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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담양 출신 원로 큰스님의 가르침순천 송광사 천자암 조실 활안(活眼)스님
김관석 기자  |  wdy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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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3  11: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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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광사 천자암 조실 활안스님

"네 설거지나 잘 하고 살아라."

순천 송광사 천자암 조실 활안(活眼·92)스님은 젊은 스님이나 불자들이 "깨달음이 무엇입니까"라거나 "어떻게 닦아야 합니까"라고 질문하면 이렇게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깨달음을 찾고 구하면서 요리조리 따지고 망상하고 분별하고 집착하는 전도(顚倒)된 생각부터 비워서 설거지하라는 가르침인 것이다.40여년 전부터 천자암 조실로 있는 활안스님은 매일 새벽 2시부터 예불과 천도재를 올리고, 매년 100일간 방문을 잠그고 수행하는 폐관정진(閉關精進)의 엄격한 수행가풍을 지켜온 선승(禪僧)이다.

일제 강점기인 19263월 담양 두메산골에서 61녀의 막내로 태어난 활안스님은 수행자들이 일생 동안 참선해도 진전이 없는 것은 일념으로 구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늘 쉼 없이 정진하라고 가르친다.

스님은 "행복해지려면 타고난 성품이 단번에 다 밝아져야 한다"면서 "이는 마음도 보고 듣는 것도 밝아지면 시비할 것도 없고 내가 천지생명을 창조하고 관리하는 주인이 되기 때문인데, 간절한 마음으로 구하면 자신도 모르게 잡념이 사라지고 한 생각만 또렷이 드러나는 법이어서 누구나 성품을 밝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생각만 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사기꾼이어서, 이는 계약만 해놓고 실행하지 않는 것과 똑같다"면서 "국민의 병이 다 거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스님은 "천지가 지혜와 복을 주는 게 아니고 각자 타고난 생명이 자기를 밝히면 그 밝기가 태양을 뛰어 넘는다"면서 "마음의 중심이 선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밝아 혼자만 행복한 게 아니라 중생이 다 그 혜택을 받게 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요즘 생명을 복제한다고 떠들지만 형체 아닌 것이 형체의 주인인 도리를 알아야 한다"며 마음의 중심을 잃고 있는 세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평생 일체의 법문을 문자로 기록하지 않았던 활안스님은 10여년 불교 수행과 사상, 언행을 배울 수 있는 첫 법문집 '여보게, 설거지는 했는가'를 출간했다.

녹음해 두었던 활안스님의 대중법문을 풀어쓴 책으로 "실천이 없는 불교, 이타행(利他行)이 없는 자리행(自利行)은 절름발이 수행일 뿐"이라는 평소 가르침이 글의 곳곳에 담겨 있다.

활안스님의 정진은 세간에까지 유명하다. 세수 90을 훌쩍 넘은 노구에도 새벽 2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도량석을 손수 돌고 예불목탁까지 직접 잡는다. 새벽예불에는 만생명을 위한 축원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땅의 유주무주 영가와 징용, 만리장성, 세계대전 희생자, 가스실에서 죽어간 유대인은 물론 미국 9.11희생영가 등등, 시공을 떠나 이들 영가를 위해 매일 천도재를 올리는 것이다.

특히 정초와 백중 때는 일주일간 하루 17시간씩 사분정진을 한다. 그것도 꼿꼿이 서서 목탁을 치며 하는 기도여서 함께 시작했던 젊은 스님들도 버텨내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곤 한다.

한국 불교계 일각에선 어느 정도 어른이 되면 문을 닫는 것이 오늘의 한국불교의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큰스님은 아무나 부담없이 친견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고 계신다. 이것이 자비심 철철 넘치는 큰스님의 진정한 모습이기도 하다./김관석 기자

활안(活眼)스님 약력

1926년 담양에서 출생(올해 세납 92)했다. 속명은 강규섭. 19살인 1945년에 출가, 1953년 월산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58년 자운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지. 상원사, 청량선원, 칠불암, 범어사, 용화사 등 제방선원에서 40안거 성만. 향곡, 전강, 탄허, 성철, 혜암, 구산 큰스님 등 당대의 대선지식인들과 탁마를 거치셨다.

나고 죽는 이전의 나는 무엇인가를 화두로 수행했으며 50대 초반 스러져 가던 천자암에서 정진하던 새로운 경지를 경험하게 됐다. 스님의 그 순간이 천자암 법당의 주련이 되어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깊은 도 통달할 일 갈()로 모든 근기 굴복시키고 언어 이전의 큰 기틀로 법륜을 전하도다.(通玄一喝萬機伏 言前大機轉法輪)/법계의 달빛이 한 손 바닥에 밝았으니 만고의 광명이 다함이 없네.(法界長月一掌明 萬高光明長不滅)

1977년부터 송광사 천자암 조실로 있으면서 하안거(夏安居) 동안거(冬安居) 때마다 용맹정진을 하고, 매년 백일 동안 폐관정진(閉關精進) 하는 등 선객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1999년 조계종 원로회의 위원으로 선출, 전 청와대 불자회 지도법사 역임. 현재 송광사 천자암에 주석하면서 늘 일과 수행을 함께 하는 선농일치(禪農一致)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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