고 있지.

결과 결을 엮어

서로 기댄 형식들로 유대한다.

음푹한 깊이가 끼어들어 둥글어진,

서로 엮여 둥글어진, 손끝이 아프면서 둥글어진,

표정이란 무늬를 만들고

하나로 엮여 서로 늙어가는 사람들.

아무리 촘촘히 엮어도

주르륵 물이 빠져나가는 바구니 같다.

푸른 대숲은 한여름의 굳건한 골조,

새의 울음과 햇살 들이부어 지은

여름용 가옥 같다.

빈한했던 내 신혼의 집 같은 대숲

던져도 절대 깨지지 않는 가로와 세로를

여태 엮고 있는 노인을 만났다.

죽녹원에 가서

모여 사는 이유를 보고 왔다.

아마 나의 결혼기념일 날이었을 것이다.

 

양윤덕 시인 약력

담양읍 백동리가 시댁으로 현재 경기도 거주

시인/아동문학가

국어국문학 전공, 계간 <시와 소금>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국제PEN한국본부 회원

안양 문인협회/여성문인회 회원

한국동시문학회 회원

저서

시집-흐르는 물(월간문학 출판부)

시집-배나무 가지에 달팽이 기어간다(기획 시선)

동시집 우리 아빠는 대장 (청개구리 출판사발행)

가곡작시 부모/당신곁에 있어요/우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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