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시절 추운겨울이 지나고 봄을 맞이해 햇볕의 따스함을 즐기고 있을 때 쯤이면 어김없이 중대장의 지시가 떨어진다. 기자가 복무하던 부대는 부대 막사 옆으로 널찌막한 산과 관내 가마골 수준의 계곡물이 흘렀다. 이로 인해 매년 3월이 되면 오로지 인력만으로 붕괴된 축대복구작업부터 시작해 폭우를 대비한 사대만들기 작업에 들어간다. 또한 부대지도를 가지고 중대장과 부대에서 생활한지 오래된 고참병들이 부대 이곳저곳을 돌며 태풍과 그로인한 재해에 대비하고자 위험요소를 하나씩 파악 작업계획을 수립했다. '작업의 연속'으로 지겨움과 피로도 쌓였지만 여름이 오고 폭우가 쏟아지게 되면 두명씩 교대로 정해진 장소에서 근무섰던게 전부였다. 그래서 남은 전우들은 편히 막사에서 잠들 수 있었고 계곡물이 넘친다해도 그리 큰 피해는 없었다.
태풍 '메기'의 영향으로 관내에 평균 300mm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로인해 담양읍 터미널과 인근 도로가 침수되고 논, 주택 할것없이 큰 '물난리'를 치뤘다. 관내 곳곳에서는 '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터미널이 하나의 '호수(?)'를 이루던날 펌프와 모래주머니를 이용해 수마와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는 소방관과 경찰관들을 만났다. 그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준비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터미널 입구에서 터미널로 유입되는 물을 막느라 진땀을 흘리던 한 소방관은 "대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야할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하고 반문했다. 몇일이 지나 신문사 팩스에는 'xx면 침수예방활동', 'xx리 사전예방으로 피해줄여'란 제목으로 보도자료가 쏟아졌다. 자료를 받아 직접 전화를 걸어 내용을 파악한후 기자는 재삼 물었다.
'예방'의 뜻을 알고나 쓰는 것인가? 하고말이다. 농부가 논뚝이 무너질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폭우가 쏟아지는 날 우산을 방패삼아 모래주머니 몇 개 쌓은 일을 두고 '재해예방으로 피해줄여.'라고 보도자료를 쓸 수 있단 말인가?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차라리 '사전예방'보다야 '임시방편'이나 '임기응변'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100% 막을수 없는 것이 '자연재해'라지만 인간의 노력으로 피해를 줄일수 있는 것 또한 '자연재해' 아닌가?
부디 똑같은 피해가 재발되지 않길 바라면서 혹 내년에 다시 올지도 모를 태풍피해에는 '철저한 재해예방으로 자연의 힘을 무너뜨리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김필식 記者
